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테일은 흔히 말하는 박리다매와 연관이 깊습니다. 롱테일이 인기가 많지 않은 상품 여러 종류를 팔아서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방식이라면, 박리다매는 마진이 높지 않은 상품을 많이 팔아서 많은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죠. 그런데 롱테일이 개인이나 작은 회사가 실천하기 어려운 전략이듯, 박리다매도 개인이나 작은 회사가 실천하기 어려운 전략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입니다.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가게가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다른 가게가 800원에 사다 1000원에 파는 물건을 이 가게는 900원에 팝니다. 그러면 단가가 10% 싸게 팔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는 이 가게에서 물건을 사겠죠. 하지만 단가는 10% 떨어진데 비해 마진은 50% 하락했습니다 (과거에는 200원 이익, 지금은 100원 이익). 따라서 손님이 두 배 들어야 겨우 다른 가게 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또한 손님이 많이 오면 인건비를 비롯한 운영비도 더 많이 들 수 있죠. 따라서 박리다매를 잘못하다간 가게 운영만 복잡해지고, 수익은 더 적을 수가 있죠. 박리다매에 성공하려면 롱테일 비즈니스에 성공하는 기업들 (아마존, 이베이, iTunes Store)처럼 규모가 커야 합니다. 그래야 대량으로 물건을 사오면서 가격을 깎을 수가 있고, 확실하게 가격을 내려 고객을 많이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규모가 크지 않은 가게가 박리다매전략을 취하려면, 비슷한 업종의 가게끼리 모여 상권을 형성해야 합니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다양한 물건을 비교해 사려고 이러한 상가로 모이고, 손님이 많이 모이기에 박리다매가 가능합니다. 용산 전자상가는 원래 이러한 개념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용산 전자상가는 이름 그대로 전자제품 취급 상점이 모인 곳입니다. 다양한 전자제품을 사려는 사람은 용산에 가면 원하는 제품을 모두 구할 수 있기에 많은 소비자가 이곳을 찾습니다. 이렇게 많은 손님이 찾아오기에 시중보다 싸게 물건을 판매해도 이익을 낼 수 있죠. 하지만 앞서 말했듯, 박리다매는 잘못하다간 고생만 많이 하고 수익은 적을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한 두 명에게 바가지를 씌우면 열명에게 싼 값에 물건을 판 것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죠. 이러한 이유에서, 일부 상인이 무지한 소비자에게 비싼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하면서 용산의 이미지가 매우 나빠졌습니다.

이들 악덕 상인은 바가지를 씌우기 위해 앞서 말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합니다. 상인은 다양한 제품의 가격에 대해 매우 잘 알지만, 소비자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죠. 문제는 소비자 중에 가격을 아는 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이 섞였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소비자의 정보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개발합니다. 바로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라는 질문이죠. 이 질문을 던지면, 소비자의 정보 수준이 드러나고, 그에 따라 상인은 판매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소비자가 제품의 가격을 먼저 부르면서 흥정을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상인과 소비자의 정보 비대칭성은 보편적인 현상이고, 따라서 최소한 상인이 먼저 원하는 가격을 공개함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약화하는 것이 정상이기 때문이죠. 손님이 왔을 때, 이 손님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면, 상인은 손님을 놓칠 위험을 감수하고 가격을 비싸게 부르거나, 아니면 이익이 적게 남을 것을 각오하고 적정가격을 불러야 합니다. 그런데 가격을 비싸게 부를 수록 손님이 그냥 갈 가능성이 많아지고, 가격을 저렴하게 부를 수록 제품을 팔 가능성이 커집니다. 결국 여러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솔직하게 가격을 부르는 것이 가장 많은 사람에게 제품을 팔고, 가장 많은 이익을 남기는 방법이 되겠죠. 실제로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 상가에 가보면 특정 제품에 대해 대부분의 가게가 비슷한 가격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손님이 이 제품의 가격을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시중가 10만원짜리 제품에 대해 손님에게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하고 물을 때 손님이 "9만원이요" 한다면, 이 손님에게는 팔아도 얼마 남지 않는 다는 사실이 명백해집니다. 그러면 "그냥 거기서 사세요"하고 돌려보내면 되죠. "10만원이요" 한다면 시중가로 팔면 됩니다. "12만원이요" 또는 "잘모르는데요" 한다면 시중가격 보다 몇만원 더 불러도 살 가능성이 커집니다. 즉,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라는 질문 하나로 정보의 비대칭성은 강화하고, 롱테일 비즈니스 (싼 값에 많은 제품을 판매)는 숏헤드 비즈니스 (소수의 비싼 제품을 판매)로 탈바꿈합니다. 물론 이는 상도덕에 어긋나지만, 롱테일과 숏헤드를 섞어 최대의 이윤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인에겐 커다란 유혹일 수 밖에 없죠.

따라서 용산에 물건을 사러 간다면, 정보의 비대칭성을 최대한 제거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가격 조사를 미리 해서 가야 한다는 말이죠. 그리고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라고 말하는 가게는 피해야 합니다 (이렇게 물어보지 않는 가게가 얼마나 있을찌는 모르겠지만). 정직한 상인이라면, 판매가격을 먼저 공개해야죠. 문제는, 가격을 잘 아는 소비자는 그리 환영 받지 못하기에, 발품을 팔 각오를 해야 하겠죠. 하지만 여기 저기 다니다 보면, 그냥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편이 속편하다는 생각이 들겠죠. 사실 인터넷에서 전자제품을 파는 가게 중 많은 업소가 용산에 있기에, 어차피 용산에서 물건을 사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단,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하면 상인이 가격을 먼저 공개하지 않을 수 없고, 소비자는 많은 업체를 비교하며 살 수 있기에 소비자가 절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결국 용산 전자상가는 롱테일에서 출발했다가 숏헤드를 동시에 추구함으로 신뢰를 잃어버렸습니다. 용산 전자상가가 다시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곳으로 거듭나려면 숏헤드의 유혹을 이겨내고, 정직한 가격으로 많은 소비자에게 물건을 파는 롱테일 비즈니스로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P.S. 새해가 밝았습니다. 좋은 일 가득한 한 해 되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 (__) (-_-)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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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