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0일 대규모 집회를 명박산성으로 막아내고, 다운된 청와대 홈페이지를 그림파일로 위장하는 놀라운 순발력을 보인 이명박 정부는, 계속되는 쇠고기 재협상 요구에 대해 다양한 꼼수로 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꼼수는 꼼수인지라, 앞뒤가 안맞고, 이사람 저사람 말이 틀리고,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모습은 감출수가 없군요.

결국 이명박 정부의 입장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안하면 되지 않느냐? 이를 위해 재협상을 하자면 국가 신뢰도가 떨어지니까 (사실은, 재협상 추진했다가 미국이 거부하면 국민반발이 더 커질 테니까) 수출입업자들이 30개월 이상된 쇠고기는 수출입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하고, 한미정부가 이를 보증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전에 정부의 쇠고기 해법, 근본이 잘못되었다에서 지적하였듯, 이는 내장을 제외한 20개월 미만의 쇠고기을 안전하다고 보는 많은 국민의 기준에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성사가 된다고 해도 국민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입니다. 그런데 이미 "재협상은 없다"고 선언한 이명박 정부가 보기에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은 이 방법 밖에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집착이 대단합니다.

 "한미정부의 공식보증"이라는 카드가 나온 것도 이명박 정부가 이러한 방법에 얼마나 집착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원래 정부가 제시한 방안은 수출입업자의 "자율규제" 방식이었는데, "돈벌려고 거래하는 사람이 미쳤다고 돈되는 거래를 자율적으로 포기하겠느냐"는 여론이 터져나오자, "이는 단지 업계의 자율규제가 아니라 한미 정부가 문서로 보증하는 일이다"는 말로 무마하려는 것이지요.

문제는, 아무리 정부라도 법이 정하지 않은 내용을 기업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특히 미국의 부시 행정부나 한국의 이명박 정부 모두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부이기 때문에 이미 존재하는 규제도 없앨 판에, 법의 근거도 없이 기업에게 수출입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요.

이러한 정부 주장의 허구성은 결국 12일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김종훈 본부장은 기자들에게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효과적이고 실질적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내일부터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 (USTR) 대표와 추가 협상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표현은 "효과적이고 실질적 방안"입니다. 즉, 조선일보가 김종훈, 미국측과 추가협상 이라고 보도한 이 내용은, 자세히 살펴보면 정식으로 재협상을 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30개월 이상된 쇠고기가 들어오지 않을 꼼수를 찾아보겠다"는 말입니다 (이는 "합의안 문구 일부 수정도 고려하지 않는다"는 안호영 외교부 통상교섭조정관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계속 말이 바뀌어서 무언가 진전이 있는 듯 하지만, 결국 재협상은 없고, 꼼수만 만발하는 상황입니다.

흥미롭게도 김종훈 본부장은 "정부가 문서로 보증할 경우 국제통상규범에 어긋나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는군요. 즉, 11일에 어떤 정부 관계자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민간 규제' 한(韓)·미(美) 정부문서로 보증하기로 했다고 말했지만, 막상 미국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는 당사자인 김종훈 본부장이 보기엔 정부가 이런 일을 문서로 보증하는 일은 국제 관례상 말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민간 규제에 대한 한미 정부의 문서 보증은 이명박 정부의 환상 속에만 존재하지, 실체가 전혀 없음이 분명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욕을 먹는 이유는, 이처럼 국민에게 정직하지 못한 태도를 자꾸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천만명이 집회를 해도 재협상은 불가능하다"고 버티든지, 아니면 "국민이 그렇게 원한다면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해야지, "재협상에 버금가는 자율규제, 아니 정부보증 문서를 보이겠... 잠깐, 그건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무언가 또다른 꼼수를 찾아내겠다"는 식으로 자꾸 말을 바꿔서 빠져나가려고 한다면, 그나마 남아있는 17%의 이명박 대통령 지지자 조차 등을 돌릴 날이 곧 오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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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