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무한한 정보가 있는 거대한 영역이지만, 막상 인터넷을 쓰는 사람은 특정한 사이트 몇 곳을 방문하게 됩니다. 포털은 이러한 사용습관을 이용해서 이메일, 뉴스, 경제정보, 만화, 블로그 등 사용자가 원할만한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함으로 사용자를 붙들어 두고, 여기서 많은 광고 수입을 얻습니다. 하지만, 포털은 정보를 얻는 데는 유용하지만 인간관계를 돕는 덴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관계를 넓히고 유지하기 원하는 사람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를 이용하기 마련이죠. SNS의 좋은 예로는 싸이월드를 들 수 있습니다. 싸이월드는 1999년에 시작한 관계 중심의 사이트로, 전 세계적으로 봐도 SNS의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싸이월드는 누구나 쉽게 작은 홈페이지를 만들고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한때 "전 국민이 싸이를 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싸이월드의 인기는 급격하게 떨어졌고, 해외로 진출하려던 싸이월드의 노력도 변변한 결실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싸이월드보다 훨씬 늦게 시작한 My Space와 Facebook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특히 Facebook은 미국에서 방문자수가 구글을 제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싸이월드는 시장 선도자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Facebook에게 밀려나게 되었을까요?

싸이월드의 큰 약점은 싸이월드가 한국인에게 특화한 서비스라는 점입니다. 싸이월드는 한국에서 시작한 서비스고,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과정에서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 방식으로 진화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미니홈피의 디자인과 미니미, 미니룸 등은 모두 한국인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그래픽입니다. 이는 싸이월드를 외국으로 옮겨가려면 외국인에게 맞게 디자인을 완전히 바꾸던지, 외국인이 한국인의 정서에 맞추길 기대해야 한다는 뜻이죠. 그에 비해 페이스북의 디자인은 매우 단순하고, 그래픽이 적기 때문에 어느 나라 사람이나 그럭저럭 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단, 한국인이 보기에 페이스북의 디자인은 너무 심심하고, 그래서 한국인 중에 페이스북 사용자는 많지 않습니다). 또한, 싸이월드는 윈도우 중심인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 맞춰 설계되었기에 윈도우 익스플로러가 아니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맥 사용자나 파이어폭스 사용자는 사용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에 비해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다양한 환경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는 여러 나라의 환경을 반영하였기에 어떤 플랫폼이나 브라우저에서도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싸이월드는 외부에 대해 닫힌 체제(closed system)라는 점에서 페이스북과 차이가 큽니다. 싸이월드의 모든 서비스는 싸이월드에서 제공되고, 다른 회사는 싸이월드 사용자와 관계할 수가 없습니다(소수의 특수 관계 회사는 가능할지 몰라도,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하죠). 그에 비해 페이스북은 API를 공개해서 다른 회사가 페이스북과 연동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Tripit.com에서 여행일정을 관리하는데, 이 서비스는 페이스북과 연동하기에 Tripit.com에 여행일정을 올리면 페이스북의 내 프로파일에 여행일정이 동시에 올라갑니다. 또한, 많은 페이스북 사용자의 사랑을 받는 FarmVille이나 Mafia Wars 등도 페이스북이 많은 게임이 아니라 다른 회사들이 만든 게임이죠. 이처럼 다양한 회사들이 페이스북 사용자에게 자신들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페이스북은 하나의 플랫폼의 역할을 할 뿐이고, 서비스는 수많은 회사가 제공하죠. 이렇게 서비스 제공 회사가 많아지면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늘면서 광고수입이 늘기 때문에 페이스북에도 좋은 일입니다.

이러한 API 공개는 페이스북만이 아닌 최근 인터넷의 중요한 흐름입니다. 트위터도 API를 공개하였기에 다양한 관련 서비스가 생겨났는데, 한국어 메뉴를 지원하지 않는 트위터를 한글로 쓸 수 있도록 해주는 twtkr.com 도 그러한 좋은 예입니다. 만약에 싸이월드도 미국이나 일본에 자회사를 설치하는 대신, API를 공개하고 현지에서 싸이월드 서비스가 자생적으로 생겨나도록 했다면 어떨까요? 사실 싸이월드도 이러한 흐름에 자극을 받아서 API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는데, 지금으로선 너무 늦은 감이 있습니다.

싸이월드는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도 장래가 밝지 않습니다. 지금 많은 사람은 스마트폰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인터넷을 하고, 따라서 인터넷의 중심도 데스크탑에서 모바일기기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트위터는 처음부터 휴대전화의 문자 메시지로 업데이트가 가능했고, 페이스북은 각종 스마트폰으로 어플을 발표해서 실제로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접속을 합니다(페이스북에 모바일 기기로 접속을 해서 글을 남기면 표시가 남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바일 기기로 접속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싸이월드는 이제서야 모바일용 어플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는데, 컴퓨터에 특화한 싸이월드 디자인이 모바일용으로 얼마나 잘 표현될지도 의문이고, 어쨌든 페이스북 등 다른 서비스보다 대응이 훨씬 늦었다는 점이 문제로 남습니다(싸이월드가 모바일 기기용 어플을 늦게 내놓은 원인은 아이폰 도입이 늦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아이폰이 나오면서 모바일 기기용 어플 개발의 중요성에 대한 각성이 빨리 시작되었는데, 한국은 작년 말에야 아이폰이 들어왔고, 그만큼 시장의 흐름에 늦게 반응한 셈이죠).

한국인이 만든 싸이월드가 SNS의 원조이지만 세계 시장에서 페이스북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페이스북이 구글만큼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놓고 볼 때, 싸이월드가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면 한국에서 구글만 한 기업이 나올 수도 있었다는 말이기 때문이죠. 결국,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아이디어나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세계적인 흐름을 읽는 눈과, 문화적 장벽을 넘어 여러 나라에서 통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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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