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 터치를 쓰는 사람은 아이폰을 아이팟 터치 + 휴대전화라고 이해하지만, 아이팟 터치를 쓰다가 아이폰을 쓰는 사람은 아이팟 터치와 아이폰은 전혀 다른 느낌이라고 설명합니다. 물론 아이팟 터치로도 주변에 접속 가능한 WIFI망이 있다면 인터넷을 쓸 수 있지만, 아이폰은 언제라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데, 이 차이가 작아 보여도 실제로는 매우 크다는 말이죠. 예를 들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린다고 생각해 봅시다. 아이팟 터치로는 버스가 언제 도착할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으로는 Seoul Bus 같은 어플을 이용해 즉시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만 있으면 인터넷에 접속해 버스뿐만 아니라 도로의 교통 정보, 날씨, 주가 등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정보를 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이러한 정보는 언제라도 주머니 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면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컴퓨터가 시작한 데이터베이스 혁명의 완성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컴퓨터가 존재하기 전, 세상에 존재하는 정보의 대부분은 종이 위에 기록된 잉크의 형태로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가 생기고 정보를 거의 무료로 처리할 수 있게 되자 많은 기업이 자료를 컴퓨터로 옮기는 전산화 작업에 나섰죠. 하지만, 이렇게 전산화한 정보는 각 기업이나 단체의 컴퓨터 속에만 있었고, 이를 외부에서 접근할 수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대학 도서관이 어떤 책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려면 외부에서는 알 수가 없고, 그 대학에 직접 가서 단말기(터미널)로 그 대학 도서관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야 했죠. 이는 다른 말로 하자면 흔치 않은 책 한 권이 어디 있는지 찾으려면 전 세계 여러 대학을 돌아다녀야 했다는 뜻이죠.

인터넷의 등장은 이러한 상황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과거에 외부로부터 단절된 컴퓨터 속에 들어 있던 자료는 이제 세계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살아 있는 정보로 바뀌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계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고, 과거에 정보 중계인의 역할을 하던  증권회사, 여행사 등은 이제 정보 제공의 대가로 높은 수수료를 요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데이터베이스는 이러한 정보의 대중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데이터베이스는 특정한 형태로 모아 놓은 정보입니다. 데이터베이스로 모인 정보는 쉽게 검색하거나 다른 자료와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Amazon.com은 엄청나게 많은 도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고, 이를 활용하면 어떤 저자가 어떤 책을 썼는지, 어떤 주제를 다룬 책이 얼마나 많은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danawa.com은 각종 전자제품의 가격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제공하는데, 어떤 제품을 어떤 판매처가 어떤 가격으로 판매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거엔 특수인 만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할 수 있었지만, 인터넷 덕분에 이제는 누구나 데이터베이스에 쉽게 접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인터넷을 이용한 데이터베이스 이용은 컴퓨터를 통해서만 가능했습니다. 또한, 당시엔 대부분 컴퓨터가 데스크탑이었기에 인터넷 이용은 직장이나 학교, 가정 등 생활 거점에서만 가능했죠. 하지만,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인터넷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왔고(아이폰의 광고문구가 "Internet in your pocket"이죠), 이제는 어디서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대중이 스마트폰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게 되면서 정보에 대한 대중의 욕구는 더욱 커졌고, 이는 정보를 정보제공자의 소유로 보는 관점과 충돌하게 됩니다. 아이폰용 어플인 Seoul Bus의 서비스 중단 사태는 이러한 관점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주죠. Seoul Bus는 버스의 도착시각을 실시간으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알려주는 어플입니다. 그런데 경기도에서 이 어플이 자체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막아버렸고, 이 어플은 경기지역의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사용자들이 강하게 반발하였고, 결국 경기도는 태도를 바꾸어 이 어플이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도록 허용을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엄밀히 말해 시민이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정보를 얻을 권리"를 대규모로 자각한 첫 번째 예라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경기도는 자신들이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니 누가 어떤 어플로 접속할지를 자신들이 결정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시민의 생각은 달랐던 것이죠.

정보를 대하는 시민의 의식 변화는 정치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큽니다. 원래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는 정보를 최대한 국민에게 공개함으로 권력의 남용을 막습니다. 미국엔 Freedom of Information Act라는 법이 있어서 대부분 정보를 공개하도록 정부에 요구할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정부문서는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모두 열람이 가능하죠. 한국도 정보공개법이 있기는 한데, 이에 대한 인식이 낮아 제대로 활용이 안 되는 형편입니다. 이는 무엇보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정부가 하는 말은 무조건 믿어야 했고, 주제넘게 더 알려고 하는 사람은 큰 곤욕을 치르던 기억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마음대로 공공정보를 즐기는 사람이 늘면 "공공을 위한 정보는 대중의 것이고, 정부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라는 인식이 확산하기 마련이고, 이는 정부에 대한 정보공개 요구의 증가로 이어지겠죠. 예를 들어, 지금 논란이 되는 천안함 사태는 군이 사고 직전 천안함의 무선교신 내용만 공개해도 큰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 대해 국민이 정보 공개를 요구할 법적 근거는 없을까요? 만약 법이 이를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보 공개를 요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운동을 벌이는 것은 어떨까요? 이렇게 된다면 정치인들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릴 생각을 하기가 어렵게 되고, 국민이 품는 의혹도 줄어들 것입니다.

지금 징행중인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생활방식의 변화는 시민의식의 성장을 낳고, 이는 결국 정치적인 변화와 개혁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부디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를 빠른 시일 내에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P.S. 본문에 경기도 예기를 하면서 시민이라는 표현을 써서 이상하게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시민(Citizen, Citoyen, Bürger)은 근대 유럽 정치계의 용법을 따라 정치적으로 각성한 존재라는 의미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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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