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가 주춤하고 국회가 개원하면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작심한 듯 주춤했던 정책들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우선 과반수를 훨씬 넘는 한나라당의 국회 운영을 쉽게 하기 위해 단상점거, 몸싸움 금지법을 추진 중이고, 노무현 정부가 남기고 간 기록을 현 정부에서 볼 수 있도록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또한 노무현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놓은 대표적인 대책인 종부세도 대폭 완화해서 비싼 집 가진 사람들의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한나라당이 추진중인 입법내용에 대해선 한겨레 기사 ‘우향우 입법’ 홍수…‘거여’ 밀어붙이기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종부세 완화나 대선 공약인 기업세 감면에서 드러나듯,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실용정책은 쉽게 말해 부유층에 유리한 정책입니다. 하지만 국민에게 설명할 때는 "부자를 잘살게 함으로 가난한 사람도 경제적 이익을 받도록 한다"고 말하는데, 문제는 많은 국민이 이러한 설명을 믿는다는 점이지요.

이러한 정책은 미국 공화당의 Pro-business 정책과 상통합니다. 80년대 이후로 레이건, 아버지 부시, 아들 부시 세 명의 대통령은 공통적으로 부자에 대한 세금 감면과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축소를 추진했는데, 이들도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러한 정책은 부자에게 유익할 뿐 아니라 부자의 돈이 아래로 흘러 내려가서 (trickle down) 결국 가난한 사람도 잘살게 된다"는 설명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을 추진한 결과 미국의 빈곤층 문제는 갈수록 악화하였고, 미국 가정의 실질 소득은 70년대 이후로 거의 증가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그에 비해 부자에게 높은 세금을 메기는 대신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 의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유럽은 (프랑스를 예로 들자면 가난한 사람에겐 집세의 일부분을 정부가 대신 내주기 때문에 매우 가난한 사람도 어느 정도 괜찮은 집에서 살 수 있습니다) 빈곤층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부자가 돈을 벌면 돈을 많이 쓰고, 결국 그 돈이 가난한 사람에게까지 흘러간다는 것은 우파 정책가의 머리속에만 존재하는 환상입니다. 부자는 돈을 써도 좋은 백화점, 좋은 식당 등에서 쓰기 때문에 부자가 쓴 돈은 결국 부자에게 다시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제가 인도에 갔을 때 본 것은 릭샤 운전사는 한달에 30만원 벌기도 힘든데,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젊은이들은 수백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서구인처럼 사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론적으로 따지면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젊은이가 번 돈이 릭샤 운전사에게까지 흘러들어가야 하는데, 릭샤 운전사는 릭샤 요금이 워낙 싸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월급을 얼마나 많이 받듯 소득이 늘기가 힘든 것입니다. 이는 한국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기업세를 감면해서 삼성의 수익이 늘어난다고, 동네 김밥집의 매출이 늘어들까요?

가난한 사람이 잘 살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직접적으로 가난한 사람을 돕는 정책을 펴야 합니다. 미국이 중산층의 국가가 된 것은 군에 다녀온 사람들에게 대학 등록금을 대주고, 최저 임금을 보장해주고, 가난한 사람이 집을 살 돈을 대출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정책은 2차대전 전후로 완성이 되었는데, 그에 비해 최근의 미국은 최저임금이 오르지가 않는 등 노동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는 중이고, 부자의 세금을 감면하려는 노력은 많지만 가난한 사람에 대한 국가의 도움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과거엔 직장을 구하기만 한다면 중산층으로 사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웬만한 직장이 아니라면 부부가 함께 밤낮으로 일해야 겨우 빠듯하게 살아가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제 특정한 직업에 종사하거나, 사생활을 완전히 포기하고 일하지 않는 이상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는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처음엔 국민의 시선을 의식해서 통신비용을 낮추겠다, 물가를 관리하겠다는 등 소란을 떨다가, 지금은 그냥 재벌과 부유층만 바라보고 정책을 펴겠다는 생각으로 바뀐 듯 보입니다. 재벌과 부유층을 위한 정책은 그야말로 재벌과 부유층에게만 이익을 줄 뿐입니다. 서민이 잘사는 길은 정부가 직접 서민을 돕는 정책을 펼치는 길 뿐입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는 서민의 지지를 많이 얻고 출범했지만, 실제로는 서민을 도울 마음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존재하는 한 서민경제가 좋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부디 다음 선거에선 "부자를 잘살게 함으로 모두 잘살게 해주겠다"는 후보가 당선되는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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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