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얻는 가장 큰 유익은 독서량의 증가입니다. 블로그가 없다면 한동안 책읽기를 등한시해도 별문제가 없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책을 안 읽는다면 글 쓸 거리가 없어지기 때문에 책을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연재물 같은 긴 글을 쓰려면 여러 권의 책을 읽거나 참고해야 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글을 쓸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글을 쓰다가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잦습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쓰다 보면 '이 주제에 대해 잘 정리해 놓은 책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기 마련이고, 이럴 때는 옛날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다닐 때 얼핏 들었던 책의 제목이 큰 도움이 됩니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윤리와 자본주의정신,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 토머스 홉스의 레비아탄 등은 제목과 요점만 기억나지만, 이러한 정보만 가지고도 글을 쓸 때 큰 도움을 얻습니다. 그러고 보면 고등학교 공부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시험 준비 과정으로 변질하였만, 원래는 인생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정보를 얻을 기회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렇게 얼핏 들은 책 제목과 내용만으론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글을 쓰려면 직접 책을 읽게 됩니다. 물론 글 한 편 쓰려고 수백 페이지가 되는 책을 읽기는 어렵고, 중요한 부분만 뽑아서 읽거나 요약된 글을 읽게 됩니다. 이는 대학교 때 보고서를 쓸 때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보고서를 쓰려면 좋은 책을 많이 언급해야 하는데, 모든 책을 읽을 수가 없으니 관련된 부분만 읽던지, 아니면 요약본을 읽게 됩니다. 물론 부분적으로 읽거나 요약본을 읽고 전체를 읽은 듯 보고서를 쓴다면 매우 부정직한 행위겠지만, 책을 간단하게 언급하는 정도는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예를 들어, 국부론을 다 읽지 않아도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분업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고 주장했다."라는 말을 쓸 수는 있겠죠).
글을 다 쓰고 여유가 생기면 글을 쓸 때 참고했던 책을 다시 읽게 됩니다. 이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내용을 음미하면서 읽는 것이죠. 물론 글을 쓸 때 언급한 책을 모두 읽는 것은 아니지만(그랬다간 일 년에 수백 권을 읽어야 할 것입니다.), 최소한 비중 있게 소개한 책은 꼭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책의 내용이 완전히 파악되고 깊이 있는 지식이 늘기 때문이죠. 요약본만 많이 읽은 사람과 원전을 찬찬히 읽은 사람의 차이는 크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독서에도 단계가 있습니다. 첫 단계는 "이런 책이 있다."는 아주 간략한 정보의 습득 단계입니다. 이 단계를 무시하기 쉽지만, 실제로 공부를 하는 사람에겐 어떤 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 자체가 큰 자산입니다. 이러한 정보가 없는 사람은 좋은 책을 놔두고 엉뚱한 책만 읽다가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이죠. 전에 어떤 사람이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다가 나중에 학자가 되어서 큰 업적을 남겼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는 1단계 독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습니다.
다음은 책의 대략적인 내용이나 부분적인 내용을 읽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효율적으로 많은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는 단계입니다. 제가 대학교에서 만난 어느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백과사전의 중요한 항목을 복사해서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이것만 읽어도 공부가 많이 된다."고 강조하셨는데, 백과사전 읽기는 원전 읽기 만큼 깊이가 있지는 않지만, 대학생이 빠르게 좋은 정보를 얻는 중요한 방법임은 분명합니다. 물론 이러한 단계에만 머문다면 전체적인 이해가 부족하기에 연결되지 않은 단편적 지식만 많은 "찢어진 백과사전" 같은 사람이 될 수도 있겠죠.
마지막으론 풍부한 지식을 담은 좋은 책을 정독하는 단계입니다. 이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전통적인 교육에서는 이러한 독서의 3단계를 인정하지 않고 "정독"만을 독서로 받아들이는데, 이는 현실에 맞지 않습니다. 오늘날 대부분 사람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습니다. 인터넷에서 글을 읽다 보면 책에 관한 언급을 많이 접하기 마련이고, 인터넷 서핑을 많이 하는 사람은 어떤 책이 영향력이 있는지 잘 알기 마련입니다. 이는 벌써 독서의 1단계에 이른 것이죠. 또 어떤 사람은 위키피디아 등을 통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요약된 형태의 정보를 많이 얻습니다. 이는 독서의 2단계에 이른 것입니다. 그리고 특정한 분야에 대해 정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 분야에서 영향력이 큰 책을 주문하거나, 고전이라면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등에서 무료로 내려받아서 봅니다. 이는 독서의 3단계인 것이죠. 이제는 갈수록 독서의 3단계가 적어지고, 독서의 1단계와 2단계가 늘어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과거보다 정보를 적게 획득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정보의 특성이 변했을 뿐이죠.
이렇게 본다면 교육가들이 인터넷을 독서의 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인터넷을 독서와 연결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시대가 바뀌면 독서의 정의도 바뀌어야 하겠죠.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책을 읽다 보면 글을 쓸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글을 쓰다가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잦습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쓰다 보면 '이 주제에 대해 잘 정리해 놓은 책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기 마련이고, 이럴 때는 옛날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다닐 때 얼핏 들었던 책의 제목이 큰 도움이 됩니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윤리와 자본주의정신,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 토머스 홉스의 레비아탄 등은 제목과 요점만 기억나지만, 이러한 정보만 가지고도 글을 쓸 때 큰 도움을 얻습니다. 그러고 보면 고등학교 공부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시험 준비 과정으로 변질하였만, 원래는 인생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정보를 얻을 기회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렇게 얼핏 들은 책 제목과 내용만으론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글을 쓰려면 직접 책을 읽게 됩니다. 물론 글 한 편 쓰려고 수백 페이지가 되는 책을 읽기는 어렵고, 중요한 부분만 뽑아서 읽거나 요약된 글을 읽게 됩니다. 이는 대학교 때 보고서를 쓸 때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보고서를 쓰려면 좋은 책을 많이 언급해야 하는데, 모든 책을 읽을 수가 없으니 관련된 부분만 읽던지, 아니면 요약본을 읽게 됩니다. 물론 부분적으로 읽거나 요약본을 읽고 전체를 읽은 듯 보고서를 쓴다면 매우 부정직한 행위겠지만, 책을 간단하게 언급하는 정도는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예를 들어, 국부론을 다 읽지 않아도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분업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고 주장했다."라는 말을 쓸 수는 있겠죠).
글을 다 쓰고 여유가 생기면 글을 쓸 때 참고했던 책을 다시 읽게 됩니다. 이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내용을 음미하면서 읽는 것이죠. 물론 글을 쓸 때 언급한 책을 모두 읽는 것은 아니지만(그랬다간 일 년에 수백 권을 읽어야 할 것입니다.), 최소한 비중 있게 소개한 책은 꼭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책의 내용이 완전히 파악되고 깊이 있는 지식이 늘기 때문이죠. 요약본만 많이 읽은 사람과 원전을 찬찬히 읽은 사람의 차이는 크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독서에도 단계가 있습니다. 첫 단계는 "이런 책이 있다."는 아주 간략한 정보의 습득 단계입니다. 이 단계를 무시하기 쉽지만, 실제로 공부를 하는 사람에겐 어떤 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 자체가 큰 자산입니다. 이러한 정보가 없는 사람은 좋은 책을 놔두고 엉뚱한 책만 읽다가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이죠. 전에 어떤 사람이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다가 나중에 학자가 되어서 큰 업적을 남겼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는 1단계 독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습니다.
다음은 책의 대략적인 내용이나 부분적인 내용을 읽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효율적으로 많은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는 단계입니다. 제가 대학교에서 만난 어느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백과사전의 중요한 항목을 복사해서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이것만 읽어도 공부가 많이 된다."고 강조하셨는데, 백과사전 읽기는 원전 읽기 만큼 깊이가 있지는 않지만, 대학생이 빠르게 좋은 정보를 얻는 중요한 방법임은 분명합니다. 물론 이러한 단계에만 머문다면 전체적인 이해가 부족하기에 연결되지 않은 단편적 지식만 많은 "찢어진 백과사전" 같은 사람이 될 수도 있겠죠.
마지막으론 풍부한 지식을 담은 좋은 책을 정독하는 단계입니다. 이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전통적인 교육에서는 이러한 독서의 3단계를 인정하지 않고 "정독"만을 독서로 받아들이는데, 이는 현실에 맞지 않습니다. 오늘날 대부분 사람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습니다. 인터넷에서 글을 읽다 보면 책에 관한 언급을 많이 접하기 마련이고, 인터넷 서핑을 많이 하는 사람은 어떤 책이 영향력이 있는지 잘 알기 마련입니다. 이는 벌써 독서의 1단계에 이른 것이죠. 또 어떤 사람은 위키피디아 등을 통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요약된 형태의 정보를 많이 얻습니다. 이는 독서의 2단계에 이른 것입니다. 그리고 특정한 분야에 대해 정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 분야에서 영향력이 큰 책을 주문하거나, 고전이라면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등에서 무료로 내려받아서 봅니다. 이는 독서의 3단계인 것이죠. 이제는 갈수록 독서의 3단계가 적어지고, 독서의 1단계와 2단계가 늘어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과거보다 정보를 적게 획득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정보의 특성이 변했을 뿐이죠.
이렇게 본다면 교육가들이 인터넷을 독서의 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인터넷을 독서와 연결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시대가 바뀌면 독서의 정의도 바뀌어야 하겠죠.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연재] 이야기의 역사 5- 끝 (2) | 2010/08/15 |
|---|---|
| Inglourious Basterds, 타란티노의 걸작이 될 것인가? (4) | 2010/05/11 |
| 독서의 3단계 (2) | 2010/04/14 |
| 반 고흐와 현대사회의 탄생 (3) | 2010/03/24 |
| 아바타의 역사 (3) | 2010/01/26 |
| 씨름과 스모, 또는 의식(ritual)의 중요성에 관하여 (4) | 2009/11/0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