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만 불던 경제계에 따뜻한 봄기운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어제 미국 다우지수는 6.84%가 오르면 7800선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이로써 얼마전 6500선까지 떨어졌던 다우의 대반등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도 3월 위기설이 남의 나라 일만큼 멀게 느껴지는데, 1600원선까지 갔던 환율은 1300선으로 내려왔고, 주가도 연일 상승세를 보이는 중입니다. 아직 실물 경제가 나아졌다는 증거는 찾기 힘들지만, 경제위기가 금융 부분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금융 부분이 정상화하면 실물경제도 정상화하리라는 기대를 해보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몇가지 이유에서 세계적 경제위기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자본주의 경제는 늘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기 마련입니다. 호황이 클 수록 불황도 크기 마련이죠. 그런데 미국 경제는 1990년대 초반 이후로 계속 호황을 누렸고,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와 2001년 9/11 사태로 잠시 불황이 왔을 뿐, 큰 관점에서 호황은 거의 20년 가까이 지속되었습니다. 이는 다른 말로 하자면 호황으로 생겨난 거품이 엄청나게 크다는 뜻인데, 지난 반 년간 경제가 큰 홍역을 앓았다고는 하지만 거품은 아직 덜 꺼진 상태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한동안 거품이 꺼져야 하고, 이는 경제위기가 끝나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는 뜻입니다.
두번째로, 경제는 늘 대중의 뜻과 반대로 움직입니다. 특히 모두가 한 방향으로 몰려야 하나의 커다란 흐름이 끝나기 마련이죠. 예를 들어,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애 업은 주부가 장바구니 들고 객장에 나오면 상투다"는 말을 합니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가정주부는 보통 육아와 가사에 바빠 주식에 관심이 없는데, 남들이 "주식을 하면 돈번다더라"니까 자기도 주식을 하려고 객장에 나타날 정도라면 대중이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뜻이고, 따라서 주가의 큰 흐름이 바뀐다고 볼 수 있다는 말이죠. 같은 원리를 적용해 보자면, 대중의 입에서 "경기가 너무나 나쁘고, 좋아질 희망이 안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되어야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인터넷을 잘 살펴보면, "우리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랄지, "곧 경기가 풀릴 것이다"는 일반인의 주장이 많습니다. 이는 바닥은 멀었다는 뜻이지요.
사람들은 전문가의 경기 예측에 귀를 기울이지만, 사실 전문가의 말은 잘 맞지가 않는 법이고, 전문가 중엔 소수의 똑똑한 사람도 섞여 있기 때문에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판단하기가 대단히 힘듭니다. 하지만 대중은 큰 흐름이 바뀌는 순간에는 꼭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대중의 움직임을 잘 관찰한다면 큰 흐름을 집어낼 수가 있죠. 3월 초에 환율이 폭등했을 때, 사람들은 "이제 환율은 끝이 없이 오르겠구나" 했을 때, 저는 대중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느꼈습니다. 얼마 후엔 평소에 환율에 관심 없는 사람 조차 "환태크로 돈을 모으겠다"고 나서기 시작하길래, "그렇다면 환율이 꼭지점에 달했구나"하는 판단이 들었죠. 결국 그때부터 환율이 미끄럼을 타기 시작해 200원 이상 떨어졌습니다. 대중의 판단은 거의 정확히 반대로 맞는 법이죠.
그러면 지금 주가가 오르는 현상은 무엇이냐고 물으시겠지만, 불황기에도 가끔씩 작은 호황은 생기는 법입니다. 미국도 1929년에 주가가 대폭락했지만, 1930년엔 다시 주가가 많이 회복했죠. 하지만 1931년엔 또 주가가 떨어지면서 경제가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이번 랠리도 몇 달 이상 지속될 수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세계 경제가 완전히 위기를 탈출했다는 신호는 아직 없습니다.
위기의 한복판에 서면 위기가 어느 방향으로 갈찌 짐작하기가 극히 힘듭니다. 따라서 위기가 시작하기 전에 앞으로 큰 흐름에 대해 예측하는 것이 중요한데, 저는 2007년 말에 미국발 경제위기가 시작하리라고 예상하였고, 만약 중국, 인도 등이 미국과 상관 없이 경제가 잘 돌아가는 디커플링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장기간 경제 위기가 지속되리라고 판단했습니다. 지금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경제가 미국 경제 이상으로 흔들린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디커플링은 발생하지 않았고, 결국 세계 경제는 장기 불황이 진행하는 중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경기가 좋아지는 듯 보여도 너무 안심하지 마시고, 언젠가 다시 닥칠 불황을 대비하는 태도를 버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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