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용산 재개발지역에서는 철거민이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해 다섯 명의 철거민과 한 명의 경찰이 사망하는 큰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의 원인은 철거민이 화염병을 던지는 등 격하게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경찰 특공대가 투입되었기 때문입니다. 경찰 특공대는 테러리스트를 제압하기 위한 특수부대입니다. 따라서 훈련도 강도 높게 받은 사람이고, 시각적으로도 상대를 위협하는 능력이 뛰어나죠. 따라서 평범한 사람들은 경찰 특공대가 자신들을 제압하려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겁에 질려 극단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화염병으로 극렬히 저항하다 큰 참사가 났습니다.

한승수 총리는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불법폭력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어느 누구에 의한 것이라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철거민에 대한 책임추궁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철거민들은 이처럼 극한 투쟁을 벌였을까요? 일부의 주장대로, 보상금 몇푼을 더 받기 위해 어거지를 부리다 화를 자초한 것일까요? 입장을 바꿔서, 여러분이라면 돈 몇 푼을 더 받자고 한 겨울에 화염병 들고 물대포 맞아가며 경찰특공대와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겠습니까?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이 철거민들은 건물주가 아니라 세입자라는 점입니다. 건물주라면 어차피 돈이 어느 정도는 있을테니 이처럼 극한 저항을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입자는 사정이 다릅니다. 세입자는 쉽게 말해 건물에 세를 들어 살면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입니다. 그런데 전에도 글을 올렸지만, 지금 상황에서 자영업으로 이익을 내기는 극히 힘들고, 적자나 피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요. 하지만 건물이 철거되어 가게를 옮기면 전에 상대하던 고객을 모두 잃고, 또 한 명의 신생 자영업자가 되어서 무한경쟁에 내몰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그냥 철거를 당하면 앞으로 평생 돈벌이를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자영업의 몰락이 이들을 극한 투쟁으로 몰아넣은 셈이죠. 물론 시위를 벌인 이들 중 많은 숫자가 용산 철거민이 아니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이 사태의 본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자영업자로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사회에서 누가 무엇하러 남을 대신해 위험한 시위를 벌이겠습니까? 지금 한국 사회의 중하층은 갈 곳이 없고, 따라서 조금이라도 수익을 얻기 위해선 목숨을 걸 각오를 한 사람들이 많은 형편입니다.

이번 사태의 또다른 원인은 경찰의 무리한 진압입니다. 경찰이 시위대와 협상을 벌이는 과정을 생략하고 경찰 특공대를 투입한 것에 대해 언론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었다고 설명하더군요. 물론 그러한 이유도 있겠습니다만, 더 중요한 이유는 작년에 촛불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무리하게 폭력을 행사 했는데도 어청수 경찰청장이 아무런 책임추궁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이명박 정부는 법치를 강조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불법을 저지르는 시위대에 대해 행한 경찰의 폭력은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불문률이 생겼고, 이러한 분위기가 김석기 내정자로 하여금 우리한 진압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히틀러는 유대인을 대학살 하면서, "터키도 아르메니아인을 대학살하고도 문제가 없지 않았느냐?"고 말했다죠? 하나의 잘못된 사례가 더 큰 잘못을 낳는 법입니다.

어쨌든 이번 사태는 이명박 정부식의 "법치주의"가 얼마나 인간성을 파괴하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엔 시위대 한 명이 사망한 일로 경찰청장이 경질되고 대통령이 사과를 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시위대 다섯 명이 죽은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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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