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의 시대

사회 2010/05/04 02:45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는 Status라는 칸이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이 칸에 자신이 지금 하는 일, 자신의 감정 상태, 자신이 생각하는 내용 등을 자유롭게 쓸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각 사람이 Status를 올리면 나는 이를 News Feed 페이지에서 모아서 볼 수가 있습니다. 길게 글을 쓸 필요 없이 간단하게 친구 간에 의사소통하기 좋은 장치죠. 한국에서 이와 유사한 장치로는 메신저 대화명을 들 수 있습니다만, 대화명은 지금 로그인해서 내 대화명을 볼 수 있는 사람에게만 전달되기에 과거에 쓴 내용도 모두 기록이 되는 페이스북의 Status와는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페이스북의 Status는 간단하게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지만, 페이스북 내의 작은 서비스이기 때문에 페이스북을 쓰지 않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과거엔 페이스북 상의 친구만이 Status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Security option에서 공개여부를 선택할 수 있죠) 유용성이 제한되었습니다. 그런데 Twitter라는 회사가 생기고, Facebook의 Status 기능을 독립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이러한 소통방법이 갑자기 인기를 끌게 됩니다. 사진 올리기부터 채팅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강력하지만, 때로는 번잡하게 느껴지는 Facebook과 달리, Twitter는 140자를 쓰고 읽는 기능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훨씬 단순합니다. 하지만, 이 단순함을 무기로 트위터는 탄생한 지 4년 만에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지금은 한 달에 10억 개의 메시지가 올라올 정도로 사용자가 많습니다.

트위터가 성공을 거둔 원인은 간단한 아이디어의 잠재성을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단문으로 세상과 소통한다는 아이디어는 이미 Facebook의 Status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간단한 기능을 독립해서 제공하려고 생각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이것이 복잡한 아이디어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했을 때 어떠한 결과가 생길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지금도 많은 사람은 트위터로 무엇을 해야 할까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트위터의 설립자들은 단문 서비스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상상력의 힘만으로 인터넷을 움직이는 거대한 회사를 만든 것이죠.

최근에 상상력이 중요해진 원인은 각 분야를 구분하는 벽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입니다. 과거엔 한가지 영역의 지식이 그 영역에서만 쓸모 있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서면서 지식은 고유의 영역을 넘어서 다른 영역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제약분야의 예를 들자면, 지금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은 유전자 공학의 성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공학은 제약과 직접 관련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유전자 공학으로 획기적인 약효를 보이는 신물질이 개발된다면 제약업계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죠. 피터 드러커는 이처럼 지식이 고유의 영역을 넘어서면서 전통적인 기업의 연구소들이 쓸모가 없게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정 영역을 열심히 연구하는 기업 보다, 다른 분야에 대해 다양하게 알고, 이러한 지식을 창조적으로 자신의 영역에 적용하는 기업이 더 발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애플은 컴퓨터용 운영체제인 OS X을 개발했지만, 이를 휴대전화에 적용해 iPhone을 만들었을 때 엄청나게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러자 수십년간 휴대전화만 개발해온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애플의 뒤를 쫒느라 난리가 났죠. 이처럼 하나의 지식을 다양한 영역에 활용할 수 있는 시대엔 창조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상상력은 인터넷을 움직이는 거대한 힘입니다. 과거엔 돈과 권력이 사회를 움직였지만, 대부분의 활동에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 인터넷 세상에선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음악공유 서비스인 냅스터를 세운 션 패닝은 상상력의 힘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입니다. 90년대 말 고등학생이던 패닝은 쉽게 음악을 찾는 방법을 원했습니다. 당시 음악 공유는 인터넷 서버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특정한 서버에 음악 파일을 올리면 저작권 침해로 고소를 당할 뿐 아니라,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접속하면 서버가 다운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는 많은 사용자를 Peer-to-Peer 방식으로 연결한다면 각 사용자가 파일을 전송하기 때문에 서버 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파일을 주고받는 개인이 법적인 책임을 지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인터넷으로 다른 프로그래머들과 나눴지만, 오직 "사람들이 뭣 하러 익명의 대중과 음악 파일을 공유하겠느냐?"라는 회의적인 반응만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은 기꺼이 음악을 공유할 것이다"라고 믿고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그가 냅스터 서비스를 개시하자 사람들은 그의 예상대로 무료로 음악을 주고받았고, 결국 냅스터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물론 냅스터를 통한 음악 공유는 불법이었고, 이 서비스는 2년 만에 문을 닫게 됩니다. 하지만, 션 패닝은 다른 사람이 예측하지 못한 사람들의 행동(익명의 대중에게 음악을 공유함)을 상상함으로써 인터넷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쓸 수 있었습니다. 결국, 냅스터가 대중화한 P2P 기술은 오늘날 인터넷의 중요한 한 요소로 자리 잡았죠.

20세기 이후로 기술의 발달을 통해 물질적 한계가 극복되면서 우리는 상상력이 인간의 한계를 결정짓는 세상에 살게 되었습니다. 상상력만 무궁하다면, 물질적인 한계는 쉽게 극복되기 때문이죠. 오사마 빈 라덴은 상상력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흥미로운 예입니다. 그는 이미 90년대에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미군을 대상으로 한 테러를 주도해서 경계의 대상이 됩니다. 그가 테러리스트로 성공(?)할 수 있던 비결은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돈과 무기와 병력을 다양한 지역으로 옮겨 다니면서 활동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현대의 교통, 통신 기술을 활용해 테러 활동을 벌인 것이죠. 그가 현대 기술을 활용해 혼자서 국가를 상대로 투쟁을 벌였기에 토마스 프리드먼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그를 "Super-empowered individual"의 예로 들기도 했죠.

하지만, 그의 활동은 외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극히 한정되었고, 그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는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고자 초대형 테러 계획을 세웁니다. 이를 위해 그는 거대한 폭탄을 만들거나, 수만 명의 군대를 조직하는 대신, 몇 명의 테러리스트를 미국으로 보내 비행기 조종법을 배우게 합니다. 그는 이들이 민간 항공기를 납치한다면 비행기를 무기 삼아 중요한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당시 미국은 이러한 공격을 상상도 못하였기에 이를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프리드먼은 9/11사태에 대해 "미국이 상상력 싸움에서 졌다."라고 한탄했죠. 한쪽은 미국을 공격하려고 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하는데, 미국은 이러한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비극이 일어났다는 말이죠.

이처럼 상상력은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상상력을 쓰는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간다는 점입니다. 만약 우리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빈곤을 퇴치하고,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실제로 빌 게이츠가 세운 재단은 세계의 보건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사람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누군가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해결책을 찾길 기대한다는 말이죠. 과거라면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거대한 금액을 투자해 체계적인 연구부터 했겠만, 지금은 엄청난 자료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누군가가 뛰어난 아이디어를 내놓기만 해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열병으로 죽는 사람이 많은 아프리카에서 열병 환자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담은 설명서와 약이 들어 있는 상자를 나눠주기만 해도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습니다. 간단한 아이디어가 수 많은 생명을 구하는 예입니다. 앞으로 우리 주변에도 현실에 얽매여 상상력이 갇힌 사람 보다는, 상상력으로 현실을 바꾸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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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