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제 위기로 인해 사라질 운명에 처한 세 개의 금융기관이 있으니, 직접 자금을 조달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투자은행 (Investment bank), 은행에서 장부에 드러나지 않는 거래를 하기 위해 세운 구조화투자기관 (SIV, Structured investment vehicle), 그리고 헤지펀드입니다. 이 중 헤지펀드의 몰락은 조금 의외인데, 원래 헤지펀드라는 말 자체가 양쪽에 돈을 걸어 위험을 회피한다 (hedge a bet)는데서 왔고, 따라서 헤지펀드는위기 상황에서도 안전해야 정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헤지펀드는 세계적 경제위기가 닥치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투자자들의 환매요구가 거세지면서 몇몇 헤지펀드가 청산되는 등 고전하는 모습입니다. 물론 이번 사태로 모든 헤지펀드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헤지펀드는 어떤 상황에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인식은 바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헤지펀드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양방향으로 동시에 투자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에 경제 위기가 닥쳐서 주가가 떨어졌다면, 주가가 오르길 기대하고 주식을 사들이면서, 동시에 위기가 심해질 것에 대비해서 그 나라 통화를 팔아버립니다. 만약에 경제 사정이 좋아진다면 예상대로 주가가 오르면서 수익을 올리고, 통화 부분에 대해서는 손해를 보겠지요. 반대로 경제 사정이 계속 나빠진다면 주식에서 손해를 보지만 통화 부분에서 이익을 올립니다. 따라서 예상이 빗나가도 손해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그럴 듯 하지만, 실제로는 위험을 피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선, 투자를 양방향 (오르는 쪽과 내리는 쪽)으로 동시에 할 때, 투자금액이 비슷하다면 한쪽에 수익이 나도 다른 쪽에서 까먹어서 결국 수익률은 높지 않습니다. 만약 한쪽으로만 많이 투자한다면 이익이 날 땐 크게 나겠지만, 예상이 어긋나 손해를 본다면 손해를 만회하기가 힘들어집니다. 결국, 이런 방식의 헤징은 손실을 만회할 장치를 마련하는 대신, 이익도 줄여야 하죠.
같은 상품 (또는 비슷한 상품)이 다른 가격으로 거래될 때, 그 가격 차이를 이용한 거래는 위험을 회피하는 또다른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국채는 시장에 방금 풀린 채권 (on-the-run)과, 몇달 전에 풀린 채권 (off-the-run)의 가격이 다릅니다. 새로 나온 채권이 유통이 더 잘되기 때문에 조금 더 비싸기 때문이죠. 하지만 몇년 지나다 보면 몇달 정도 차이는 무시되고, 결국 두 채권의 가격이 같아집니다. 따라서, 새로 나온 채권을 short(매도)하고, 몇달 전에 나온 채권을 long(매수)한다면, 나중에는 두 가격의 차이에서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arbitrage거래입니다. LTCM도 이러한 아르비트라지 거래로 많은 수익을 올렸죠. 하지만 arbitrage 거래는 이익을 많이 올릴 수록 경쟁자가 많아져서 수익이 줄어들고, 이익을 찾고자 다른 영역으로 옮겨가기 마련입니다. LTCM도 처음엔 arbitrage 거래만 했지만, 나중엔 고수익을 얻기 위해 외환거래에도 손을 대는 등, 고유의 영역이 아닌 영역에 뛰어들었다가 몰락했죠. Arbitrage 거래는 거의 위험이 적지만, 그만큼 수익도 적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외환 거래에서 선물환은 위험을 피하는 거래지만, 그만큼 큰 수익을 얻을 가능성도 포기를 해야 합니다. 선물환 거래란 지금 환율을 기준으로 해서 거래를 하되, 현금의 교환은 나중에 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조선업체가 1년 후 선박 건조가 끝난 후 백만 달러를 받는다고 할 때, 1년 후에 달러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면 손해를 보겠죠. 따라서 지금 환율 + 원화와 달러화의 이자율 차이를 기준으로 삼아 거래를 한다면, 1년후의 환율이 얼마든 원화 수익을 확정할 수 있죠. 하지만, 선물환 거래를 하고 나서 1년 후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면, 조선업체는 큰 이익을 얻을 기회를 잃는 셈입니다. 이는 외국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환헤지를 한 펀드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해를 방지함과 동시에 환율 변동으로 인한 이익도 포기하는 셈이죠. 실제로 최근에 원화 가치가 떨어져 외국 펀드의 투자 손실분을 만회한 분들도 있지만, 환헤지를 했기에 원화 가치 하락의 이득을 전혀 얻지 못한 분도 많다고 합니다.
결국, 금융에서 고위험 고수익, 저위험 저수익이라는 원칙은 거의 변함이 없습니다. 문제는 "첨단 금융 공학"을 이용했기에 저위험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금융 상품이 있다는 식으로 설명을 하는 은행, 이 말을 믿고 금융 상품을 사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금융상품이 특별히 수익률이 좋다면, 이는 이 상품이 손해를 볼 가능성도 크기 때문입니다. 후순위채가 대표적인 예인데, 요즘 저금리 시대라고 해서 7%대의 이자를 주는 후순위채권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기사가 눈에 띄더군요. 전에도 썼지만, 후순위채권은 은행이 망하면 전혀 투자금을 찾을 수 없는 위험한 상품입니다 (그에 비해 일반 예금상품은 어느 한도 까지 원리금 보장이 되기에 훨씬 더 안전하죠). 물론 은행의 재정건전성이 좋다면 후순위채도 안전하겠지만, 이렇게 안전한 후순위채권은 금리가 7%대로 높을 리가 없겠죠.
시카고 학파의 태두인 밀턴 프리드만은 "공짜 점심은 없다" (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라는 말을 즐겨했다고 합니다. 모든 일에는 댓가가 따른다는 말인데, 당연한 듯 싶으면서도 쉽게 잊게 되는 진리입니다. "환율 변동의 위험도 피하고, 이익도 얻으면서 안전한" KIKO나, "공짜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인식된 일본 기업의 우선주 (preference share)가 결국 큰 문제를 일으킨 것은,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앞으로도 금융 거래를 하기에 앞서, "혹시 이 상품은 공짜 점심은 아닌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공짜 점심은 언젠가 배탈을 일으키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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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양방향으로 동시에 투자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에 경제 위기가 닥쳐서 주가가 떨어졌다면, 주가가 오르길 기대하고 주식을 사들이면서, 동시에 위기가 심해질 것에 대비해서 그 나라 통화를 팔아버립니다. 만약에 경제 사정이 좋아진다면 예상대로 주가가 오르면서 수익을 올리고, 통화 부분에 대해서는 손해를 보겠지요. 반대로 경제 사정이 계속 나빠진다면 주식에서 손해를 보지만 통화 부분에서 이익을 올립니다. 따라서 예상이 빗나가도 손해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그럴 듯 하지만, 실제로는 위험을 피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선, 투자를 양방향 (오르는 쪽과 내리는 쪽)으로 동시에 할 때, 투자금액이 비슷하다면 한쪽에 수익이 나도 다른 쪽에서 까먹어서 결국 수익률은 높지 않습니다. 만약 한쪽으로만 많이 투자한다면 이익이 날 땐 크게 나겠지만, 예상이 어긋나 손해를 본다면 손해를 만회하기가 힘들어집니다. 결국, 이런 방식의 헤징은 손실을 만회할 장치를 마련하는 대신, 이익도 줄여야 하죠.
같은 상품 (또는 비슷한 상품)이 다른 가격으로 거래될 때, 그 가격 차이를 이용한 거래는 위험을 회피하는 또다른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국채는 시장에 방금 풀린 채권 (on-the-run)과, 몇달 전에 풀린 채권 (off-the-run)의 가격이 다릅니다. 새로 나온 채권이 유통이 더 잘되기 때문에 조금 더 비싸기 때문이죠. 하지만 몇년 지나다 보면 몇달 정도 차이는 무시되고, 결국 두 채권의 가격이 같아집니다. 따라서, 새로 나온 채권을 short(매도)하고, 몇달 전에 나온 채권을 long(매수)한다면, 나중에는 두 가격의 차이에서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arbitrage거래입니다. LTCM도 이러한 아르비트라지 거래로 많은 수익을 올렸죠. 하지만 arbitrage 거래는 이익을 많이 올릴 수록 경쟁자가 많아져서 수익이 줄어들고, 이익을 찾고자 다른 영역으로 옮겨가기 마련입니다. LTCM도 처음엔 arbitrage 거래만 했지만, 나중엔 고수익을 얻기 위해 외환거래에도 손을 대는 등, 고유의 영역이 아닌 영역에 뛰어들었다가 몰락했죠. Arbitrage 거래는 거의 위험이 적지만, 그만큼 수익도 적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외환 거래에서 선물환은 위험을 피하는 거래지만, 그만큼 큰 수익을 얻을 가능성도 포기를 해야 합니다. 선물환 거래란 지금 환율을 기준으로 해서 거래를 하되, 현금의 교환은 나중에 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조선업체가 1년 후 선박 건조가 끝난 후 백만 달러를 받는다고 할 때, 1년 후에 달러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면 손해를 보겠죠. 따라서 지금 환율 + 원화와 달러화의 이자율 차이를 기준으로 삼아 거래를 한다면, 1년후의 환율이 얼마든 원화 수익을 확정할 수 있죠. 하지만, 선물환 거래를 하고 나서 1년 후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면, 조선업체는 큰 이익을 얻을 기회를 잃는 셈입니다. 이는 외국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환헤지를 한 펀드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해를 방지함과 동시에 환율 변동으로 인한 이익도 포기하는 셈이죠. 실제로 최근에 원화 가치가 떨어져 외국 펀드의 투자 손실분을 만회한 분들도 있지만, 환헤지를 했기에 원화 가치 하락의 이득을 전혀 얻지 못한 분도 많다고 합니다.
결국, 금융에서 고위험 고수익, 저위험 저수익이라는 원칙은 거의 변함이 없습니다. 문제는 "첨단 금융 공학"을 이용했기에 저위험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금융 상품이 있다는 식으로 설명을 하는 은행, 이 말을 믿고 금융 상품을 사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금융상품이 특별히 수익률이 좋다면, 이는 이 상품이 손해를 볼 가능성도 크기 때문입니다. 후순위채가 대표적인 예인데, 요즘 저금리 시대라고 해서 7%대의 이자를 주는 후순위채권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기사가 눈에 띄더군요. 전에도 썼지만, 후순위채권은 은행이 망하면 전혀 투자금을 찾을 수 없는 위험한 상품입니다 (그에 비해 일반 예금상품은 어느 한도 까지 원리금 보장이 되기에 훨씬 더 안전하죠). 물론 은행의 재정건전성이 좋다면 후순위채도 안전하겠지만, 이렇게 안전한 후순위채권은 금리가 7%대로 높을 리가 없겠죠.
시카고 학파의 태두인 밀턴 프리드만은 "공짜 점심은 없다" (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라는 말을 즐겨했다고 합니다. 모든 일에는 댓가가 따른다는 말인데, 당연한 듯 싶으면서도 쉽게 잊게 되는 진리입니다. "환율 변동의 위험도 피하고, 이익도 얻으면서 안전한" KIKO나, "공짜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인식된 일본 기업의 우선주 (preference share)가 결국 큰 문제를 일으킨 것은,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앞으로도 금융 거래를 하기에 앞서, "혹시 이 상품은 공짜 점심은 아닌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공짜 점심은 언젠가 배탈을 일으키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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