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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가운데 플로리다에서 벌어진 선거에서 민주당의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50% 가까운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노리는 오바마는 33%로 2위를 기록했고, 존 에드워즈는 14.4%로 3위를 기록하며 경선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힐러리 클린턴이 압승을 거두었다고 하겠지만, 사실 플로리다 선거는 매우 특수한 상황 속에서 치루어진, 특수한 선거였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아이오와, 뉴햄프셔, 네바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만 1월에 선거를 치르고, 나머지 주는 2월 5일 이후에 선거를 치르도록 방침을 정하였는데, 미시건과 플로리다 주는 중앙당의 방침을 거부하고 2월 5일 이전에 선거를 치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공화당은 이들을 징계하기 위해 이들 주에 배정된 delegates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를 뽑는 투표인단)의 숫자를 절반으로 줄였고, 민주당은 아예 이들 주에 delegates을 배정하지 않았습니다. 즉, "너희들이 투표일자를 마음대로 정했으니, 너희 주는 전체 투표에 대표를 파견할 수 없다"고 징계한 것이지요. 따라서 플로리다의 선거 결과는 실제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데 전혀 영향력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플로리다 민주당원들은 투표율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투표장에 몰려들었고, 결국 힐러리 클린턴이 득표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렇게 1위를 차지하고 나자, 클린턴 진영에서는 기자들을 불러놓고 "어떻게 전당대회에서 두 개 주만 delegates을 거부할 수 있느냐? 투표율이 기록적으로 높았다는 사실은 이들이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플로리다가 전당대회에 투표인단을 보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지요. 지난 네 번의 선거에서 오바마와 2대 2로 비긴 클린턴은 이번 선거의 승리가 너무도 값지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었겠죠. 물론 플로리다 징계의 필요성에 동의해서 모든 후보가 플로리다에서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기로 약속했고, 오바마와 에드워즈 진영에서는 지지자들에게 "지지후보 없음" (uncommitted)으로 기표하도록 촉구하였기에, 지금 와서 클린턴 진영이 플로리다의 선거인단을 인정하자고 나서기는 부담이 되겠지만, 대통령이 되기 원하는 힐러리 클린턴의 야망은 너무도 크기에 원칙이나 약속에 얽매어 실리를 놓치고 싶지는 않은 듯 합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자신의 야망을 위해 약속을 저버렸다면, 한나라당의 박근혜 의원은 약속에 얽매어 실리를 놓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박근혜,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극복하라 에 썼듯, 박근혜 의원은 원칙을 지키고, 전체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면 결국 자신을 인정해 주리라고 믿는 듯한 태도를 보였는데, 이로 말미암아 정치적 생명이 위협 받는 처지에 몰렸습니다. 작년 경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후보 측은 이미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에 총선 물갈이를 통해 박근혜계를 제거하기로 방침을 정했음이 분명한데도, 박근혜 의원은 그저 묵묵히 이명박 후보를 도우며 자신을 "국정의 동반자"로 대우해 주기만을 바란 것은 정치적으로 큰 오산이었죠.

결국 최근에 불거진 공천 파문은 박근혜 의원이 여전히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명박 당선자 측에서 박근혜계 의원을 대폭 물갈이할 뜻을 밝히고, 측근들이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박근혜 의원은 이명박 당선자를 만났고, 결국 "당선자의 의지를 믿고" 강재섭 대표의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즉, 목숨을 걸고 싸우는 모습 보다는, 상대를 믿고 따르는 모습을 보인 것이지요. 일단 한 고비를 넘긴 이명박 당선자 측에서는 당규를 따른다며 친박 의원 몇 명을 공천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정치 생명이 끝나게 된 친박계 의원들은 당황했고, 결국 의원 36명이 탈당하겠다고 나서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이 탈당해야 하는 이유는 박근혜 의원 때문입니다. 즉, 박근혜 의원의 세력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희생당하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박근혜 의원은 이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모습을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가장 큰 소리로 "내가 먼저 탈당하겠다"고 해야 할 박 의원은, "입맞 맞추기 공천은 안된다"는 식의 원칙적인 발언만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들이 탈당하면 한나라당내 박근혜계는 소멸하고, 박근혜 의원의 정치적 생명도 거의 끝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박근혜 의원이 강하게 이명박계와 맞서 싸우려면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극복해야 하는데, 그러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군요.

과연 약속을 어기면서까지 대통령이 되려고 노력하는 힐러리 클린턴은 정말 대통령이 될 수 있을찌, 그리고 약속을 지키면 상대방도 나를 인정해 주리라고 기대하는 박근혜 의원은 정말 약속을 지킨 보상을 받을찌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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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