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주의자들은 세상에 합리적인 질서가 존재한다고 믿었습니다. "자연이라는 책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쓰였다."는 갈릴레오의 말은 세상의 합리적인 질서에 대한 믿음을 표현한 말입니다. 만약에 세상의 질서가 수학적이라면, 수학을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은 자연도 이해할 수 있겠죠. 따라서 계몽주의자들은 인간이 자연의 질서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뉴턴이 자연철학의 수학적인 원리(Philosophiæ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물리적 법칙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하자, 자연의 합리성과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의 이성에 대한 당대인들의 믿음은 종교적 수준에 이르게 되었죠.
세상이 수학적인 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인간이 이러한 법칙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인간은 수학공식을 써서 자연계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는 말도 성립할 것입니다. 실제로 프랑스의 수학자 피에르-시몽 라플라스(Pierre-Simon Laplace)는 "역사의 한 지점에서 모든 존재의 위치를 알고, 이러한 존재를 움직이는 힘을 안다면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의역을 했는데, 영어 번역본을 원하시면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소설 Foundation에 나오는 미래예측학인 psychohistory도 이러한 수학적 결정론의 후예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물론 아시모프는 20세기에 살았기에 계몽주의적인 결정론을 믿지는 않았습니다).
자연에 합리적 질서가 존재하고, 이러한 질서를 따라 세상이 움직이기 때문에 미래를 수학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은 매우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인간은 자연이라는 기계속에 사는 또 하나의 기계일 뿐, 자유의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되죠. 만약 인간이 정말 자유로운 존재라면, "인간이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기에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해야겠죠. 그에 비해 반대 입장에 선 사람이라면 "인간의 자유의지는 환상일 뿐이고, 인간은 자연 속의 다른 존재와 마찬가지로 수학적 원리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기계다."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실제로 19세기까지는 인간을 기계로 보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 이후로는 "인간은 자유의지를 지닌 자유로운 존재다."라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논쟁은 끝이 나지 않았죠.
계몽주의에서 정점에 이르는 수학적 질서에 대한 믿음은 뒤늦게 경제학에 들어오게 됩니다. 애덤 스미스만 해도 수학을 거의 쓰지 않고 경제학의 기초를 놓았는데, 그 이후로 리카르도 등 경제학자들이 수학을 점차 받아들였고, 20세기에 들어서 존 메이나드 케인스는 경제학을 수학과 완벽하게 결합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 이후로 수학을 모르면 깊이 있게 경제학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학은 수학과 밀접한 학문이 됩니다.
경제학이 수학의 영향을 받으면서 경제학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게 됩니다.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market hypothesis)은 이를 위한 근거를 제공해 주었죠. 효율적 시장 가설이란 시장은 공개된 모든 정보가 가격에 반영된다는 이론입니다. 주가를 예로 들자면, A라는 회사의 주식이 주당 만 원이라면, 이는 이 회사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반영된 가격이라는 뜻입니다. 나중에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서 주가가 오르거나 내려갈 수 있긴 하지만, 이는 예측할 수 없는 법이죠. 따라서, 효율적 시장 가설에 따르면 아무리 고민을 하고 주식을 골라도 결국 시장 평균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시장에는 수십 년간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린 사람이 존재합니다. 워렌 버핏이 그러한 예죠. 효율적 시장 가설에 따르면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는 유일한 방법은 운(luck)뿐입니다. 즉, 주식을 샀는데 얼마 후 그 주식과 관련한 호재가 발표되면 주가가 오르면서 많은 수익을 올리겠죠. 만약 이러한 행운이 계속 따른다면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운만 의지한다면 계속 행운만 따르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워렌 버핏처럼 장기간 시장평균보다 좋은 수익을 올리려면 동전을 수십 번 돌려 앞면만 계속 나올 정도로 운이 좋아야 하는데, 이는 수학적으로 볼 때 거의 불가능한 확률입니다. 즉, 워렌 버핏 한 명만 놓고 봐도 효율적 시장 가설은 무너질 수밖에 없죠(그러니 효율적 시장 가설을 믿는 경제학자들이 워렌 버핏을 미워한 것도 당연했죠).
Black Swan을 쓴 나심 니콜라스 탈렙은 보통 동전을 아흔 아홉 번 던져 앞면만 나오는 장면을 보여주고, 고지식한 사람(Dr John)에게 "동전을 다시 던졌을 때 뒷면이 나올 확률"을 물으면 "50%"라고 말하는 데 비해, 현실에 밝은 사람(Fat Tony)은 같은 질문에 대해 "1% 미만"이라고 답한다고 합니다. 그에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물으면 "저 동전이 정말 보통 동전이란 말을 믿으란 말이오?"하고 답한다죠. 생각해 본다면 동전을 아흔 아홉 번 던져서 모두 앞면이 나왔다는 말 자체가 분명히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데, 고지식한 사람은 이를 깨닫지 못했고, 현실에 밝은 사람은 이를 깨달았다는 말이죠. 이처럼 수학만 믿다 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고지식한 생각에 사로잡히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이번 경제 위기는 그렇게 고지식하게만 살아온 사람이 생각을 바꿀 좋은 기회이죠.
[내일은 출장을 가기에 하루 쉬고 모래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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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수학적인 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인간이 이러한 법칙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인간은 수학공식을 써서 자연계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는 말도 성립할 것입니다. 실제로 프랑스의 수학자 피에르-시몽 라플라스(Pierre-Simon Laplace)는 "역사의 한 지점에서 모든 존재의 위치를 알고, 이러한 존재를 움직이는 힘을 안다면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의역을 했는데, 영어 번역본을 원하시면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소설 Foundation에 나오는 미래예측학인 psychohistory도 이러한 수학적 결정론의 후예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물론 아시모프는 20세기에 살았기에 계몽주의적인 결정론을 믿지는 않았습니다).
자연에 합리적 질서가 존재하고, 이러한 질서를 따라 세상이 움직이기 때문에 미래를 수학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은 매우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인간은 자연이라는 기계속에 사는 또 하나의 기계일 뿐, 자유의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되죠. 만약 인간이 정말 자유로운 존재라면, "인간이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기에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해야겠죠. 그에 비해 반대 입장에 선 사람이라면 "인간의 자유의지는 환상일 뿐이고, 인간은 자연 속의 다른 존재와 마찬가지로 수학적 원리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기계다."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실제로 19세기까지는 인간을 기계로 보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 이후로는 "인간은 자유의지를 지닌 자유로운 존재다."라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논쟁은 끝이 나지 않았죠.
계몽주의에서 정점에 이르는 수학적 질서에 대한 믿음은 뒤늦게 경제학에 들어오게 됩니다. 애덤 스미스만 해도 수학을 거의 쓰지 않고 경제학의 기초를 놓았는데, 그 이후로 리카르도 등 경제학자들이 수학을 점차 받아들였고, 20세기에 들어서 존 메이나드 케인스는 경제학을 수학과 완벽하게 결합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 이후로 수학을 모르면 깊이 있게 경제학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학은 수학과 밀접한 학문이 됩니다.
경제학이 수학의 영향을 받으면서 경제학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게 됩니다.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market hypothesis)은 이를 위한 근거를 제공해 주었죠. 효율적 시장 가설이란 시장은 공개된 모든 정보가 가격에 반영된다는 이론입니다. 주가를 예로 들자면, A라는 회사의 주식이 주당 만 원이라면, 이는 이 회사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반영된 가격이라는 뜻입니다. 나중에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서 주가가 오르거나 내려갈 수 있긴 하지만, 이는 예측할 수 없는 법이죠. 따라서, 효율적 시장 가설에 따르면 아무리 고민을 하고 주식을 골라도 결국 시장 평균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시장에는 수십 년간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린 사람이 존재합니다. 워렌 버핏이 그러한 예죠. 효율적 시장 가설에 따르면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는 유일한 방법은 운(luck)뿐입니다. 즉, 주식을 샀는데 얼마 후 그 주식과 관련한 호재가 발표되면 주가가 오르면서 많은 수익을 올리겠죠. 만약 이러한 행운이 계속 따른다면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운만 의지한다면 계속 행운만 따르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워렌 버핏처럼 장기간 시장평균보다 좋은 수익을 올리려면 동전을 수십 번 돌려 앞면만 계속 나올 정도로 운이 좋아야 하는데, 이는 수학적으로 볼 때 거의 불가능한 확률입니다. 즉, 워렌 버핏 한 명만 놓고 봐도 효율적 시장 가설은 무너질 수밖에 없죠(그러니 효율적 시장 가설을 믿는 경제학자들이 워렌 버핏을 미워한 것도 당연했죠).
Black Swan을 쓴 나심 니콜라스 탈렙은 보통 동전을 아흔 아홉 번 던져 앞면만 나오는 장면을 보여주고, 고지식한 사람(Dr John)에게 "동전을 다시 던졌을 때 뒷면이 나올 확률"을 물으면 "50%"라고 말하는 데 비해, 현실에 밝은 사람(Fat Tony)은 같은 질문에 대해 "1% 미만"이라고 답한다고 합니다. 그에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물으면 "저 동전이 정말 보통 동전이란 말을 믿으란 말이오?"하고 답한다죠. 생각해 본다면 동전을 아흔 아홉 번 던져서 모두 앞면이 나왔다는 말 자체가 분명히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데, 고지식한 사람은 이를 깨닫지 못했고, 현실에 밝은 사람은 이를 깨달았다는 말이죠. 이처럼 수학만 믿다 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고지식한 생각에 사로잡히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이번 경제 위기는 그렇게 고지식하게만 살아온 사람이 생각을 바꿀 좋은 기회이죠.
[내일은 출장을 가기에 하루 쉬고 모래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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