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인터넷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던 미네르바님이 검찰에 수감되어 조사를 받았고, 현재 영장 심사가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이미 알려졌듯,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글을 쓴 박모씨는 30대의 남성으로 전문대 출신에 무직이고, 경제를 전공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언론에서는 박씨가 무슨 대단한 죄인이기라도 한 듯 그가 사는 집 사진을 공개하는 등 수선을 떨었지만, 사실 법적으로 그의 죄는 "정부가 금융기관의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는 짧은 글을 쓴 것 뿐입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외환 시장 관계자는 하지만 '정부가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에 환율 안정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면서 '공문을 보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정부가 이들과 직접 미팅을 갖고 달러매입을 자제하도록 요청한 사실을 분명하게 알고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정부는 금융기관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박씨는 이를 "공문을 보냈다"고 과장했으니 언론에 신분이 다 공개되는 망신을 당하고 영장심사를 거쳐 감옥에 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검찰이 박씨에게 쓰도록 한 경제전망 글을 읽어보면, "정말 이 사람이 미네르바 맞는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미네르바님이 인기를 끈 것은, 글 속에 담긴 정보나 통찰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힘이 대단했기 때문이죠. 저도 전에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읽다가 "야, 이 사람 정말 글 잘쓰네"하는 생각이 들어 저자를 보니 미네르바님이더군요. 그런데 박씨가 쓴 글엔 그러한 글의 힘이 안보이고, 그냥 여러가지 사실의 나열 뿐이었습니다. 물론 검찰 조사라는 극도의 위축되는 상황 속에서 썼기에 평소의 실력이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고, 전문적인 분석이 아닌 느낌을 바탕으로 한 판단이기에 제가 틀릴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찜찜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만약 박씨가 미네르바라면, 앞뒤가 안맞는 부분이 많습니다. 우선, 박씨는 신동아에 글을 올린 적이 없다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신동아는 가짜 미네르바에게 속았거나, 자체적으로 미네르바의 글을 지어냈거나, 아니면 미네르바가 한 명 더 있어야 합니다. 신동아는 빨리 이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작년에 매일경제는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을 빌어 “(미네르바의) 나이는 50대 초반이고 증권사에 다녔고 또 해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남자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박씨는 이와 다르니 매일경제, 또는 정보당국 관계자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셈입니다. 매일경제도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길 바랍니다.
물론 박씨가 진짜 미네르바가 맞을 수도 있고, 특히 IP 주소가 일치한다면 이는 거부하기 힘든 중요한 증거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언론의 보도 방향은 균형을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박씨가 30대의 무직자이고, 경제를 전공하지 않았으며, 전문대를 나왔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언론의 태도는 "이렇게 자격도 안되는 사람이 글을 써서 대중을 호도했다"는 식입니다. 그런데, 사실 저도 30대이고, 저도 경제를 전공하지 않았고 (박씨가 3년제 대학 출신인데 비해 저는 4년제를 나왔으니 그나마 낫다고 해야 할까요?), 봄 부터 일을 할 계획이긴 하지만 지금은 직업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경제에 대해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리면 안되는 것일까요? 그리고 사람들은 "자격이 없는 사람이 쓴 글이니 이 사람 글은 믿지 말아야 한다"고 반응해야 하는 것일까요?
언론은 박씨가 "외국계 증권사에서 일한다는 식으로 속였다"고 강조하지만, 사실 미네르바님은 작년말까지 계속 자신을 "고구마 굽는 늙은이"로 소개했습니다. 즉, 그는 거짓 권위의 옷을 입고 대중을 속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 지식이 별로 없는 일반인으로 자신을 소개했고, 사람들이 그의 글에 열광한 것은 그의 나이와 직업 때문이 아니라, 그의 글 자체 때문입니다.
박씨의 구속소식이 전해진 이후로 글을 삭제하는 이른바 "인터넷 고수"분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결국 박씨가 미네르바든 아니든 인터넷 여론의 약화는 성공하였고, 이를 보고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고라 같은 토론의 장은 언론이 잘 다루지 않는 문제를 공개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언론을 보완하는 역할을 합니다. 만약 아고라 같은 공개적인 장소가 위축된다면 부정적인 여론은 한층 더 깊이 숨어들어 인터넷은 근거없는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무질서한 세상이 되고 말 것입니다. 건전한 대안의 목소리가 살아 있는 인터넷을 만들려면 글 쓰는 사람도 조심해야 겠지만, 정부와 언론도 인터넷을 적으로 삼아 억압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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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검찰이 박씨에게 쓰도록 한 경제전망 글을 읽어보면, "정말 이 사람이 미네르바 맞는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미네르바님이 인기를 끈 것은, 글 속에 담긴 정보나 통찰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힘이 대단했기 때문이죠. 저도 전에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읽다가 "야, 이 사람 정말 글 잘쓰네"하는 생각이 들어 저자를 보니 미네르바님이더군요. 그런데 박씨가 쓴 글엔 그러한 글의 힘이 안보이고, 그냥 여러가지 사실의 나열 뿐이었습니다. 물론 검찰 조사라는 극도의 위축되는 상황 속에서 썼기에 평소의 실력이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고, 전문적인 분석이 아닌 느낌을 바탕으로 한 판단이기에 제가 틀릴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찜찜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만약 박씨가 미네르바라면, 앞뒤가 안맞는 부분이 많습니다. 우선, 박씨는 신동아에 글을 올린 적이 없다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신동아는 가짜 미네르바에게 속았거나, 자체적으로 미네르바의 글을 지어냈거나, 아니면 미네르바가 한 명 더 있어야 합니다. 신동아는 빨리 이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작년에 매일경제는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을 빌어 “(미네르바의) 나이는 50대 초반이고 증권사에 다녔고 또 해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남자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박씨는 이와 다르니 매일경제, 또는 정보당국 관계자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셈입니다. 매일경제도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길 바랍니다.
물론 박씨가 진짜 미네르바가 맞을 수도 있고, 특히 IP 주소가 일치한다면 이는 거부하기 힘든 중요한 증거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언론의 보도 방향은 균형을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박씨가 30대의 무직자이고, 경제를 전공하지 않았으며, 전문대를 나왔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언론의 태도는 "이렇게 자격도 안되는 사람이 글을 써서 대중을 호도했다"는 식입니다. 그런데, 사실 저도 30대이고, 저도 경제를 전공하지 않았고 (박씨가 3년제 대학 출신인데 비해 저는 4년제를 나왔으니 그나마 낫다고 해야 할까요?), 봄 부터 일을 할 계획이긴 하지만 지금은 직업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경제에 대해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리면 안되는 것일까요? 그리고 사람들은 "자격이 없는 사람이 쓴 글이니 이 사람 글은 믿지 말아야 한다"고 반응해야 하는 것일까요?
언론은 박씨가 "외국계 증권사에서 일한다는 식으로 속였다"고 강조하지만, 사실 미네르바님은 작년말까지 계속 자신을 "고구마 굽는 늙은이"로 소개했습니다. 즉, 그는 거짓 권위의 옷을 입고 대중을 속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 지식이 별로 없는 일반인으로 자신을 소개했고, 사람들이 그의 글에 열광한 것은 그의 나이와 직업 때문이 아니라, 그의 글 자체 때문입니다.
박씨의 구속소식이 전해진 이후로 글을 삭제하는 이른바 "인터넷 고수"분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결국 박씨가 미네르바든 아니든 인터넷 여론의 약화는 성공하였고, 이를 보고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고라 같은 토론의 장은 언론이 잘 다루지 않는 문제를 공개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언론을 보완하는 역할을 합니다. 만약 아고라 같은 공개적인 장소가 위축된다면 부정적인 여론은 한층 더 깊이 숨어들어 인터넷은 근거없는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무질서한 세상이 되고 말 것입니다. 건전한 대안의 목소리가 살아 있는 인터넷을 만들려면 글 쓰는 사람도 조심해야 겠지만, 정부와 언론도 인터넷을 적으로 삼아 억압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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