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작한 라디오 연설이 미국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노변정담 (또는 노변담화)를 모델로 하였다는 사실은 유명합니다. 마찬가지로, 그가 경제위기 극복 방법으로 내세우는 녹색 뉴딜 정책도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을 모델로 하였지요. 그러고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을 연상 시키는 언행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구석엔 루즈벨트 대통령을 닮고 싶다는 욕구를 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리더십의 비결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전혀 파악을 못한 듯 싶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진정한 업적은 뉴딜 정책을 통해 대공황을 끝낸 것이 아닙니다. 사실 오늘날 경제학자 중 뉴딜 정책이 대공황을 끝낸 원인이었다고 보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케인스 학파는 루즈벨트 대통령이 돈을 충분히 풀지 않았기에 대공황을 끝내는데 실패했다고 보고, 다른 학파는 그의 정책으로 시장이 왜곡되어 대공황이 지나치게 오래갔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루즈벨트 대통령에 대한 미국인의 존경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는 그가 미국을 사회적 분열에서 구했기 때문입니다.

18세기 남북전쟁 이후 미국은 갑자기 경제가 성장하는 대호황기를 맞습니다. 사람들은 돈이 넘처나던 이 시기를 금박시대 (The Gilded Age)라고 부르죠. 하지만 금박시대는 부자에게만 황금기였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악몽과 같은 시기였습니다. 당시 유럽은 정부가 경제에 간섭하지 않는 Laissez-faire 시대였고, 미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정부가 간섭하지 않자 부자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였고, 앤드류 카네기, 존 록펠러 (로커펠러), J.P. 모건 등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습니다. 이처럼 부자들이 돈과 권력을 더 끌어 모을수록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졌고, 따라서 대부분의 국민이 소수의 부자에게 시달리는 현실에 대한 국민의 반발은 갈수록 심해졌죠.

20세기가 되자 디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친적)은 부자들의 권력을 제한하고자 신탁회사에 대한 공격을 시작합니다. 당시 부자들은 신탁회사 (Trust)를 통해 경제를 지배하였는데, 디어도어 루즈벨트는 이들의 독점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고자 독점기업 해체에 나서 Trust buster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미국에서 부자의 권력을 해체한 것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자신이 동부 명문가의 자손이었지만, 가난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펼치기 원했고, 대공황을 정부의 영향력을 키우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그는 부자를 견제하기 위해 노조를 지원했고, 부자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고 이 돈으로 서민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였습니다. 결국 그가 재임하던 기간 동안 부자와 서민의 격차는 매우 줄어 들었고,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이를 "대압축" (Great compression)이라고 부르죠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사회통합 업적에 관해선 폴 크루그먼이 쓴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프랭클린 대통령이 부자편을 들지 않고 서민편을 들자, 국민은 열악한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고, 그는 현직 대통령으로 치른 세 번의 대통령선거를 모두 이길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이처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쳤기에 루즈벨트 대통령은 그의 경제 정책의 성공 여부와 상관 없이 지금도 크게 존경받는 것입니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도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 당선된 후, 짧은 시간 안에 IMF 지원금을 값기 위해 여러가지 무리한 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 은행의 대부분이 외국자본에 넘어가는 등 부작용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민주투사로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싸운 경력이나, 국민을 위하는 마음 등은 의심하기가 어려웠고, 그 결과 한국은 외환위기의 충격을 빠른 시일 내에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즉,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는 문제가 많았지만, 그의 진심은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이지요.

지금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경제적으로 보자면 별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만약 그가 진정으로 미국을 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미국인은 여기서 희망을 얻을 수 있고, 그렇다면 위기를 극복할 전기를 마련할지도 모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실업율이 10%가 넘는 상황에서 재선에 성공하였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오바마도 경제에서 실패한다고 해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죠.

그런 점에서 볼 떄,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물론 그의 경제 정책이 성공적이지 못한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사실 지금 경제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한 정부가 없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죠. 하지만 그는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부터 부자와 권력층을 위한 정책을 펼쳤고, 서민은 그가 시장에서 사진을 찍을 때만 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올해 용산 참사까지 발생하고 나니, 많은 국민은 "이 대통령은 우리편이 아니구나"하는 사실을 확인하고야 말았습니다. 이렇게 국민이 마음을 돌린다면, 심리적으로 불황은 더욱 오래가기 마련이고, 같은 불황을 겪어도 더욱 힘들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민심을 수습하기 원한다면 자신의 마음을 점검하는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내 진심은 국민을 위하는데 국민은 몰라준다"고 변명하지 말고, 정말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반성해야 하죠.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 되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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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