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심과 책임감

사회 2009/09/02 05:11
지난주에 휴가를 보내며 스타워즈 시리즈 전편을 DVD로 보았습니다. 전에도 여러 번 본 적이 있지만, 오리지널 3부작 따로, 프리퀄 3부작 따로 보았기에, 여섯 편을 한 번에 몰아 보니 전체의 흐름을 볼 수 있어서 좋더군요.

1977년에 나온 첫 번째 스타워즈(에피소드IV)는 조지 루커스가 투자자를 찾지 못해 어렵게 만든 작품이라 특수효과가 많이 부족합니다(그래서 루커스 감독은 90년대에 영화의 많은 부분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보완한 새로운 버전을 내놓았죠). 또한, 루커스 감독의 경험 부족으로 말미암아 어색한 부분도 곳곳에 보입니다. 예를 들어, 에피소드 IV에서 오비완 케노비가 다스 베이더와 결투하는 장면을 에피소드I에서 오비완 케노비와 콰이곤 진이 다스 몰과 결투하는 장면과 비교하면 같은 감독의 솜씨라고 믿기가 어려울 정도로 다릅니다.

이처럼 많은 약점에도, 전체적으로 보면 오리지널 3부작이 프리퀄 3부작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두 3부작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유머 감각입니다. 먼저 나온 3부작은 유머가 작품 전체에 녹아 흐르고, 심각한 듯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나중에 나온 3부작은 모든 등장인물이 심각하고, 유일하게 코믹한 등장인물인 자자 빙크스는 혼자서 겉돌기에 전혀 웃기지가 않고 짜증스럽게 보일 뿐입니다. 또한, 에피소드V에 나오는 요다는 농담도 하고 루크 스카이워커의 물건을 뒤지는 등 장난스러운 행동을 하는데, 이러한 가벼운 모습은 나중에 나온 3부작의 심각한 요다에게선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조지 루커스가 처한 상황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처음 스타워즈를 만들 때, 루커스는 겨우 할리우드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젊은 감독이었습니다. 그가 만든 첫 번째 스타워즈 영화는 당시로써는 매우 모험적이고 새로운 작품이었죠. 그는 심혈을 기울여 쓴 시나리오가 너무 길어지자 축약을 하는 대신 (돈도 없이) 세 편의 영화로 만들려고 결심했을 만큼 무모한 도전을 하길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즉, 그가 만든 세 편의 스타워즈는 젊은 루커스의 도전정신의 표현이었고, 그만큼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결국 어려움과 싸우며 힘들게 만든 스타워즈는 대단한 히트를 기록하고, 그는 원래 계획대로 세 편의 스타워즈를 모두 완성합니다. 스타워즈는 미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 되고, 그가 대형 스튜디오의 지배를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시작한 Lucas Film은 대단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끝에 또 하나의 대형 스튜디오로 성장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스타워즈 프리퀄을 만들기로 한 조지 루커스는 대단한 책임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우선 자신의 작품을 사랑해 준 팬들을 실망시키면 안되었고, 자신이 거느린 회사의 수많은 직원을 실망시킬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작품에 투자한 수많은 투자자에 대한 책임도 고려해야 했겠죠. 그 결과 그는 신나게 작업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대단한 특수 효과와, 젊은 관객이 좋아하는 동양의 검술을 흉내 낸 파워풀한 칼싸움장면, 그리고 스승의 충고를 무시하는 젊은 훈련생, 이상한 말을 쓰는 말썽꾸러기 등 정형화한 등장인물입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대단한 흥행 성공을 낳았고,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은 오리지널 3부작 보다 더 많은 수익을 벌어들입니다. 하지만 루커스가 부담감을 바탕으로 작업했기에 프리퀄 3부작은 너무나 무겁고 진지해서 첫 3부작 같은 즐거움을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고 환경이 바뀌면 태도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젊은 시절엔 가진 것이 없기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 마련이고, 큰 꿈을 가지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자신에게 기대는 사람이 많아지면 실패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안전을 추구하기 마련이죠. 이러한 태도의 차이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젊은 기업은 어떻게 하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신기술을 개발할까 궁리하는 데 비해, 대기업은 어떻게 하면 올해도 안정된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를 궁리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작고 젊은 기업이 많아야 경제 전체에 활기가 돌기 마련이죠.

이처럼 나이와 지위에 따른 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엔 젊어도 중년처럼 "실패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어쩌면 이는 젊은이들에게 실패할 여유조차 주지 못한 기성세대의 잘못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젊은이들이 모두 실패를 두려워해서 꿈을 꾸지 않는다면, 그래서 늘 심각한 표정으로 현실적 목표만을 향해 달려간다면 한국은 청년이 없는, 재미없는 나라가 되고 말겠죠. 부디 한국의 청년들이 청년다운 모습을 빨리 회복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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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