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로 고생하던 이명박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과 독도 문제 때문에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사안 모두 이명박 대통령 자신과 관계가 깊기 때문에 운신의 폭은 좁고, 정치적 부담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우선,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완화하는 순간에 터졌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에 커다란 부담거리입니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년간의 대북 긴장완화 정책이 "퍼주기"였다고 비난하고, 따라서 취임후 북한을 돕기만 하지 말고 북한이 우리 말을 듣도록 길들이려는 정책을 펴왔습니다. 하지만 강대국들 사이에서 살아남는데 도가 튼 북한의 지도자들은 미국에 다가서면서 남한을 무시함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허를 찔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5개월 만에 돌이켜 보면 정부는 북한 길들이기에 실패한 채 남북관계의 주도권만 놓친 참담한 결과를 안게 되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에 유화 제스쳐를 취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함이었는데, 문제는 그가 연설하는 날 새벽에 한국인 관광객이 금강산에서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졌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러한 사안을 알면서도 연설을 강행하였다가 국민이 죽었는데도 신경 안쓰는 무책임한 대통령으로 비난을 들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사실은 우파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깊이 실망하였다는 점입니다. 개혁세력은 이미 대통령 선거 이전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고, 중도파는 정부출범 3개월만에 등을 돌린 상태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일한 세력은 조중동을 비롯한 우파인데, 이들이 보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변화, 그리고 관광객 사망 사건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지 못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우파가 아닌 사람이 보기에도 이런 모습이 실망스럽긴 하지만, 우파는 이명박 정부를 믿었기에 실망이 훨씬 크겠지요).

동아일보가 7월 11일 보여준 게 李정부 본질인가 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처신을 비난한 것은 우파의 심정적 변화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배인준 논설 주간은 이 칼럼을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이 정부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햇볕정책에 잘못 길들여진 북의 버릇을 반드시 고치고 말겠다는 듯이 언행을 했다. 하지만 5개월도 못 버티고 거꾸로 북에 추파를 던졌다. 그것도 금강산에서 시신이 돌아온 시간에, 국민과 국회의원들 앞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이것이 이 정부의 본질이라면 정권교체를 이루어준 다수 국민이 생각을 바꿀 것이다. 이미 그 단계는 시작됐다.


즉, 우파는 '그래도 우리편' 이라는 생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지지를 했는데, 이제는 그러한 지지를 거두게 될찌 모른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조중동이 이명박 정부를 공격하기 시작하면 이명박 정부는 도저히 국정운영을 담당하기 힘들 정도로 일찍 레임덕 현상을 겪게 될찌 모릅니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 부도사태 맞은 김영삼 정부 이후로 좌, 우, 중도 모두에게서 버림받는 처지가 될찌 모르는 것이지요. 결국 '잃어버린 10년' 그렇게 외치더니, 정말 10년 전 상황이 된 것이 신기합니다.

독도를 둘러싼 분쟁은 이명박 정부에게 또다른 부담감을 안겨줍니다. 사실 일본과 독도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일은 워낙 자주 있었기에 새로울 것이 없고,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는 독도 분쟁이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을 낳았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당선자 시절에 "일본에 사과, 반성하라는 말을 하고싶지 않다" 고 밝혔고, 취임직후에는 3.1절 기념사에서 "언제까지 과거에 발목을 잡혀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하는 등 과거를 잊고 일본과 새롭게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려고 힘썼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학생시절 한일국교정상화회담이 굴욕적이라고 비난하며 시위를 주도했다가 구속된 적이 있는데, 이제는 일본에 대해 달콤한 말을 남발하면서도 굴욕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듯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렇게 일본과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한 이유는 경제적인 고려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즉,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을 용서하고 경제적 이득 (예를 들어 MB의 야심작이라는 일본 부품소재기업 공단 유치)을 얻는 것이 실용외교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한일간의 관계는 한국 대통령이 국민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용서했다고 좋아지지도 않습니다. 특히 독도 문제라는 해묵은 숙제가 남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관계개선을 추구하는 모습은, 마치 우리가 대단히 줏대 없는 나라인 양 보일 수 있기에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지요. 지금 독도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새로운 한일관계를 열어가자"고 흔쾌히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일본 외교는 5개월을 내다보지 못한 것입니다.

어쨌든 이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좌우를 넘어서 전국민적인 정서로 보편화한 느낌입니다. 과연 국민이 등을 돌린 정부가 얼마나 더 유지되야 하는지 안타깝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