지난 1월 18일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클로버필드 (Cloverfield)는 상반기 최고 기대작이라는 평가에 맞게 첫 주말 사흘 만에 4,100만 달러의 수입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1월 흥행수익 최고 기록을 갱신한 성적인데, 특히 제작비가 3,500만 달러밖에 안 든 영화인 점을 생각할 때 대단한 성공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이미 1년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영화의 예고편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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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예고편은 유튜브한 해도 다양한 버전으로 수백만 명이 볼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따라서 이 영화는 개봉하자마자 몰려오는 관객으로 첫 주부터 이처럼 큰 흥행성적을 거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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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장르로 볼 때 괴수 영화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괴수가 나타나 대도시를 파괴하고, 자신과 친구, 또는 연인의 목숨을 구하려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죠. 그런데 이 영화는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의 괴수 영화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우선, 이 영화에 나오는 괴수는 정체를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의 주인공은 미군이 한강에 독극물을 방류했기 때문에 생겨났습니다. 1998년 할리우드에서 만든 영화 고질라의 괴수는 핵실험으로 생겨난 돌연변이입니다. 심형래 감독의 디 워의 이무기는 조선에 살던 오래된 신화적 존재입니다. 그런데 클로버필드의 괴수는 어디서 온 어떤 존재인지 알 수가 없고, 단지 주인공들에게 크나큰 시련을 줄 뿐입니다.

이 영화의 초점은 괴수가 아니라 주인공들입니다. 따라서 괴수라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찌에 대해선 자세히 다루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괴수 영화는 주인공들이 괴수를 어떻게 잡을찌 고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영화에서 괴수를 잡으려고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주인공이 아닌, 얼굴도 나오지 않은 정치 지도자들이고, 주인공은 과수와 싸우는 존재가 아니라 괴수로부터 도망 다니는 존재일 뿐입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주인공과 괴수의 새로운 관계는 집단을 대하는 현대인의 태도 변화를 반영합니다. 과거 사회에서 개인은 집단 속에서 나의 가치를 찾았고, 가장 이상적인 개인을 집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존재, 즉 영웅으로 봤죠.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개인은 집단을 돕기를 포기하였습니다. 이제 집단의 문제는 너무나 커서 내가 나선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누군가 높은 사람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고, 나는 그저 이 큰 문제가 내 삶을 파괴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지요. 즉, 내가 싸워야 할 대상은 진정한 큰 문제인 괴수가 아니라, 내 수준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새끼 괴수인 것입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카메라 기법입니다. 보통 괴수영화, 아니 대부분의 헐리우드 영화는 조명을 잘 갖춘 상태에서 흔들림을 최소화하며 찍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거의 모든 장면을 마치 특별한 조명을 쓰지 않고 손으로 찍은 듯하게 촬영했습니다. 이는 이 영화가 실제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 손으로 찍은 현장의 모습이라는 설정 때문인데, 영화 전체를 이렇게 과감한 방식으로 찍은 예는 극히 드뭅니다. 물론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가 있긴 하지만, 그 영화는 처음부터 초저예산 영화였기 때문에 그런 식의 촬영이 당연했을 수도 있지만, 클로버필드는 우리나라 돈으로 400억원 가까이 들어간 영화인데 이러한 방식으로 찍었다는 것은 매우 큰 모험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생활을 찍는다는 설정은 영화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매우 효과적인 장치로 작동했습니다. 우리는 세련된 카메라의 움직임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이 영상은 배우들의 연기를 찍은 가짜다'라고 생각하고, 그에 비해 카메라가 마구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이 영상은 실제로 일어난 장면의 기록이다'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영화의 앞부분에 실생활을 찍은 듯한 모습을 보며, 무의식적으로는 지금 보는 장면이 마치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UFO 촬영 장면처럼 실생활 중에 포착한 장면이라고 느끼기 마련이지요. 따라서 보통 영화에서 갑자기 도시 반대편에서 폭발이 일어나도 별 감흥이 없지만, 이 영화에서 파티를 즐기다 폭발을 보는 순간 대단히 놀라는 것입니다.

사실 현대의 문화 소비자는 웬만한 자극에는 별 감동을 하지 않습니다. TV를 틀면 시청자를 울리고 웃기려 별의 별 "쇼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득하죠. 어릴 때부터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현대인은 뭘 봐도 그저 그럴 따름입니다. 따라서 과거의 시청자가 눈물 흘리는 연기를 보고 감동했다면, 오늘날의 시청자는 리얼리티 쇼에서 출연자가 정말 힘들어 눈물 흘릴 때만 감동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리얼리티쇼가 유행하는 이유도 사람들이 쇼에 싫증이 났고 진정한 감정을 보기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쇼이지만 쇼가 아닌 듯 진행합니다. 관객은 이 영화가 허구라는 사실을 알지만, 무의식적으로 실제 일어난 일을 보듯 몰입하죠.

결국, 이 영화는 괴수 영화의 장르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인 관객의 상황에 맞게 관객을 끌어들일 줄 알았기에 큰 흥행 성공을 거뒀다고 봅니다. 물론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만 (오늘 영화를 본 관객들은 좀 황당해 하는 분위기더군요), 미국 관객들은 열광하는 듯합니다. 연이은 흥행실패로 우울한 한국 영화계도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잘 파악해서 관객이 호응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든다면, 다시 사랑받는 영화를 만들 수 있겠죠. 올해는 한국에서도 그러한 좋은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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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