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 번지는 블로그 열풍은 인터넷의 중심을 오락이나 정보 전달에서 의견의 표현으로 옮겨 놓는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많은 사람은 단지 수동적으로 웹페이지를 방문할 뿐 아니라 블로그를 만들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또 남이 표현한 의견에 댓글을 다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과거의 "얼굴 없는 군중"이 블로그를 통해 얼굴을 찾은 것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블로그와 댓글 문화는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악플로 불리는 공격성 댓글이 그러한 예입니다. 글에 대한 문제나 이의 제기는 엄밀히 말해 악플이라고 보기가 힘듭니다. 악플은 예의 없이 비꼬고, 공격하고, 상처를 주기 위한 댓글이지요. 이러한 악플은 인터넷 문화의 발전을 막는 해로운 요소임에 틀림 없습니다.

강준만 교수는 악플 범람의 원인을 박노자 교수가 말한 한국인의 '관계문화'에서 찾습니다. 한국인은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 잘해주기 때문에, 반대로 인터넷 처럼 관계 없는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에서는 마음에 억눌렸던 공격성을 표출한다는 것이지요. 얼마나 맞는 분석인지는 모르겠지만, 특별히 한국에 악플이 많은 원인은 한국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은 옳은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한국인은 어느 나라 국민보다 친절하고 따뜻한데, 온라인에서 만나는 모습은 그렇지 않거든요.

악플과 함께 요즘은 악글도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악글은 악플을 확대해 블로그에 올리는 글로, 악플보다 좀 길고, 남의 글에 대한 댓글이 아니라 자기 블로그에 올린다는 점에서 다를 뿐, 악플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악글은 추천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누릴 수도 있고, 고정팬을 만들 수도 있기에, 그 영향력은 악플보다 훨씬 크죠.

이러한 악글의 증가는 추천 방식으로 운영하는 메타 블로그 사이트에게 큰 고민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중이 전혀 동의 하지 않는 글을 올려도, 그러한 주제에 대해 동의하는 소수가 추천을 한다면 그 글은 메인 페이지에 올라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메타 블로그 사이트가 그러한 글을 제거하기엔 기준이 너무 모호합니다. 따라서 추천을 통한 노출 제도는 악글이 많은 상황에서는 유지하기가 힘들죠.

인터넷은 누구라도 수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는 나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주어지죠. 따라서 어느 정도 인터넷을 악용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인터넷을 악용하는 행위는 우리 모두가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장을 해친다는 점이지요. 만약 악플과 악글이 지나치게 늘어난다면, 사람들은 좋은 글을 써도 악플이 달릴까봐 글을 올리지 못하고, 결국 남는 것은 어떠한 악플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철심장을 지닌 사람들 뿐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만이 남은 인터넷은 더 이상 의사소통의 장이 아니라 싸움꾼들이 가시돋친 말을 주고 받는 전쟁터겠죠.

블로고스피어의 주인은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다는 우리 모두입니다. 따라서 블로고스피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인터넷 실명제나 메타 블로그 사이트의 정책 변경 등을 통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자발적으로 나설 때만 가능하겠죠. 부디 새로 싹이 나는 한국의 블로고스피어가 건강한 상식이 통하는 건전한 공간으로 자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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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