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에 다녀오면서 한국 음식 재료를 많이 가져온 덕분에 요즘은 한국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유럽 음식 위주로 먹었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한국 음식이 먹고 싶어서 여기서 인터넷에서 구한 재료들로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고, 이제 한국에서 가져온 음식까지 있으니 당분간은 한국 음식만 먹고 살 수도 있겠군요.

어떤 사람은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이 시간 낭비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사다가 먹는 편이 더 싸다고도 하지만, 저는 음식은 단지 시간이나 돈의 문제로만 따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음식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고, 이러한 중요한 요소를 단지 계산기 두드려서 나오는 이익관계로만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죠.

식사는 몸이 영양분을 섭취하는 행위이지만, 인간에게 식사란 관계와 연관이 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어느 문화에서나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는 식사를 함께하기 마련이고, 특히 자신이 직접 준비하는 식사는 상대방에 대한 최상급의 존경과 사랑의 표현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들은 자식들에게 꼭 자신이 준비한 음식을 해주길 원하고, 자식은 집을 떠나도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이 그리운 법이죠. 물론 과학의 관점으로만 보는 사람이라면 "누가 어떻게 해준 밥이라도 필요한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기만 하다면 좋은 식사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인간을 관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영양소뿐 아니라 밥을 짓는 사람의 정성도 밥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겠죠.

음식을 영양학의 관점에서만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현상 중 하나가 미국인의 미만 문제입니다. 미국인 중엔 살찔까 봐 고기, 기름, 탄수화물, 유제품을 안 먹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러한 살찌기 쉬운 음식을 거의 매일 먹는 프랑스인이나 이탈리아인보다 비만율이 높다는 사실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는 무엇보다 미국인들이 외식을 좋아하고, 집에서 식사를 준비해 먹지 않는 가정이 많다는 점이 중요한 원인이라는 해석이 설득력 있습니다. 즉, 아무리 영양을 고려해 먹는다고 할지라도, 집에서 요리해서 먹지 않고 밖에서 사 먹기만 한다면 결국은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말이죠.

사 먹는 음식은 직접 해 먹는 음식보다 맛이 좋긴 하겠지만, 이러한 음식이 몸에도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사실 음식은 달고, 짜고, 기름질수록 맛있게 느껴지는 법이지만, 이러한 음식을 많이 먹으면 몸에 부담되겠죠. 또한, 음식을 사서 먹는다면 내가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선택할 수가 없어서 내 몸에 맞는 음식이 무엇인지 실험해 보기 어렵고, 내 몸에 맞는 음식을 알아도 메뉴에 없다면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늘 음식을 사서 먹는 사람은 집에서 음식을 해서 먹는 사람보다 건강을 지키기가 훨씬 어렵다는 뜻이죠.

근대로 들어오면서 인간은 모든 것을 비인격적인 숫자로 환원하였고, 이는 음식의 영역에도 적용되어 효과적으로 음식을 수송해서 저렴하게 열량과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식료품의 가격은 내려갔지만, 동시에 한 지역에서 음식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역 공동체가 해체되었으며, 비만, 성인병 등의 문제는 점차 심각해졌습니다. 최근 들어 전통적인 영양학과 다른 관점에서 음식을 이해하는 사람이 늘어난 원인도 이러한 근대화의 흐름이 낳은 부작용 때문이죠. 패스트푸드에 반발하여 천천히 만든 음식을 즐기는 슬로우푸드 운동이나, 자기 지역에서 생산된 음식을 먹자는 운동도 이러한 새로운 흐름의 일부분입니다.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omnivore's dilemma)에는 자신이 직접 기르거나 채집한 재료만 써서 요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음식을 경제에서 떼어내어 개인의 영역으로 다시 집어넣으려는 노력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대부분의 현대인, 특히 도시인은 이러한 방식으로 식사를 준비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또 그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음식을 경제와 영양의 관점으로만 보려고 하지 말고, 관계, 공동체,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보려는 자세일 것입니다. 좀 더 쉬운 말로 하자면 조금이라도 요리와 식사를 인격적인 활동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겠죠. 그렇게 된다면 현대에 들어 급증한 많은 질병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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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