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오늘 (10일) 외환시장은 큰폭으로 출렁거리며 새로운 방향을 탐색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제는 113원이 오르내리더니 오늘은 235원이 오르내리면서 결국 이틀 사이에 환율이 86원 떨어졌습니다.

어제 환율 하락은 "정부 개입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오늘 환율 하락은 "정부가 환투기를 조사한다는 소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환율이 오르면 정부가 나서서 달러 풀고, "환투기 세력을 조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 환율이 내려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난 몇달간 정부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했습니다.

"세상은 평평하다"를 쓴 토마스 프리드만은 내전 중인 레바논에 거주하면서 레바논 날씨 정보를 본사에 보내야 했다고 합니다. 아무런 정보가 없던 그는 이웃 레바논 사람에게 "내일 비가 올까?" 하고 물어서, "응" 하면 "내일 베이루트 날씨- 비올 확률 높음"이라고 본사에 송고했다고 합니다. 그는 기자 생활을 하다보니 언론에 나오는 분석이 대부분 이런 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안에 대한 기대 때문에 주가가 올랐다"랄찌, "금리를 인하한다는 소식에 환율이 올랐다"는 기사를 읽으면 대부분의 사람이 수긍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자들은 그날 금융시장의 반응이 반대일 경우에 대비해 이미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안에 대한 실망 때문에 주가가 내렸다" "금리 인하폭이 예상보다 적다는 소식에 환율이 내렸다"는 기사를 준비해 놓았는지도 모르죠. 특히 "환투기 세력에 대한 조사"는 환투기 세력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그들의 심리를 어떻게 알아 기사를 쓸 수 있을까요?

지난 이틀간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보며, 지금 상황에서 불안심리 (또는 환투기세력) 때문에 환율이 오를 수 있는 한계는 1500원정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1500원대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0년전 이후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높은 수준입니다. 지금 처럼 한국이 외환보유고가 (최소한 장부상으로는) 많은 상황에서는 1500원대 이상은 나오기 힘들죠.

이명박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늘 실패한 것은 바꿔 말해 외환시장이 외부의 왜곡을 거부할 만큼 시장의 원리가 잘 작동하는 중이라는 뜻도 됩니다. 따라서 시장 특유의 리듬을 따라 예상외로 빠르게 올라갔다면,그만큼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떨어져도 당연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어제 그러한 움직임이 보였고, 오늘 그러한 움직임이 확인된 셈이죠.

하지만 이는 지금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하는 말이고, 어제 썼듯 아이슬란드와 파키스탄이 모라토리움이나 디폴트를 선언하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전혀 다른 역학이 발생하면서 예측할 수 없을 만큼 환율이 오르는 사태가 올찌도 모릅니다. 어제와 오늘의 외환시장이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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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