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30일, 주가는 뛰고 환율은 내려가면서 시장에는 훈풍이 불었습니다. 이번 통화 스와프 협정으로 한국이 처한 외환 부족 사태가 일단락되고, 한국의 국가부도 가능성이 대폭 줄어들면서 움추렸던 시장 참가자들의 마음이 다시 펴지기 시작한 것이지요.

경제 위기로 궁지에 몰렸던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은 이번 스와프 협정으로 오랜만에 웃는 얼굴을 보였고, 조선일보는 덩달아 즐거웠는지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의 "한글 이름 궁합" 내용을 기사로 올리는 촌극까지 연출했습니다.

물론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한국의 부도가능성을 알리는 크레딧 디폴트 스왑이 내려가는 현상은 대단히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하루 사이에 시장의 근본적인 상황이 바뀐 듯 들뜬 모습을 보이는 모습은 무언가 불안해 보입니다.

지금 한국 경제가 처한 위기는 외부의 원인 (세계적 신용경색과 경기침체), 내부의 원인 (부동산 거품의 붕괴 위험 및 기업과 은행의 부실화), 내외부 원인의 결합 (한국 경제에 대한 불신 및 세계적 신용경색 때문에 한국에 달러를 빌려주려는 투자자가 부족함), 그리고 리더십의 부재 (리만 브라더스) 등 다양한 원인에서 생겨났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한미 통화 스왑은 수많은 위기의 원인 중 하나인 외환부족을 완화해줄 뿐입니다.

외환시장의 움직임만 봐도, 30일 FX 스왑시장에서 CRS 금리는 전날 대비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이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스왑 머니가 거의 없다는 뜻인데, 이는 크게 봐서 한국에 달러를 빌려주려는 외국인이 거의 없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즉,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와 달러를 스와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다른 투자자들은 아직 관망하며 상황을 살피는 중이라는 뜻이지요.

사실 미국이 공급하는 300억 달러는 한국 전체 외환 보유고 (2000억 달러 이상)나 외환시장의 크기 (하루에 수십억 달러 규모), 그리고 한국이 갚아야 하는 단기 외채의 규모 (내년 6월까지 상환할 금액이 천억 달러 정도)에 비하면 그리 큰 액수는 아닙니다. 중요한 사실은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섰다는 상징성인데, 시장이 악화한다면 이러한 상징성이 빛을 발하지 못할 수도 있지요. 

따라서 일단은 미국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채결함으로 한국 경제의 숨통이 트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시장의 환경이 완전히 바뀐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주의깊게 시장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하겠습니다. "이제 위기가 다 지나갔다"는 언론의 유혹에 넘어가면 안된다는 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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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