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했을 때부터 이념이나 철학에 집착하기 보다는 국민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집값이 올라도 세금은 내기 싫은 사람에겐 "종부세 완화"를 언급했고, 싸게 집을 사고 싶은 사람에겐 "반값 아파트"를 약속했죠. 증권회사에겐 "연내 주가 3000달성"을 약속했고, 건설회사에겐 "대운하 건설"을 제시했습니다. 이렇게 부자에겐 세금 완화를, 가난한 사람에겐 복지 강화를 약속하는 정부를 보면서, 사람들은 지상낙원이 도래하리라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취임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지금, 이명박 정부에 희망을 거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명박 정부는 약속은 많이 했지만 실천은 못했기 때문이죠. 이명박 정부가 약속을 실천하지 못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하니 서로 상충되는 목표를 이루려는 격이 되었고, 따라서 아무런 목표도 이루지 못한 것이죠.

인간의 삶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이것을 하려고 하면 저것을 포기해야 하고, 저것이 갖고 싶으면 이것을 포기해야죠. 이를 영어로 "You can't have your cake and eat it"라고 말합니다. 즉, 케익을 먹던지 가지고 있던지 선택해야지, 케익을 먹으면서도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지금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맞아 정부에서도 수많은 경제대책을 내놓는 중인데, 모두를 만족시키기 원하는 이명박 정부답게 누구에게도 고통을 요구하지 않는, 오히려 모두의 고통을 덜어주는 대책이 잔뜩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 달러가 부족하면 달러를 공급해주고, 원화가 부족하면 원화를 공급해주고, 건설사가 부실해졌다면 건설사를 지원해주고, 대출 받은 사람이 이자 내기가 어렵다면 이자율을 낮춰주는 식입니다. 여기다가 집값을 안정해 국민의 재산을 보호해주고,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니 아무리 세계적 경제위기가 닥쳐도 대한민국 경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듯 싶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본다면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실을 무시하기에 이룰 수 없는 "꿈의 정책"일 뿐입니다. 지금 경제를 살리려면 모두에게 돈을 한다발씩 쥐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많은 사람이 반발할 것을 각오하면서도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수술을 해야 합니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진 상황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은 고환율정책을 써서 단기간에 외국 자금을 끌어와 사태를 수습했습니다. 물론 고환율 정책 때문에 대출을 받은 사람은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지만, 국가적으로 본다면 1년 반만에 IMF 지원금을 갚는 기적을 이룬 것은 고강도의 해결책을 착실하게 수행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과 공조해야 한다"는 핑계로 선진국 정부의 유동성 공급정책을 그대로 따라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서구 내부에서도 비판이 많은 정책입니다. 또한 달러와 유로화가 어느 정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미국, 유럽과 원화의 가치가 폭락중인 한국은 처지가 엄연히 다릅니다. 따라서 한국에 맞는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대통령은 외국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집행하려고만 하고, 외국에 나가서는 IMF를 바꿔야 한다는 등 엉뚱한 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이제 정부의 외환 보유고가 바닥나면 IMF에 가서 "돈좀 빌려주세요" 하고 부탁해야 할 판인데, IMF를 바꾸자고 설치는 것은 배짱인지, 아니면 현실인식의 결핍인지 잘 구분이 안갑니다 (후자임이 분명하지만, 그냥 써봤습니다).

위대한 지도자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국민에게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고통스럽지만 함께 이 길로 가자"고 말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독일의 공격앞에서 떨고 있던 영국을 일깨운 처칠은 바로 이러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낸 지도자였죠. 이명박 대통령은 절대 국민에게 "함께 고통을 나누자"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없습니다. 그저 귀에 듣기 좋은 "세금 감면, 경기 활성화"만을 외칠 뿐이지요.



결국 취임후 지금까지 이룬 업적이라곤 미국과 쇠고기 협상 잘못해 촛불 시위 일어나게 하고, 주가 반토막내고 원화 가치 폭락시킨 것 밖에 없는 대통령이 바로 국민이 믿고 뽑아준 경제 대통령입니다. 결국 우리나라 국민은 "MB가 다 해줄거야"라고 생각하고 선택했지만, 알고보니 말만 번지르했던 것입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정신 차리고 올바른 정책을 집행해 다가오는 위기에서 경제를 구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러한 희망이 줄어드는 것을 느낍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물러나는 그날까지 귀에 듣기 좋은 소리만 하겠고, 그를 지지하는 10%의 국민은 그의 약속이 이루어지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릴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귀에 듣기 좋은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현실성은 없다는 사실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입니다. 과연 이러한 부조리한 상황이 얼마나 계속되어야 하는지 답답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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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