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은 동물과 비슷해 환경에 쉽게 적응하고, 이리저리 필요를 따라 옮겨 다녀도 괜찮지만, 사람의 영혼은 식물과 같아서 환경이 바뀌면 쉽게 적응을 하지 못합니다. 식물은 아주 어릴 때는 다른 땅에 옮겨 심어도 되지만, 어느 정도 자라면 옮겨심기가 어렵습니다. 정 옮겨 심으려면 뿌리 주변의 흙을 통째로 떼어다가 옮겨심어야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땅에 옮겨 심는다 해도 적응하지 못하고 죽어버립니다. 인간의 영혼을 감싸는 흙은 주변의 친한 사람들입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이 주변에 친한 사람이 없는 환경에 처하게 되면, 영혼이 큰 충격을 받고 병들어 버리기가 십상이죠.

대부분 사람이 한 지역에서 태어나 죽을 때 까지 살던 과거엔 이러한 문제가 흔하지 않았지만, 교통의 발달로 거주지를 쉽게 옮기게 된 현대에는 외로움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직업 때문에 낯선 지역으로 옮겨간 사람은 퇴근하고 나면 만날 사람이 없어 심한 외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직장 동료와 맺는 관계도 일을 바탕으로 한 관계지, 진정한 마음을 나누는 관계가 아니기에 직장에서조차 외로울 수도 있죠.

이러한 외로움은 독신자에게 더 큰 문제로 다가옵니다. 가정이 있는 사람은 배우자와 자녀와 맺는 관계에서 어느 정도 관계의 욕구를 충족합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가족 말고 다른 사람과는 전혀 친밀한 관계를 맺지 않기도 합니다. 피비 케이츠와 결혼한 배우 케빈 클라인이 그러한 예인데,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과 아내는 일을 제외하고는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며, 심지어 외식을 하는 대신 요리사를 불러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정도로 가정을 떠나지 않는 생활을 한다고 했습니다. 만약 독신자가 이런 수준으로 대인관계를 줄인다면 쉽게 영혼이 병들고 말겠지만, 가정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사는 것도 가능하죠(물론 아무리 가정생활이 원만해도 가정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야 힘이 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특히 외향적인 사람은 두루 많은 사람을 만나야 행복하죠).

그런데 독신자가 외국에 나와 혼자 산다면 문제가 증폭합니다. 외국은 문화적으로 낯선 곳이기에 영혼에 큰 충격이 가해지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선 두꺼운 보호막이 필요한데, 가정이 없이 혼자 외국에 나온 사람은 커다란 충격에 직접 노출되는 셈입니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감정적 적응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이 혼자 외국에 나오면 감정적으로 병들기가 쉽습니다.

인간은 육체의 필요에 대해선 민감한데, 감정의 필요에 대해선 둔감할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가 고프면 모든 인간은 음식을 찾아 열심히 움직입니다. 그런데 감정적으로 외로움의 문제가 크고, 이로 말미암아 우울증이 생겨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해결책을 찾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는 매우 어리석고 위험한 일이죠. 특히 외국이나 타향에서 혼자 사는 사람은 마음을 터 놓을 친구나 가족이 없어서 우울증에 걸리기가 쉽습니다. 그런데도 감정을 돌보지 않고, 결국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빠지도록 가만히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외국에 살다가 우울증에 걸린 예를 자주 봤습니다. 저도 언어와 문화를 전혀 모르는 나라를 혼자서 방문하면 처음 며칠은 우울한 기분이 듭니다. 물론 이런 나라엔 단기간만 방문하거나, 이른 시일 내에 친구를 사귀어서 우울한 기분을 이겨내긴 하지만, 우울한 감정이 들 때 이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나중엔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기 힘든 상황이 됩니다. 감기를 방치하면 폐렴에 걸릴 가능성이 큰 것 처럼, 우울한 기분을 방치하면 우울증이 되는 것이죠.

결국,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려면 환경의 뒷받침이 필요한 법이고, 외국이나 타향에 사는 사람은 이를 위해 각별한 신경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을 터놓을 친구를 사귀고, 정서가 통하는 한국 사람들도 만나고, 정 필요하다면 한국에 가서 가족과 친구도 만나고 오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겠죠. 저도 외국에 살고 있기에 이런 부분을 조심하려고 합니다. 아무리 직업이나 학업에서 성공을 거둔다 할지라도, 감정의 건강을 잃는다면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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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