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허덕이던 리먼 브라더스가 결국 청산 작업에 들어갈 듯 합니다. 마지막 희망으로 보았던 뱅크오브아메리카 (BoA)조차 리먼을 포기하고 메릴린치를 인수하기로 결정하였으니, 이제 리먼이 살아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많은 한국인이 리먼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산업은행이 리먼을 인수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산은은 리먼이라는 세계적 투자은행을 인수함으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훌륭한 인력과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는 명분과, 리먼의 주가가 싼 지금 인수해야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주논리를 내세우며 리먼을 인수하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자면 리먼은 장부에 드러나지 않은 손실이 얼마일찌 짐작도 하기 어려운 부실덩어리였고,  자국내 대형 금융기관을 비롯해 누구도 사려고 나서지 않는 매력없는 상품일 뿐이었습니다.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데 6조가 들었는데, 산업은행이 7-8조원에 리먼 주식의 50%를 사는 것은 헐값"이라는 주장은, 리먼 주식이 곧 휴지조각이 되어버릴 지금와서 생각하자면 말도 안되는 소리지요.

물론 한국 기업이 외국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꼭 나쁜 일은 아닙니다.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울 수도 있고, 노하우를 얻을 수도 있죠. 하지만 한국 기업의 외국 기업 인수합병을 보면 타겟이 보통 크고 유명한 회사입니다. 여기엔 "우리가 이렇게 유명한 회사를 인수할 정도가 되었다"고 자랑하고 싶은 심리와, "이렇게 유명한 회사가 무너질리가 있느냐"라는 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듯 싶습니다.

하지만 철저한 계산 없이 과시하는 태도로 하는 투자가 잘될리 없는 법이죠.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은 외환은행은 세계적으로 전혀 유명한 은행이 아니지만, 나름대로 안전하고 투자가치가 높은 은행이었기 때문입니다. 산업 은행도 망해가는 유명 은행이 아닌, 커가는 유망 은행을 인수 대상으로 선정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 사태에서 한가지 주목할 사실은 한국 언론의 보도 태도입니다. 이정환님이 지적하셨듯, 조선일보를 비롯한 국내 보수언론은 한달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지난달까지 산업은행에게 리먼인수를 종용하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물론 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기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다시 한 번 한국 보수 언론에 실망하게 되는군요.

이제 산업은행이 리먼을 인수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국이 미국 금융계의 태풍을 벗어난 것은 아닙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리먼 대신 선택한 메릴린치는 한국투자공사 (KIC)가 1월에 20억달러 (당시 환율 약 2조원)를 투자한 회사입니다. 투자 조건을 보면 2010년까지 연간 9% 배당이고, 2010년이 되면 주당 52.4달러에 보통주로 전환하는 조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메릴린치 주가가 주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평가손이 크게 났고, 7월 29일 재협상을 통해 현금 3천만 달러를 돌려받고, 보통주 전환가격을 27.5달러로 낮추어 즉시 전환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메릴린치의 주가는 약 17달러이니 이미 투자금액의 3분의 1정도 평가손이 발생한 상황이고, 이번 BoA 합병 결과로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BoA가 메릴린치 주식을 1주당 29달러에 구매한 것과 KIC과 27.5달러에 보통주로 전환한 것을 같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BoA는 경영권을 받는 조건으로 시세보다 비싼 값에 주식을 산 것이고, KIC는 그냥 투자자로 참여했다가 시세대로 보통주로 전환하였는데 주가가 떨어진 것입니다).

물론 기업활동을 하다 보면 손해를 볼 때도 있긴 하지만, 국민의 세금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공기업이 한치앞을 못내다 보고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는 행위는 대단히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부디 앞으로는 이러한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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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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