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보니 세상을 바꾸는 블로그의 한RSS 구독자가 700명에 달했더군요. 생각난 김에 구글 리더 구독자 수를 확인해보니 437명으로, 두 서비스만 합해도 구독자 수가 천 명을 넘었습니다. 작년 가을에 한RSS 구독자가 40명 수준이었다는 점을 본다면 1년 만에 거의 20배로 구독자가 증가한 셈이군요.

재작년에 처음 블로그를 공개했을 때는 무조건 사람들이 많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습니다. 당시엔 다음 블로거뉴스에 원고를 보냈는데, 글이 베스트에 선정되면 하루에 몇만 명도 쉽게 오더군요. 하지만, 베스트에 자주 선정되다 보니 베스트에 선정이 안되면 불안해지면서, '어떻게 하면 다음 글을 베스트에 올릴까?'만 고민하게 되는, 일종의 중독현상이 나타나더군요. 게다가, 방문객이 많이 오다 보니 악플도 많이 달리고, 심지어 저를 공격하는 글을 올리는 블로거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방문자가 많아도 대부분 다음 블로거뉴스를 통한 방문자기 때문에 제 블로그 자체가 좋아서 오는 사람은 적었습니다. 그래서 블로거 뉴스에 글을 보내지 않고, 블로그에 글을 자주 올리지 않자 방문자가 만 명대에서 백명대로 뚝 떨어졌죠. RSS 독자수가 적었다는 사실도 애독자가 적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년 가을부터는 메타 블로그에 의존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블로그를 찾아오는 독자를 늘리기 위해 힘썼습니다. 그 결과 급격한 방문자의 증가는 없었지만, 조금씩 독자가 늘어났고, 특히 직접 방문자보다 RSS 구독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제 글을 정기적으로 읽는 독자가 많아졌습니다. 고정 독자가 늘면서 이제는 '읽는 사람도 없는데 괜한 글을 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안 해도 되니 기쁩니다.

블로그를 운영할 때 책처럼 운영할 수도 있고, 잡지처럼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책과 잡지는 비슷한 듯하지만 매우 다른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책은 인기 있는 주제를 다루면 많이 팔리고, 인기 없는 주제를 다루면 많이 팔리지 않습니다. 물론 저자가 엄청나게 유명한 사람이라면 어떤 주제에 대해 쓰든 책이 잘 팔리겠지만, 이러한 경우는 매우 적겠죠. 따라서 책을 많이 팔려면 인기 있는 주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에 비해 잡지는 한 번 독자층이 형성되고 나면 꾸준히 고정 독자들에게 팔려나갑니다. 특히 광범위한 독자를 대상으로 만드는 우리나라 잡지와 다르게, 서양의 잡지는 우표 수집, 자동차 모형 제작 등 특수 분야만 다루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잡지는 시류의 흐름과 무관하게 고유의 색깔을 낼 수가 있습니다.

블로그를 책처럼 운영한다면 사람들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글을 쓰고, 사람들이 메타 블로그나 검색엔진을 통해 찾아오기를 기다리겠죠. 이렇게 운영하면 늘 가장 인기가 높은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독자를 많이 모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류에 따라 주제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고정 독자층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더 자극적인 주제, 더 자극적인 제목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가 쉽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그에 비해 블로그를 잡지처럼 운영한다면, 블로그의 색깔을 분명히 밝히고, 이러한 색깔을 좋아하는 특정한 집단을 대상으로 글을 쓰게 됩니다. 이러한 블로그는 단기간에 많은 독자를 확보할 수는 없지만, 시류의 흐름과 상관없이 고정 독자층을 위해 글을 쓸 수 있겠죠.

저는 이 블로그를 잡지처럼 운영하기 원합니다. 많은 사람이 찾아오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제 글을 사랑하는 소수의 고정 독자가 늘 찾아오는 블로그가 되기 원하는 것이죠. 그럴 때에 더 많은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할 제목, 더 검색엔진에 노출되기 쉬운 제목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벗을 수 있고, 더 알찬 글을 쓰는 데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는 앞으로도 기력이 다할 때까지 블로그를 운영할 작정입니다. 즉,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앞으로 수십 년간 블로그에 글을 올릴 계획이라는 뜻이죠. 이렇게 장기적으로 본다면 당장 인기를 끄는 것보다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실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겠죠. 그럴 때 결국 더 많은 사람을 만날 기회도 따라오리라고 봅니다.

RSS로 읽는 분이나 직접 찾아오는 분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이 블로그를 운영할 힘을 얻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내용으로 글을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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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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