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된 촛불집회와, 이에 따른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에선 인터넷 여론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증권시장의 사이드카와 같은 개념의 시스템 개발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이 시스템은 인터넷에서 특정한 정책적 사안에 대해 논란이 커지면 자동적으로 이를 골라내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16일 연합뉴스와 통화한 한나라당의 김성훈 디지털정당위원장은 "이제 인터넷 여론 흐름은 직원 몇명이 앉아서 체크하기에는 너무나 빠르고 폭이 넓다"면서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에 대해서 여론의 반응을 확인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시스템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는군요.

이 기사만 읽으면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란 인터넷 여론에 혼쭐난 한나라당이 정신 차리고 인터넷 여론에 귀기울이기 위해 만드는 장치로 보입니다. 그런데 "사이드카"라는 용어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이 계획이 그렇게 선한 의도만을 담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이드카는 주식 선물시장에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거나 오를 때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매매체결을 중지하는 제도입니다. 만약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가 정말 주식 시장의 사이드카에 기초했다면,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도 인터넷 여론이 들끓는 시점에서 댓글 달기를 중지하거나, 관심을 끄는 글 자체를 삭제하거나, 이슈가 되는 주제어를 금칙어로 선정하는 등의 장치를 포함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즉, 인터넷에서 어떤 주제가 관심을 끄는 것을 문제로 보고, 이러한 문제가 확산하지 않도록 여론을 차단하는 것이지요.

물론 지금까지 나온 발표만 보면 정말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가 이처럼 극단적인 제도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사실 오늘이라도 한나라당에서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는 단지 여론의 동향을 확인하는 장치일 뿐, 여론을 제한할 의도는 없다"는 발표가 나올찌도 모르는 일이죠.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면, 왜 주식 매매를 제한하는 극단적인 조치인 "사이드카"라는 무서운 말을 인터넷 여론에 적용했는지는 설명이 안됩니다. 무서운 말에 대해 무서운 상상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이를 단지 "지나친 해석"으로 몰아가면 안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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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여론 사이드카를 순수한 여론 수집 장치로만 보기엔 여러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우선, 한나라당이 정말 "포털사이트 등에서 언론 기사에 일정 개수 이상의 리플이 붙거나 조회수가 갑자기 늘어날 때, 또는 다음 아고라와 같은 인터넷 토론광장에서 부각되는 이슈들을 선별"하기 원한다면, 이는 인기 검색어나 인기글 목록만 봐도 되는 일이지, 시스템까지 구축하고 이에 대해 신문 인터뷰를 하였다는 사실이 이해하기 힘듭니다. 또한 한나라당이 순수하게 여론을 수집했다고 무엇을 할까요? 한나라당 지도부에게 여론 경향 분석을 담은 이메일을 돌릴까요? 청와대에 보고를 할까요? 그러한 사소한 일에 대해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라는 거창한 명칭을 쓴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의 정체는 한나라당에서 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야 확실히 드러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만 놓고 봐도, 한나라당이 인터넷 여론을 문제의 근원으로 보고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만약 한나라당이 단지 인터넷 여론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의도로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라는 제도를 추진 중이라면, 사이드카라는 표현을 써서 오해를 자초한 잘못은 피하기 힘들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한나라당은 조속히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야 한다고 봅니다.

P.S. 한나라당에서 해명을 했네요. 예상했던대로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는 순수한 여론 수집 장치이고, "사이드카"라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고, 이마저도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닌 김성훈 디지털정당위원장 개인의 생각이라고 합니다. "사이드카"라는 잘못된 표현을 김성훈 위원장이 내놓았는지, 기자가 지어냈는지에 대해선 언급을 안했지만, 기사 원문을 보면 사이드카라는 표현을 언급하고 이 표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놓은 점을 볼 때, 인터뷰 당사자인 김성훈 위원장이 쓴 표현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이 모든 것이 "오해" 라는 것인데, 이명박 정부 등장하고 국민이 오해할 일이 참 많이 발생하는 이유가 뭘찌 궁금합니다.

김성훈 위원장이 직접 아고라에 올린 해명서에서 다음 구절이 인상에 남는군요.

네티즌 여러분 지금이 어느 시대입니까? 여론을 또 어떻게 통제 할 수 있겠습니까?

불행하게도,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가능하지도 않은 여론 통제에 나서려고 하는 중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부디 좀 더 믿음이 가는 모습을 보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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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