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국민 담화 연설에서 "뼈저린 반성"의 뜻을 밝힌 이명박 대통령은 며칠만에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 전방위로 촛불집회를 열심히 공격중입니다. 즉, 사과하고 뒤통수 때리는 격인데, 대통령의 태도가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어떤 사과를 한다고 해도 국민이 믿기는 힘들겠죠.

지난 6월 10일 전국적으로 100만명 가까이 모이는 대형 집회가 열렸을 때만 해도, 정부나 한나라당은 몸을 사리며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말 국민이 무서운줄 깨닫고, 국민이 원한다면 어느 정도 요구를 들어줄 듯한 분위기였죠. 심지어 조선일보 등 일부 보수 언론은 이명박 정부와 거리두기를 하는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촛불 집회 참가자가 줄어들고, 정부가 "100점 만점에 90점"이라고 자찬한 쇠고기 수입 추가 협상이 끝나면서 보수세력은 이명박 정부를 중심으로 대결집을 하며 촛불집회를 통해 표현된 국민의 정서를 억누르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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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의 선봉에 선 것은 보수언론입니다. 보수언론은 이번 쇠고기 수입 협상에 따른 촛불집회와 반정부정서의 직격탄을 받고, 광고수입이 대폭 줄어들어 어려운 상황에 빠졌는데, 이러한 위기를 통해 반정부 정서는 곧 자신들에게도 큰 위험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입니다. 따라서 최근엔 가끔이나마 보이던 정부에 대한 비판 기사가 쑥 들어가고, 촛불집회와 인터넷 여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기사를 열심히 싣는 중입니다 (예를 들어, '촛불 900명', '보수 20명'에 "죽이겠다" 협박, "쇠고기 반대하는 한국에 군대 왜 보내" 미국 '부글' 무책임한 네티즌의 '키보드 두들기기').

또한 검찰은 인터넷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서 "인터넷 신뢰저해 사범을 본격 단속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즉, 인터넷에 잘못된 정보 올렸다간 검찰로부터 조사받을지 모르니, 함부로 인터넷에 글올리지 말라는 경고죠. 경찰도 검찰에 뒤질세라 인터넷 여론을 전문적으로 검색·분석하는 ‘인터넷 정보전담팀’(가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한나라당도 정부에 힘을 모아주려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한나라당은 당보 100만부를 배포하는 등, 미국산 쇠고기 안전을 홍보하는 대대적인 선전에 나서기로 했다고 합니다. 강재섭 대표는 23일 의원총회에서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핑계로 쇠고기가 아니라 소 잔등에 올라타 불법 폭력집회를 해오는 세력이 있다면 그건 나라를 거덜내고 국민을 거덜내자는 것”이라고 비난했고, 홍준표 원내대표는 쇠고기 장관고시에 대해서는 "강행이 아니라 순리를 따르는 것"이라며 정부를 옹호하였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보수세력의 대반격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 자신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촛불시위와 관련해 “일부 정책에 비판하는 시위는 정부 정책을 돌아보고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만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나 불법 폭력시위는 엄격히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이제는 촛불집회가 조금이라도 폭력성을 보인다면 강경하게 진압하겠다는 뜻이죠.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오마이뉴스가 자신에 대해 오보를 했다면서 정정보도 요청과 함께 5억원의 손해배상금 조정신청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냈습니다. 프레스 프랜들리"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오보에 대해 5억원의 손해배상금 조정을 신청했다는 사실은 대단히 의외이긴 하지만, 어쩌면 처음부터 이명박 정부가 프랜들리하려고 노력하는 대상은 보수언론일 뿐,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은 아닐찌도 모릅니다.

물론 정치라는 것이 수세에 몰렸다가 공세로 전환하기도 하는 법이라 여권의 태도변화가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촛불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다"며 감상에 젖은 모습을 보이던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는 진심이 아니었음이 분명해졌습니다. 즉, 이명박 대통령이 보기에 촛불 들고 모인 사람들은 결국 일부 좌파의 선동에 휘둘린 무지한 대중(한나라당의 주성영 의원에 따르자면 천민 민주주의에 심취한 천민들)이고, 따라서 검찰 동원해 인터넷 언론 손보고 나면 모두 일상으로 돌아갈 의미 없는 존재인 듯 합니다. 만약에 이명박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그렇다면 대국민 사과 같은 것은 생략하고, 바로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에 대해 엄정 대처" 방안 부터 밝히는 것이 정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며칠전에 사과하고, 오늘은 엄정 대처 방안을 밝히니, 사과를 진심으로 믿었던 국민은 속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여권의 태도 변화는 현재 국민의 마음에 대한 잘못된 판단에 기초하였다고 보입니다. 즉, 여권은 이제 국민은 촛불집회에 대해 지쳤고, 따라서 지금 정부가 나서 반대 여론을 꾹 누르면 촛불을 끌 수 있다고 여기는데, 사실 국민은 잠시 쉬는 기간을 가졌을 뿐, 촛불은 아직 살아 있는 상태입니다. 오히려 지금 정부가 보이는 오만한 태도야 말로 촛불을 타오르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사실 촛불집회가 이처럼 커진 것은 초반에 정부가 대처를 잘못해서인데, 최근 정부는 섣부르게 촛불을 끄려는 결정적인 실수를 범함으로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도대체 어떤 상황이 되어야 정부가 진심으로 정신을 차릴찌 답답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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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