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업의 부활

문화 2009/08/20 06:53
이탈리아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만든 Nuovo Cinema Paradiso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영화입니다. 한국에도 "시네마 천국"이라는 이름으로 개봉되었고, 특히 극 중에 흐르는 엔리오 모리코네의 선율은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2차대전 직후 영화관에 모인 사람들이 울고 웃으며 영화를 즐기는 모습에서 시작합니다. 당시 전쟁으로 황폐해진 이탈리아에서 영화는 사람들이 삶의 위안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죠. 게다가 40년대부터 60년대까지는 로베르토 로셀리니,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페데리코 펠리니 등이 세계를 놀라게 하는 명작을 쏟아내던 시기라 질적으로 봐도 이탈리아 영화의 황금기라고 할만 하죠. 하지만, 70년대에 들어서 TV가 보급되면서 영화의 인기도 시들해지고,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받던 시네마 천국은 결국 문을 닫게 됩니다. 주인공이 추억을 찾아 영화관에 들어갔을 때 보이는 애로 영화 포스터는, 영화관이 살아남기 위해 마지막으로 추구했던 생존전략이 무엇인지 보여주죠.

실제로 이 영화가 개봉된 1988년은 영화의 미래가 매우 불투명하던 시기였습니다. 모든 가정에 보급된 칼러 TV 덕분에 사람들은 집에서 생생한 화면을 즐길 수 있었고, 게다가 비디오가 대중화하면서 힘들게 영화관에 가서 많은 돈을 들여 영화를 보는 사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위기를 겪고 난 영화산업은 90년대를 지나면서 점차 활기를 되찾았고, 지금은 영상시대를 맞아 새로운 부흥기를 맞은 듯 보입니다. 과연 영화산업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살아날 수 있었을까요?

19세기 말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가 처음으로 영화를 발명한 이래로, 영화의 매력은 "신기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뤼미에르 형제가 상영한 영화의 제목을 보면 "뤼미에르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46초), "금붕어 낚시"(42초), "아기의 아침식사"(41초) 등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을 담은 내용이지만, 이러한 내용이 필름이라는 매체를 통해 화면에 비치는 모습은 당시 사람들이 보기에 매우 신기했죠. 게다가 영화가 발전하면서 매우 잘생긴 배우들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극적으로 사는 모습을 화면에 보여주었기에, 영화를 보는 일은 매우 색다른 체험이었습니다.

하지만, TV가 보급되어 집에서 TV를 볼 수 있게 되자 영화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제 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던 신기한 영상을 집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된 것이죠. 특히 TV산업이 발달하면서 TV용 드라마도 영화에 못지않을 만큼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공짜로 볼 수 있는 내용을 영화관에서 돈 내고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영화가 처한 위기의 본질이었죠.

이러한 상황은 1977년 조지 루커스가 스타워즈를 발표하면서 점차 바뀌게 됩니다. 스타워즈 이전의 영화는 사랑, 이별, 가족 등 삶을 다루는 영화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물론 영화의 내용은 일상의 삶과 다르게 매우 극적이었지만, 소제 자체는 평범한 삶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죠. 하지만, 스타워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영화 제작자들은 사람들이 영화에서 보고 싶은 모습은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가상의 세계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전까지 이러한 주제는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감히 만들려는 사람이 없었지만, 스타워즈의 성공은 "많은 돈을 들이더라도 엄청난 인기를 끌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이는 곧 블록버스터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조스(1975)를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는 조지 루커스와 함께 블록버스터의 시대를 연 장본인입니다. 그가 감독하거나 제작한 영화는 지구에 온 외계인(미지와의 조우, ET), 현대에 되살아난 공룡(쥐라기 공원),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AI), 시간여행(백투더퓨쳐), 상상의 생명체(그램린) 등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소재를 다룬 경우가 많죠. 그런데 집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작은 화면으로 이러한 영화를 보면 "나는 가짜로 만든 영화를 보는 중이다."라는 생각을 떨쳐내기가 어렵고, 따라서 영화를 즐기는 재미가 떨어지죠. 그에 비해 극장이라는 낯설고 어두운 공간에서 나를 압도하는 거대한 크기의 스크린 앞에 앉아 박진감 넘치는 효과음을 듣노라면, 마치 내가 정말 환상의 세계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즉, 평범한 소재의 영상은 TV로 보나 영화관에서 보나 큰 차이가 없지만, 환상적인 소재의 영상을 보려면 영화관에 가야 하죠. 그래서 관객들은 환상적인 소재의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몰려들었고, 이러한 경향 때문에 2000년대 들어서는 환상적인 소재의 영화가 시리즈(스타워즈 프리퀄 시리즈, 반지의 제왕 시리즈, 해리포터 시리즈 등)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영화계는 새로운 갈림길에 서게 되었습니다. 너무 대박을 낼 수 있는 환상적인 소재의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데 집중하다 보니,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가 흥행에 실패하면 타격이 크기 때문이죠. 실제로 스티븐 스필버그 등이 출자해 만든 드림웍스는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아일랜드의 흥행 실패가 결정타로 작용해 결국 유니버설에 넘어갔습니다. 조지 루커스도 "제작비가 많이 드는 영화는 위험하다."며 스타워즈 시리즈를 영화가 아닌 TV로 만드는 중입니다. 블록버스터로 재기에 성공한 영화산업이 블록버스터의 위험성을 깨달아가는 중이라고 하겠습니다.

영화 산업도 이발소나 마찬가지로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정체성을 새롭게 찾지 않으면 도태하고 맙니다. 또한, 어제 영화 산업을 구한 방법이 오늘은 영화 산업을 망치는 원인이 될 수도 있죠. 시대의 흐름을 민감하게 관찰할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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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