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의 인터넷에서 가장 창조적 에너지가 넘치는 부분은 바로 만화의 영역입니다. 과거의 만화는 거의 유럽 르네상스 시대의 화실처럼 한 명의 만화가가 여러 명의 문하생을 두고 많은 작품을 생산해내는 방식이었는데 비해, 요즘 인터넷을 주도하는 만화는 주로 한 명의 젊은 만화가가 지극히 개인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씨름하며 창조해내는 방식이기에 훨씬 생동감 넘치고 개성이 강한 작품이 많습니다. 과거엔 만화로 세상과 만나려면 만화책을 출간해야만 했고, 이는 대단한 실력을 인정받아야 가능했기에 자연히 실력을 쌓을 때 까지는 남의 밑에서 열심히 문하생으로 활동하는 일이 당연했지만, 지금은 아이디어만 좋으면 장난 같이 그린 만화로도 인터넷에 발표해 큰 인기를 끌 수 있고, 따라서 젊은이들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죠. 물론 지금도 대부분의 만화가는 만화만 그려서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 만화 붐이 지속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활발하게 창조활동이 이루어지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은 대단히 희망적으로 보입니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하지만 만화를 그리려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그만큼 만화의 인기가 높다는 증거입니다. 만화는 아이들만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른 중에서도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예를 들어, 미드 빅뱅 이론에 보면 이공계 석박사들이 모여 만화가게(comic book store)에 자주 놀러가죠). 그러면 왜 만화는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요? 왜 소설은 읽기 싫어하는 사람이 만화는 돈을 내면서라도 사서 보려고 할까요? 물론 "만화는 웃기니까"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아우슈비츠의 비극을 그린 아트 슈피겔만의 <쥐> 처럼 웃지기 않는 만화도 많습니다. 만화의 인기에 대한 질문은 "만화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처럼 인기가 많은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낳기 마련이죠. 하지만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많아도, 만화의 본질에 대해 연구한 사람은 적습니다.
그런 점에서 스콧 맥클루드의 만화의 이해(Understanding Comics)는 만화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만화로 구성된 이 책은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만화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 깊고 철학적인 탐구를 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만화를 "순차적 예술", 만화의 매력을 "간략화를 통한 감정이입의 용이성"에서 찾는 맥클루드는 다양한 만화를 추상성, 현실성, 언어성이라는 세 축을 기준으로 배치하는데, 이는 대단히 의미 깊은 작업으로 보입니다.
물론 많은 사람은 "만화를 그냥 그리면 되지, 뭣하러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느냐"고 부정적으로 보겠지만, 이는 매우 어리석은 태도입니다. 한 명의 만화가 뒤에는 만화가가 되기 원하는 수백명의 만화가 지망생이 있습니다. 이들은 만화를 잘 그리는 방법을 배우기 원하고, 만화를 잘 그리는 방법을 배우려면 만화의 본질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처럼 만화가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만화의 이론 정립이 필수적이고, 이런 책은 만화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데 크게 기여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어떤 일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그 일을 잘 하도록 가르치는 능력이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모차르트도 귀족 자녀에게 키보드 연주를 가르쳤는데, 영 학생들의 실력이 늘지 않아 학부모들의 불만이 많았다죠. 이처럼 많은 사람은 실력은 있지만, 그 실력을 남에게 전달해줄 능력은 없습니다. 이는 대부분 자신이 하는 일을 이론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자신이 하는 일을 이론적으로 이해한다면, 이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줄 수 있고 그 일을 객관화할 수 있기에 이론적 발전에 기여하기 마련입니다.
물론 이론적인 토대를 쌓아가면서 일하려면 훨씬 시간이 많이 듭니다. 예를 들어, "리더십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지 않고, 그냥 리더가 돼서 조직을 이끌어 보면 훨씬 리더십을 빠르게 키우겠죠. 하지만 리더십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리더가 해야 될 일, 리더가 하면 안 되는 일에 대해 훨씬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따라서 장기적으로 본다면 더 훌륭한 리더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제가 유럽에서 일하면서 배우는 것 중의 하나는 일할 때 이론적 토대를 쌓는 훈련입니다. 유럽인들은 보통 어떤 주제에 대해 가르칠 때, 그 주제의 정의부터 시작합니다. 정의는 곧 본질을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예를 들어, 앞에 소개한 <만화의 이해>도 "만화란 무엇인가?"란 정의를 내리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그에 비해 한국인은 "그거? 대충 아는 일이잖아. 정의 같은 건 필요 없으니, 어떻게 그 일을 잘 하는지부터 시작하자."고 말하는 경우가 많죠. 즉, 유럽인은 What? 부터 시작하는데 비해 한국인은 How?부터 시작하는 셈입니다. 물론 How?부터 시작하면 빨리 앞서갈 수는 있지만, "지금 내가 이 일을 왜 하지?"라는 의문이 들면 답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 단계에 이르고 나면 What?에서 시작한 사람에게 뒤처지기 마련이죠.
전에 여기서 정원 공사를 돕게 되었는데, 같이 일하던 사람이 "일을 너무 빨리 하지 말고, 잠깐 물러서서 일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모라"고 충고하더군요. 땅을 파는데 너무 많이 판 것은 아닌지, 평탄화 작업을 하는데 한쪽으로 기울지는 않았는지 보려면 잠시 일을 멈추고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봐야겠죠. 마찬가지로 다른 일을 할 때도 일의 속도만 생각하지말고, 일의 전체적인 상황이나 큰 그림을 생각하며 일할 때 결국은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이론적 고민, 본질에 대한 고민은 바로 이처럼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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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많이 벌지 못하지만 만화를 그리려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그만큼 만화의 인기가 높다는 증거입니다. 만화는 아이들만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른 중에서도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예를 들어, 미드 빅뱅 이론에 보면 이공계 석박사들이 모여 만화가게(comic book store)에 자주 놀러가죠). 그러면 왜 만화는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요? 왜 소설은 읽기 싫어하는 사람이 만화는 돈을 내면서라도 사서 보려고 할까요? 물론 "만화는 웃기니까"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아우슈비츠의 비극을 그린 아트 슈피겔만의 <쥐> 처럼 웃지기 않는 만화도 많습니다. 만화의 인기에 대한 질문은 "만화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처럼 인기가 많은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낳기 마련이죠. 하지만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많아도, 만화의 본질에 대해 연구한 사람은 적습니다.
그런 점에서 스콧 맥클루드의 만화의 이해(Understanding Comics)는 만화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만화로 구성된 이 책은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만화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 깊고 철학적인 탐구를 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만화를 "순차적 예술", 만화의 매력을 "간략화를 통한 감정이입의 용이성"에서 찾는 맥클루드는 다양한 만화를 추상성, 현실성, 언어성이라는 세 축을 기준으로 배치하는데, 이는 대단히 의미 깊은 작업으로 보입니다.
물론 많은 사람은 "만화를 그냥 그리면 되지, 뭣하러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느냐"고 부정적으로 보겠지만, 이는 매우 어리석은 태도입니다. 한 명의 만화가 뒤에는 만화가가 되기 원하는 수백명의 만화가 지망생이 있습니다. 이들은 만화를 잘 그리는 방법을 배우기 원하고, 만화를 잘 그리는 방법을 배우려면 만화의 본질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처럼 만화가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만화의 이론 정립이 필수적이고, 이런 책은 만화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데 크게 기여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어떤 일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그 일을 잘 하도록 가르치는 능력이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모차르트도 귀족 자녀에게 키보드 연주를 가르쳤는데, 영 학생들의 실력이 늘지 않아 학부모들의 불만이 많았다죠. 이처럼 많은 사람은 실력은 있지만, 그 실력을 남에게 전달해줄 능력은 없습니다. 이는 대부분 자신이 하는 일을 이론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자신이 하는 일을 이론적으로 이해한다면, 이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줄 수 있고 그 일을 객관화할 수 있기에 이론적 발전에 기여하기 마련입니다.
물론 이론적인 토대를 쌓아가면서 일하려면 훨씬 시간이 많이 듭니다. 예를 들어, "리더십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지 않고, 그냥 리더가 돼서 조직을 이끌어 보면 훨씬 리더십을 빠르게 키우겠죠. 하지만 리더십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리더가 해야 될 일, 리더가 하면 안 되는 일에 대해 훨씬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따라서 장기적으로 본다면 더 훌륭한 리더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제가 유럽에서 일하면서 배우는 것 중의 하나는 일할 때 이론적 토대를 쌓는 훈련입니다. 유럽인들은 보통 어떤 주제에 대해 가르칠 때, 그 주제의 정의부터 시작합니다. 정의는 곧 본질을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예를 들어, 앞에 소개한 <만화의 이해>도 "만화란 무엇인가?"란 정의를 내리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그에 비해 한국인은 "그거? 대충 아는 일이잖아. 정의 같은 건 필요 없으니, 어떻게 그 일을 잘 하는지부터 시작하자."고 말하는 경우가 많죠. 즉, 유럽인은 What? 부터 시작하는데 비해 한국인은 How?부터 시작하는 셈입니다. 물론 How?부터 시작하면 빨리 앞서갈 수는 있지만, "지금 내가 이 일을 왜 하지?"라는 의문이 들면 답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 단계에 이르고 나면 What?에서 시작한 사람에게 뒤처지기 마련이죠.
전에 여기서 정원 공사를 돕게 되었는데, 같이 일하던 사람이 "일을 너무 빨리 하지 말고, 잠깐 물러서서 일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모라"고 충고하더군요. 땅을 파는데 너무 많이 판 것은 아닌지, 평탄화 작업을 하는데 한쪽으로 기울지는 않았는지 보려면 잠시 일을 멈추고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봐야겠죠. 마찬가지로 다른 일을 할 때도 일의 속도만 생각하지말고, 일의 전체적인 상황이나 큰 그림을 생각하며 일할 때 결국은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이론적 고민, 본질에 대한 고민은 바로 이처럼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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