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의 역사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천만 관객을 돌파하였고, 심지어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한 괴물의 벽을 넘을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더군요. 이로써 카메론 감독은 타이타닉과 아바타로 역대 흥행 영화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영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화제를 모으는 현상이 있으면 이와 연관된 정책을 만들기 좋아하는 관료들은 이번엔 한국에서도 아바타 같은 영화를 만들도록 지원하겠다는 발표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아바타 같은 작품이 나온다면, 세계 모든 나라 정부가 영화 산업에 돈을 쏟겠지요. 아바타는 미국 정부가 지원했다고 탄생한 것이 아니듯, 한국 정부가 디지털 영상 산업을 지원한다고 꼭 제2의 아바타가 한국에서 탄생하리란 보장도 없을 것입니다. 정말 아바타의 성공을 본받으려면 할리우드가 아바타를 만든 원동력을 이해하려면 할리우드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의 할리우드는 50년대까지 할리우드를 지배하던 "가족중심의 영화"라는 개념에 반발하면서 탄생하였습니다. 지극히 보수적이고 순진한 미국인들은 영화도 이러한 가치를 반영하기 원했고, 따라서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오락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의 주류를 이루죠(대표적인 예가 사운드 오브 뮤직). 그런데 60년대로 넘어오면서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고민, 불안 등을 반영한 영화가 없다는 점에 대해 실망하게 됩니다. 현대인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고, 이러한 스트레스는 단지 온 가족이 즐겁게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봐서는 풀리지가 않기 때문이죠. 이처럼 어른을 위한 영화를 원하는 관객과 전통적인 가족 영화를 만드는 할리우드 사이에 틈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틈새를 비집고 로버트 알트만(올트만),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피터 복다노비치, 윌리엄 프리드리킨 등의 새로운 감독들이 할리우드에 들어옵니다. 유럽 영화와 60년대 감수성의 세례를 받고 새로운 미학을 익힌 이들은 엑소시스트, 대부, 라스트 픽쳐 쇼, MASH 등을 내놓으며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성공을 거둡니다. 이들의 등장으로 감독을 소모품 취급하던 스튜디오들은 영향력을 급격히 상실하고, 미국도 유럽처럼 감독 중심의 영화들이 주류를 이루게 됩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작가주의 영화의 황금기인 70년대가 탄생하게 되죠.
하지만, 이렇게 감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선, 감독은 사업가라기보다는 예술가이고, 따라서 예술만 고려한 작품을 만들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감독이 스튜디오의 간섭 없이 마음껏 예술적인 작품을 만들었다가 흥행에 실패하게 되면 뒷감당이 안되기 마련이죠(스튜디오 중심의 작품이라면 스타 배우 기용 등 최소한의 흥행 안전장치를 두기 마련이고, 또한 제작비를 어느 선에서 제한하기 때문에 사업적인 면에서 감독이 혼자 만든 영화보다 안정성이 높죠). 또한, 거대한 권력을 누리게 된 감독들은 권력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마약에 중독되거나 정신이상이 나타나면서 스스로 무너져 내리게 됩니다. 그래서 70년대 말에 이르면 과거에 대단한 명성을 누리던 감독들의 작품이 흥행에 줄줄이 실패하고, 70년대식 감독 중심의 제작방식이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티븐 스필버그가 조스를 만들고, 조지 루커스가 스타워즈를 만들면서 할리우드는 또 다른 시대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제는 10대가 열광할만한 주제에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할 볼거리를 많이 집어 넣은 블록버스터가 할리우드의 주류로 자리 잡는 것이죠. 이와 함께 지극히 개인적이고 성인을 위한 영화를 만들던 70년대의 거장들은 대부분 사라지게 됩니다(그 중 알트만과 코폴라는 90년대에 다시 할리우드로 돌아오죠. 스콜세즈는 80년대에도 꾸준히 활동을 하지만, 그가 과거의 명성을 회복한 것은 90년대에 들어서였죠). 이제 스튜디오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 저렴한 가격에 대중적인 작품을 만들어 낼 젊은 감독을 대거 기용하는데, 그 중의 한 명이 제임스 카메론입니다. 캐나다에서 트럭 운전사로 일하던 카메론은 스타워즈 등 할리우드 영화를 동경하다 결국 영화계에 입문하고,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주연으로 내세운 터미네이터로 흥행감독의 반열에 오릅니다. 그는 70년대 말부터 할리우드를 지배한 블록버스터 정신의 가장 뛰어난 계승자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관객을 매료할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잘 알죠. 그가 아바타를 디지털 3D로 만든 것도 "대중을 즐겁게 할 최고의 눈요깃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흥행성공에서 보이듯, 그의 계산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죠.
결국, 아바타는 우연한 산물이 아니라 가족 오락 영화->이에 대한 반발인 작가주의 영화->이에 대한 반발인 블록버스터로 이어지는 할리우드의 흐름 속에서 탄생하였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을 이해하지 않고, "영화 산업이 돈 된다더라." 하는 소리만 듣고 영화에 투자한다면 돈도 못 벌고 영화도 망칠 뿐입니다(실제로, 한국 영화계의 한가지 특징은 "블록버스터"를 내세운 영화가 거의 늘 흥행에 실패한다는 점이죠). 진정으로 한국 영화가 발전하려면 아바타를 흉내 내지 말고, 한국 영화 고유의 흐름을 이해하고, 이러한 흐름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지를 먼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도서- Easy Riders, Raging Bulls: How the Sex-Drugs-and-Rock 'N' Roll Generation Saved Hollywood by Peter Bisk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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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천만 관객을 돌파하였고, 심지어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한 괴물의 벽을 넘을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더군요. 이로써 카메론 감독은 타이타닉과 아바타로 역대 흥행 영화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영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화제를 모으는 현상이 있으면 이와 연관된 정책을 만들기 좋아하는 관료들은 이번엔 한국에서도 아바타 같은 영화를 만들도록 지원하겠다는 발표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아바타 같은 작품이 나온다면, 세계 모든 나라 정부가 영화 산업에 돈을 쏟겠지요. 아바타는 미국 정부가 지원했다고 탄생한 것이 아니듯, 한국 정부가 디지털 영상 산업을 지원한다고 꼭 제2의 아바타가 한국에서 탄생하리란 보장도 없을 것입니다. 정말 아바타의 성공을 본받으려면 할리우드가 아바타를 만든 원동력을 이해하려면 할리우드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의 할리우드는 50년대까지 할리우드를 지배하던 "가족중심의 영화"라는 개념에 반발하면서 탄생하였습니다. 지극히 보수적이고 순진한 미국인들은 영화도 이러한 가치를 반영하기 원했고, 따라서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오락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의 주류를 이루죠(대표적인 예가 사운드 오브 뮤직). 그런데 60년대로 넘어오면서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고민, 불안 등을 반영한 영화가 없다는 점에 대해 실망하게 됩니다. 현대인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고, 이러한 스트레스는 단지 온 가족이 즐겁게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봐서는 풀리지가 않기 때문이죠. 이처럼 어른을 위한 영화를 원하는 관객과 전통적인 가족 영화를 만드는 할리우드 사이에 틈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틈새를 비집고 로버트 알트만(올트만),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피터 복다노비치, 윌리엄 프리드리킨 등의 새로운 감독들이 할리우드에 들어옵니다. 유럽 영화와 60년대 감수성의 세례를 받고 새로운 미학을 익힌 이들은 엑소시스트, 대부, 라스트 픽쳐 쇼, MASH 등을 내놓으며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성공을 거둡니다. 이들의 등장으로 감독을 소모품 취급하던 스튜디오들은 영향력을 급격히 상실하고, 미국도 유럽처럼 감독 중심의 영화들이 주류를 이루게 됩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작가주의 영화의 황금기인 70년대가 탄생하게 되죠.
하지만, 이렇게 감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선, 감독은 사업가라기보다는 예술가이고, 따라서 예술만 고려한 작품을 만들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감독이 스튜디오의 간섭 없이 마음껏 예술적인 작품을 만들었다가 흥행에 실패하게 되면 뒷감당이 안되기 마련이죠(스튜디오 중심의 작품이라면 스타 배우 기용 등 최소한의 흥행 안전장치를 두기 마련이고, 또한 제작비를 어느 선에서 제한하기 때문에 사업적인 면에서 감독이 혼자 만든 영화보다 안정성이 높죠). 또한, 거대한 권력을 누리게 된 감독들은 권력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마약에 중독되거나 정신이상이 나타나면서 스스로 무너져 내리게 됩니다. 그래서 70년대 말에 이르면 과거에 대단한 명성을 누리던 감독들의 작품이 흥행에 줄줄이 실패하고, 70년대식 감독 중심의 제작방식이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티븐 스필버그가 조스를 만들고, 조지 루커스가 스타워즈를 만들면서 할리우드는 또 다른 시대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제는 10대가 열광할만한 주제에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할 볼거리를 많이 집어 넣은 블록버스터가 할리우드의 주류로 자리 잡는 것이죠. 이와 함께 지극히 개인적이고 성인을 위한 영화를 만들던 70년대의 거장들은 대부분 사라지게 됩니다(그 중 알트만과 코폴라는 90년대에 다시 할리우드로 돌아오죠. 스콜세즈는 80년대에도 꾸준히 활동을 하지만, 그가 과거의 명성을 회복한 것은 90년대에 들어서였죠). 이제 스튜디오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 저렴한 가격에 대중적인 작품을 만들어 낼 젊은 감독을 대거 기용하는데, 그 중의 한 명이 제임스 카메론입니다. 캐나다에서 트럭 운전사로 일하던 카메론은 스타워즈 등 할리우드 영화를 동경하다 결국 영화계에 입문하고,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주연으로 내세운 터미네이터로 흥행감독의 반열에 오릅니다. 그는 70년대 말부터 할리우드를 지배한 블록버스터 정신의 가장 뛰어난 계승자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관객을 매료할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잘 알죠. 그가 아바타를 디지털 3D로 만든 것도 "대중을 즐겁게 할 최고의 눈요깃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흥행성공에서 보이듯, 그의 계산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죠.
결국, 아바타는 우연한 산물이 아니라 가족 오락 영화->이에 대한 반발인 작가주의 영화->이에 대한 반발인 블록버스터로 이어지는 할리우드의 흐름 속에서 탄생하였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을 이해하지 않고, "영화 산업이 돈 된다더라." 하는 소리만 듣고 영화에 투자한다면 돈도 못 벌고 영화도 망칠 뿐입니다(실제로, 한국 영화계의 한가지 특징은 "블록버스터"를 내세운 영화가 거의 늘 흥행에 실패한다는 점이죠). 진정으로 한국 영화가 발전하려면 아바타를 흉내 내지 말고, 한국 영화 고유의 흐름을 이해하고, 이러한 흐름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지를 먼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도서- Easy Riders, Raging Bulls: How the Sex-Drugs-and-Rock 'N' Roll Generation Saved Hollywood by Peter Bisk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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