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 정부 취임이후 오르기 시작한 달러화 대비 환율은 최근 들어 거침 없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미국하원의 금융지원안 부결 소식이 전해진 후, 주식시장은 의외로 하락폭이 적었는데 비해 환율은 급등해 달러당 1200원선을 가뿐히 넘겼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보자면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찌 짐작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달러화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경로는 몇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정부나 기업이 외국에 채권을 발행하고 달러를 빌려오는 방법입니다. 정부가 이처럼 외환을 얻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이하 외평채)이라고 하죠 (노무현 정권 당시에는 달러가 넘쳐 환율이 너무 떨어져서 달러를 사들일 원화를 마련하기 위해 원화로 외평채를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9월 외환위기가 불거진 9월 초, 정부는 "외평채를 발행해서 한국의 신용도가 문제 없다는 사실을 보이겠다"고 장담을 했습니다. 외평채 발행에 성공하면 외국의 투자자들이 한국에 돈을 빌려줄 용의가 있다는 뜻이고, 따라서 한국의 경제에 대한 국제적 신용이 높다는 표시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국제적 신용위기가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투자자를 찾기는 힘들었고, 돈을 빌려줄 용의가 있는 투자자는 미국 재무부 채권 금리 + 2.1% 이상의 높은 이율을 요구하는 바람에 외평채 발행에 실패했습니다. "한국이 쉽게 돈을 빌리는 모습을 보라"고 떠벌렸다가 실패하고 말았으니 한국의 신용도는 더 떨어졌고, 한국 정부가 이처럼 외화로 채권발행하기가 힘들다면 한국 회사들은 엄청난 금리를 지불하지 않는 이상 채권발행을 통한 외화획득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죠.
외평채는 한국 정부에 대한 해외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지표로 중요하지, 실제로 많은 양의 외화를 얻는 수단은 아닙니다. 한국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외화는 FX스왑시장과 외환 현물시장을 통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지금 두 시장 모두 달러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특히 스왑시장에선 호가마저 형성되지 않을 정도로 시장이 마비된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이미 한국은행이 스왑시장에 개입하였고, 정부도 외평채기금으로 100억달러를 스왑시장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로 인해 스왑시장이 정상화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오히려 정부의 제한된 외환이 스왑시장으로 들어가면 외환현물시장에 이른바 도시락 폭탄 (딜러들 점심먹으로 간 사이에 대량의 외환을 매도하는 기법. 이로 인해 딜러들은 점심시간에 사무실에서 도시락만 먹는다는 소문)을 만들 외환이 부족하리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환율은 더 뛰어오르는 상황입니다.
결국 원달러환율이 안정되려면 한국이 외국으로 부터 받는 달러가 많아야 하는데, 돈을 빌리려니 월스트리트 자금사정이 안좋아 달러가 잘 안도는 상황이라 힘들고, 게다가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인의 신뢰도가 별로 안좋아 더더욱 한국 정부나 기업이 돈을 빌려오기 힘들고,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상황이니 (30일 발표 8월 경상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죠) 달러 부족 사태는 당분간 사라지기 힘들어 보입니다.
이러한 여러가지 요인 때문에 당분간은 높은 환율이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만, 만약 환율이 지나치게 오르면 갑자기 패닉이 발생하며 외국 자본이 급속히 빠져나갈찌도 모릅니다. 그러면 정확하게 1997년 외환위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한국이 아무리 외환보유고가 많다고 해도 지난 몇달 동안 잡지도 못할 환율 잡아보겠다고 너무 많은 달러를 썼기 때문이죠. 부디 더 이상 환율이 오르지 않고 위기가 잘 수습되기만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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