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 경제를 흔드는 금융위기는 달러화의 위기이기도 합니다. 비록 당장은 달러화의 가격이 오르고 있긴 하지만,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이 많이 흔들리는 것이 사실이고, 따라서 달러가 아닌 다른 화폐 (예를 들어 위안화나 유로화)가 달러화의 자리를 빼앗을 날이 곧 올찌도 모르는 일이죠.
달러화가 세계의 기축통화로 자리잡게 된 것은 브레튼우즈 체제의 출범 부터입니다. 아직 2차세계대전이 진행중이던 1944년, 연합국 대표들은 미국의 브랜튼우즈에 모여 달러를 기축통화로 인정하기로 합의합니다. 이로써 달러는 국제무역의 기본 통화이자 세계의 여러 나라 화폐의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세계 여러 나라 정부가 달러를 기축통화로 받아들인 이유는 미국의 국력이 강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 정부가 금본위제 (gold standard)에 따라 달러를 가져오면 금으로 바꿔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즉, 달러의 가치는 곧 금의 가치였고, 따라서 달러는 믿을 수 있는 화폐였죠.
하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바뀌게 됩니다. 60년대 호황을 구가하던 미국 경제는 1970년대에 침체기에 접어들고, 경기는 나쁜데 물가는 오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재선을 노리던 닉슨 대통령으로서는 경기 활성화가 중요했죠. 하지만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미국 정부가 물가를 잡으면서 경기를 살리기는 무척 힘든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달러에 대한 믿음이 떨어진 외국 정부들은 달러를 내놓고 "약속대로 금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당시 미국 정부가 보유한 금은 전체 달러 발행액의 22%밖에 되지 않았기에 외국 정부들의 요구대로 금을 주다간 금이 바닥날 위기였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고자 닉슨 대통령은 1971년 8월 15일에 임금과 물가를 동결하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추가하고, 금본위제를 포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즉, "달러를 가져오면 금을 주겠다"는 약속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이지요.

임금과 물가 동결 덕분에 미국 경제는 일단 안정을 되찾았습니다만, 금이라는 가치의 근원이 사라진 달러화의 가치는 폭락하게 됩니다. 브랜튼우즈 협약에서 금 1온스를 35달러로 규정했는데, 나중엔 1온스에 850달러까지 금값이 폭등합니다 (지금 금값이 1온스에 720달러 수준입니다. 즉 70년대말 보다 낮은 셈이지요). 이와 함께 원유가격도 오르는데, 사실 금값에 비하면 기름값이 덜 오른 셈입니다. 그러니 어찌보면 70년대의 유가폭등은 달러화 폭락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70년대의 두자릿수 물가상승을 끝낸 사람은 FRB의장인 폴 보커 (Paul Volcker)입니다. 폴 보커는 카터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도 FRB를 이끌며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대폭 인상하는 정책을 씁니다. 물가를 잡고 나자 경제도 다시 살아나게 되었고, 미국은 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벗어나 경제적 번영을 누리게 됩니다 (현재 폴 보커는 민주당 대통령후보 버락 오바마의 경제고문으로 활동중입니다).
폴 보커의 뒤를 이어 FRB 의장이 된 앨런 그린스펀은 90년대 경제호황을 이끕니다. 90년대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린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2차대전 이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가 장년기에 이르러 최고의 생산성을 보였고, 인터넷의 발달로 통신, 물류 비용이 대폭 줄어들어 생산비 절감이 가능했고, 세계화로 인해 물가가 싼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 미국으로 들어와 물가가 안정되었다는 점 등입니다. 이와 함께 그린스펀의 적극적인 저금리 정책도 빼놓을 수 없겠죠.
하지만 저금리 정책은 경기를 활성화하는 대신 거품을 만들어내는 법이죠. 실제로 미국은 2000년대 들어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주택가격 거품이 일어났고,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이 됩니다. 또한 경기 활성화를 위해 통화량 공급을 늘렸으니 달러화의 가치는 점차 떨어져 (흔한 물건은 가치가 없듯, 발행량이 많은 돈은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죠) 상대적으로 원자재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70년대식 인플레이션이 돌아온 것이지요.
지금 미국은 무역적자와 정부의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태입니다. 이는 곧 미국이 달러화 공급을 줄일 수 없다는 뜻이지요. 게다가 미국정부는 금융구제를 위한 700억달러 등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돈을 더 풀 계획입니다. 이는 앞으로도 달러화가 많이 공급된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달러화의 가치는 언젠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돌이켜 본다면 1944년 달러화의 가치는 금에 기초했고, 따라서 세계 많은 나라가 달러를 통화의 기준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달러화는 아무런 실체가 없이, 사람들의 심리에 의존하는 화폐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이러한 심리에 변화가 온다면 달러화의 가치는 폭락할찌도 모르는 일입니다. 결국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방치하고, 빚으로 경제를 이끌어 온 미국인들이 오늘날 달러화의 가치하락이라는 댓가를 치르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인류 역사상 종이돈이 장기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종이돈은 늘 돈을 필요로하는 정부가 통화량을 늘려 결국 휴지조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죠. 과연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는 경제위기가 이러한 과정의 일부분일까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금 상황은 쉽게 해답을 찾기 힘들어 보입니다. 과연 미국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할찌 주목하게 됩니다.
참고문헌
The Trillion Dollar Meltdown by Charles R. Morris
Nixon Shock
Bretton Woods System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dol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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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가 세계의 기축통화로 자리잡게 된 것은 브레튼우즈 체제의 출범 부터입니다. 아직 2차세계대전이 진행중이던 1944년, 연합국 대표들은 미국의 브랜튼우즈에 모여 달러를 기축통화로 인정하기로 합의합니다. 이로써 달러는 국제무역의 기본 통화이자 세계의 여러 나라 화폐의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세계 여러 나라 정부가 달러를 기축통화로 받아들인 이유는 미국의 국력이 강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 정부가 금본위제 (gold standard)에 따라 달러를 가져오면 금으로 바꿔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즉, 달러의 가치는 곧 금의 가치였고, 따라서 달러는 믿을 수 있는 화폐였죠.
하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바뀌게 됩니다. 60년대 호황을 구가하던 미국 경제는 1970년대에 침체기에 접어들고, 경기는 나쁜데 물가는 오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재선을 노리던 닉슨 대통령으로서는 경기 활성화가 중요했죠. 하지만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미국 정부가 물가를 잡으면서 경기를 살리기는 무척 힘든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달러에 대한 믿음이 떨어진 외국 정부들은 달러를 내놓고 "약속대로 금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당시 미국 정부가 보유한 금은 전체 달러 발행액의 22%밖에 되지 않았기에 외국 정부들의 요구대로 금을 주다간 금이 바닥날 위기였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고자 닉슨 대통령은 1971년 8월 15일에 임금과 물가를 동결하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추가하고, 금본위제를 포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즉, "달러를 가져오면 금을 주겠다"는 약속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이지요.
임금과 물가 동결 덕분에 미국 경제는 일단 안정을 되찾았습니다만, 금이라는 가치의 근원이 사라진 달러화의 가치는 폭락하게 됩니다. 브랜튼우즈 협약에서 금 1온스를 35달러로 규정했는데, 나중엔 1온스에 850달러까지 금값이 폭등합니다 (지금 금값이 1온스에 720달러 수준입니다. 즉 70년대말 보다 낮은 셈이지요). 이와 함께 원유가격도 오르는데, 사실 금값에 비하면 기름값이 덜 오른 셈입니다. 그러니 어찌보면 70년대의 유가폭등은 달러화 폭락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70년대의 두자릿수 물가상승을 끝낸 사람은 FRB의장인 폴 보커 (Paul Volcker)입니다. 폴 보커는 카터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도 FRB를 이끌며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대폭 인상하는 정책을 씁니다. 물가를 잡고 나자 경제도 다시 살아나게 되었고, 미국은 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벗어나 경제적 번영을 누리게 됩니다 (현재 폴 보커는 민주당 대통령후보 버락 오바마의 경제고문으로 활동중입니다).
폴 보커의 뒤를 이어 FRB 의장이 된 앨런 그린스펀은 90년대 경제호황을 이끕니다. 90년대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린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2차대전 이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가 장년기에 이르러 최고의 생산성을 보였고, 인터넷의 발달로 통신, 물류 비용이 대폭 줄어들어 생산비 절감이 가능했고, 세계화로 인해 물가가 싼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 미국으로 들어와 물가가 안정되었다는 점 등입니다. 이와 함께 그린스펀의 적극적인 저금리 정책도 빼놓을 수 없겠죠.
하지만 저금리 정책은 경기를 활성화하는 대신 거품을 만들어내는 법이죠. 실제로 미국은 2000년대 들어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주택가격 거품이 일어났고,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이 됩니다. 또한 경기 활성화를 위해 통화량 공급을 늘렸으니 달러화의 가치는 점차 떨어져 (흔한 물건은 가치가 없듯, 발행량이 많은 돈은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죠) 상대적으로 원자재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70년대식 인플레이션이 돌아온 것이지요.
지금 미국은 무역적자와 정부의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태입니다. 이는 곧 미국이 달러화 공급을 줄일 수 없다는 뜻이지요. 게다가 미국정부는 금융구제를 위한 700억달러 등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돈을 더 풀 계획입니다. 이는 앞으로도 달러화가 많이 공급된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달러화의 가치는 언젠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돌이켜 본다면 1944년 달러화의 가치는 금에 기초했고, 따라서 세계 많은 나라가 달러를 통화의 기준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달러화는 아무런 실체가 없이, 사람들의 심리에 의존하는 화폐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이러한 심리에 변화가 온다면 달러화의 가치는 폭락할찌도 모르는 일입니다. 결국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방치하고, 빚으로 경제를 이끌어 온 미국인들이 오늘날 달러화의 가치하락이라는 댓가를 치르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인류 역사상 종이돈이 장기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종이돈은 늘 돈을 필요로하는 정부가 통화량을 늘려 결국 휴지조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죠. 과연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는 경제위기가 이러한 과정의 일부분일까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금 상황은 쉽게 해답을 찾기 힘들어 보입니다. 과연 미국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할찌 주목하게 됩니다.
참고문헌
The Trillion Dollar Meltdown by Charles R. Morris
Nixon Sh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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