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하는 베이스엔 한국 사람이 흔치 않은데, 이번에 와 보니 잠시 방문중인 한국분이 한 분 계셔서 반갑더군요. 이 분은 디자인을 잘 하는 분인데, 베이스에서 필요한 홍보용 브로셔를 만드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보통 서양 사람은 브로셔를 만들면 일주일간 도안을 하고, 수정 사항을 말하면 다시 일주일간 고쳐서 두 주 이상 시간이 걸려야 완성이 됩니다. 그런데 이 분은 거의 하루에 디자인을 마치고, 고치는데 하루면 되기 때문에, 이틀이면 뚝딱 브로셔를 만드는 것이죠. 따라서 이 분은 짧은 기간 머물러도 베이스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국인과 일하다 보면 이렇게 일을 빨리빨리 처리하는게 당연하지만, 외국인과 일하다 보면 일처리가 늦어서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 11월 부터 미국인 한 명이 베이스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겠다고 머물렀는데, 결국 완성을 하지 못하고 떠나가더군요. 그렇다고 베이스 홈페이지가 무슨 다이나믹하게 변하는 컨텐츠를 관리하는 복잡한 구조도 아니고, 그냥 90년대식으로 페이지 하나에 부서 하나 소개하면 되는데, 그걸 거의 반년 동안 붙잡고 일해도 끝을 못내니 답답한 일 아니겠습니까.
물론 "한국인은 일을 너무 빨리 해서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일에는 완성에 필요한 속도가 있고, 그러한 속도를 내지 못하면 아무리 시간이 많아도 일이 끝나지 않는 법입니다. 이는 마치 우주선이 대기권을 탈출하려면 충분한 속도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죠.
예를 들어, 외국어로 책을 읽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아마 여러분 중에서도 영어로 책을 읽으려고 시도한 분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천천히 1년안에만 끝내자"라고 생각한 책을 몇 년이 지나도 못 끝낸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하루에 한 페이지만 읽어도 300페이지짜리 책을 1년에 끝내기는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 왜 끝내지를 못하는 것일까요? 이는 책을 읽는 속도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외국어로 책을 완독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좀 근거 없는 소리긴 하지만, 영어로 한 시간에 다섯 페이지를 읽는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면 200페이지 이상 되는 영어책을 끝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작년에 미국인 자원봉사자가 베이스 홈페이지 작업을 시작했을 때, 저도 우리 부서 홈페이지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는 홈페이지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복잡하게 만들 생각은 전혀 없었고, RapidWeaver를 써서 템플릿에 텍스트만 붙여 넣는 방식으로 간단하게 작업을 했습니다. 구조 잡고 필요한 텍스트 작성하는데 일주일 정도가 걸리더군요. 그리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피드백을 받고 몇 주간 더 수정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지 거의 한 달 만에 기존 홈페이지를 새로운 홈페이지로 교체했습니다. 물론 그 후로도 몇 달간 계속 미비한 점을 보완해 나갔죠. 이처럼 초고속으로 끝내려고 하면 초보자도 끝낼 수 있는 일을, 느슨하게 하면 전문가가 몇달을 걸려도 끝이 나지 않는 법입니다.
일을 끝내는데 필요한 속도라는 개념을 교육에 적용해 보면, 우리는 왜 대부분의 대학이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학생을 전문가로 바꾸어 놓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학에 신입생이 들어오면, 그는 각종 교양 강좌부터 듣기 시작합니다. 전공수업도 듣기는 하지만, 처음엔 개론 위주로 넓게 배우다가 나중에야 구체적이고 세분화한 내용을 배웁니다. 이러한 교육 방식 뒤에는 "넓게 가르쳐 교양인을 만들어 낸다"는 철학이 깔려 있습니다. 물론 저도 교양교육의 중요성은 인정하고, 지나치게 전공만 파는 것은 너무 편협한 전문가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에 동의하지만, 이러한 교육방식 때문에 많은 학생이 4년이나 공부를 하고 나서도 전공 분야에 대해 전문가로서 자신감이 없다는 사실은 매우 슬픕니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4년이나 한 분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귀중한지 잘 아실 것입니다.
이와 다른 방식으로는 모듈화 교육(modular education)을 들 수 있습니다. 모듈화 교육은 교육을 여러개의 모듈로 나누어서, 주어진 기간 동안은 하나의 모듈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일하는 단체엔 깨끗한 식수가 부족한 곳에 물을 공급하는 방법을 배우는 3개월짜리 코스가 있습니다. 여기 가면 3개월 동안 물이 오염되는 원인, 물을 정화하는 방법, 각종 펌프와 정수장치 작동 법 등 물에 관계된 내용만 집중적으로 배우죠. 이렇게 3개월간 공부하고 나면 물에 관해선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목적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배우기 때문에 쉽게 전문가가 되는 것이죠.
집중적인 교육이 성공하려면 공부를 하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필요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작년에 외국에 머무는 동안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환율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가 무척 궁금했고, 이 사태를 설명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에 경제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약 6개월간 경제관련 서적을 수십권 읽다 보니 공부가 많이 되더군요. 물론 평소에도 경제에 대해 관심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워낙 막연한 관심이라 공부를 해도 머리에 남는 것이 없었는데, 경제위기 덕에 알차게 공부를 많이하게 된 셈입니다.
결국 인생을 효율적으로 살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분야, 꼭 필요한 분야라면 막연하게 "조금씩 공부하자"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마음 잡고 특정한 기간(3개월, 6개월, 1년 등)동안 열심히 노력해서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이렇게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한 공부는 짧은 기간에도 많은 성과를 내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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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일하다 보면 이렇게 일을 빨리빨리 처리하는게 당연하지만, 외국인과 일하다 보면 일처리가 늦어서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 11월 부터 미국인 한 명이 베이스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겠다고 머물렀는데, 결국 완성을 하지 못하고 떠나가더군요. 그렇다고 베이스 홈페이지가 무슨 다이나믹하게 변하는 컨텐츠를 관리하는 복잡한 구조도 아니고, 그냥 90년대식으로 페이지 하나에 부서 하나 소개하면 되는데, 그걸 거의 반년 동안 붙잡고 일해도 끝을 못내니 답답한 일 아니겠습니까.
물론 "한국인은 일을 너무 빨리 해서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일에는 완성에 필요한 속도가 있고, 그러한 속도를 내지 못하면 아무리 시간이 많아도 일이 끝나지 않는 법입니다. 이는 마치 우주선이 대기권을 탈출하려면 충분한 속도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죠.
예를 들어, 외국어로 책을 읽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아마 여러분 중에서도 영어로 책을 읽으려고 시도한 분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천천히 1년안에만 끝내자"라고 생각한 책을 몇 년이 지나도 못 끝낸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하루에 한 페이지만 읽어도 300페이지짜리 책을 1년에 끝내기는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 왜 끝내지를 못하는 것일까요? 이는 책을 읽는 속도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외국어로 책을 완독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좀 근거 없는 소리긴 하지만, 영어로 한 시간에 다섯 페이지를 읽는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면 200페이지 이상 되는 영어책을 끝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작년에 미국인 자원봉사자가 베이스 홈페이지 작업을 시작했을 때, 저도 우리 부서 홈페이지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는 홈페이지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복잡하게 만들 생각은 전혀 없었고, RapidWeaver를 써서 템플릿에 텍스트만 붙여 넣는 방식으로 간단하게 작업을 했습니다. 구조 잡고 필요한 텍스트 작성하는데 일주일 정도가 걸리더군요. 그리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피드백을 받고 몇 주간 더 수정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지 거의 한 달 만에 기존 홈페이지를 새로운 홈페이지로 교체했습니다. 물론 그 후로도 몇 달간 계속 미비한 점을 보완해 나갔죠. 이처럼 초고속으로 끝내려고 하면 초보자도 끝낼 수 있는 일을, 느슨하게 하면 전문가가 몇달을 걸려도 끝이 나지 않는 법입니다.
일을 끝내는데 필요한 속도라는 개념을 교육에 적용해 보면, 우리는 왜 대부분의 대학이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학생을 전문가로 바꾸어 놓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학에 신입생이 들어오면, 그는 각종 교양 강좌부터 듣기 시작합니다. 전공수업도 듣기는 하지만, 처음엔 개론 위주로 넓게 배우다가 나중에야 구체적이고 세분화한 내용을 배웁니다. 이러한 교육 방식 뒤에는 "넓게 가르쳐 교양인을 만들어 낸다"는 철학이 깔려 있습니다. 물론 저도 교양교육의 중요성은 인정하고, 지나치게 전공만 파는 것은 너무 편협한 전문가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에 동의하지만, 이러한 교육방식 때문에 많은 학생이 4년이나 공부를 하고 나서도 전공 분야에 대해 전문가로서 자신감이 없다는 사실은 매우 슬픕니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4년이나 한 분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귀중한지 잘 아실 것입니다.
이와 다른 방식으로는 모듈화 교육(modular education)을 들 수 있습니다. 모듈화 교육은 교육을 여러개의 모듈로 나누어서, 주어진 기간 동안은 하나의 모듈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일하는 단체엔 깨끗한 식수가 부족한 곳에 물을 공급하는 방법을 배우는 3개월짜리 코스가 있습니다. 여기 가면 3개월 동안 물이 오염되는 원인, 물을 정화하는 방법, 각종 펌프와 정수장치 작동 법 등 물에 관계된 내용만 집중적으로 배우죠. 이렇게 3개월간 공부하고 나면 물에 관해선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목적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배우기 때문에 쉽게 전문가가 되는 것이죠.
집중적인 교육이 성공하려면 공부를 하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필요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작년에 외국에 머무는 동안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환율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가 무척 궁금했고, 이 사태를 설명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에 경제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약 6개월간 경제관련 서적을 수십권 읽다 보니 공부가 많이 되더군요. 물론 평소에도 경제에 대해 관심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워낙 막연한 관심이라 공부를 해도 머리에 남는 것이 없었는데, 경제위기 덕에 알차게 공부를 많이하게 된 셈입니다.
결국 인생을 효율적으로 살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분야, 꼭 필요한 분야라면 막연하게 "조금씩 공부하자"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마음 잡고 특정한 기간(3개월, 6개월, 1년 등)동안 열심히 노력해서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이렇게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한 공부는 짧은 기간에도 많은 성과를 내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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