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유럽

해외 2009/02/2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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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이후로 다시 가치가 떨어지는 중인 유로화)

최근 세계 경제의 또 다른 위험요인으로 유럽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지난주 동유럽 경제 위기에 대한 무디스의 보고서가 나온 이후로, 동유럽에 돈을 많이 빌려준 서유럽의 은행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럽 경제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는 양상이 보입니다.

작년 9월 세계 경제 위기가 시작될 때만 해도 유럽이 미국보다 위기를 잘 극복하리라고 보는 견해가 많았습니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빚을 내서 과소비를 하는 소비주의가 덜하고, 기업이나 은행들도 미국보다 보수적인 경향이 강하기에 위험한 투자를 적게 한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유럽의 금융기관도 미국과 큰 차이가 없이 위험한 투자를 많이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는 유럽 경제에 대한 신뢰의 상실로 이어졌습니다.

미국은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을 겪으면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는 법을 통과하였고, 이 법에 따라 위험한 투자는 투자은행만 할 수 있었지만, 유럽은 이러한 구분이 없었기 때문에 일반 은행이 고위험 고수익 사업에 뛰어들어도 법적인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실제로 1998년 미국에서 LTCM이 고위험 고수익 거래를 벌이다 파산의 위험에 처하는 사건이 벌어질 때, LTCM과 함께 가장 큰 손실을 본 기관 중 하나가 바로 스위스의 UBS였죠. 이처럼 유럽의 금융기관들은 월스트리트의 파생상품부터 동유럽까지 고수익을 쫓아 위험을 감수하며 많은 돈을 빌려줬고, 그 결과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닥치자 미국 은행들 만큼이나 많은 손해를 봤습니다.

앞서 미국과 프랑스에서 언급했듯, 미국과 프랑스는 문화가 다르고, 따라서 경제를 대하는 태도도 다릅니다. 쉽게 말해 미국인은 무조건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사람이 많은데 비해, 프랑스는 포도주를 마시며 예술을 논하는 등 인생을 즐기려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많죠. 하지만 최근에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도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동경이 많이 늘었고, 미국인들처럼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여 돈을 벌고 싶어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그러한 변화의 대표적인 예로 비방디 유니버셜의 회장이었던 장-마리 메시에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들 수 있습니다.

메시에는 Compagnie Générale des Eaux 라는 작은 회사에서 시작해 인수합병을 통해 유럽에서 미국, 상수도사업에서 영화산업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재벌을 세웁니다. 그런데 그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벌인 공격적 인수합병은 80년대 미국 기업들의 전략 그대로입니다. 즉, 그는 미국 기업들이 과거에 쓰던 방식대로 미국 기업을 먹어치움으로 미국 경제계의 허를 찌른 셈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인수 합병은 현금 흐름에 조금마한 문제만 생겨도 위기에 처하는 허약한 기업을 낳기 마련이고, 실제로 비방디 유니버셜이 적자를 기록하자 메시에는 회장직에서 쫓겨나고, 그가 건설한 제국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고 맙니다.

사르코지는 이민자의 아들로 프랑스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점에서 뿐 아니라, 여러 가지로 특이한 존재입니다. 샤를 드골에서 자끄 시라크까지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과 각을 세움으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켰습니다. 그런데 사르코지는 처음부터 미국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표현하였고, 프랑스에 미국식 자본주의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중입니다. 물론 프랑스의 문화가 워낙 미국 문화와 다르고, 프랑스에는 전통적인 기득권을 누리는 수많은 세력 (노조, 농민, 심지어 도시 빈민까지)이 있기에 그의 개혁이 이루어질찌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프랑스에서 사르코지처럼 친자본주의, 친미 인사가 대통령으로 당선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프랑스 내에 "미국을 닯고 싶다"는 마음을 품은 사람이 꽤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원인이야 어찌되었든, 유럽 경제는 위기에 처한 듯 하고, 이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찌가 문제인데, 이를 예측하기 위해 독일 국채와 다른 나라 국채의 이자율 차이인 spread vs bund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다음은 11월의 spread vs bund입니다.


다음은 오늘자 spread vs bund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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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비교해 보면 세 달 만에 유럽 국가들의 Spead vs bund가 많이 벌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유로화의 미래는?에 썼듯, spread vs bund가 벌어진다는 것은 유럽 각국 경제에 대한 평가의 차이가 커졌다는 뜻입니다. 유럽 여러 나라가 유로화라는 하나의 통화를 쓰는데, 이렇게 나라마다 경제상황이 다르다면 결국 유로화는 유지되기가 힘듭니다. 물론 프랑스와 독일이 많은 희생을 해가면서 다른 나라를 도와준다면 유로화 체제가 유지될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경제 위기가 심해지고, 프랑스와 독일에도 실업자가 늘어나는 판에 "유럽 통합"이라는 명분을 위해 프랑스와 독일이 다른 나라의 짐을 계속 지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유로화의 실험은 실패로 끝나고 말 가능성이 크겠죠.

아직은 위기의 시작 단계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긴 힘들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유럽, 특히 유로화의 미래가 그리 밝아보이지는 않습니다. 과연 유럽이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찌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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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