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한국 이동통신 시장의 최강자 SKT가 어느 날 "앞으로 우리 고객은 KTF나 LGT 고객에게 전화를 걸 수도 없고, 받을 수도 없다. 따라서 SKT고객과 전화하기 원하는 사람은 우리 회사 전화를 사기 바란다"라고 선언한다면 어떨까요?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은 통일된 하나가 아니라, SKT대 KTF-LGT로 나뉜 세상이 되겠죠. 과거에는 통신사와 상관없이 전화가 오갔는데, 이제는 같은 통신사가 아니면 전화가 안 되는 일은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인터넷은 이러한 악몽이 이미 실현되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방문객이 많은 사이트인 네이버의 폐쇄성이 한국 인터넷을 두 쪽 낸 것이지요.

물론 "네이버가 영향력이 심하지만, 그렇다고 네이버 때문에 인터넷이 두 쪽 났다는 것은 과장 아닌가?" 생각하는 분도 있겠죠. 하지만, 이는 과장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네이버를 방문한다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네이버를 떠날 일이 없습니다. 검색을 비롯한 네이버의 서비스는 다른 네이버 서비스를 향하고, 따라서 네이버 밖의 세상은 만날 일이 없는 것이죠. 또한, 네이버 외부에 있는 사람은 네이버로 들어갈 일이 별로 없습니다. 구글에서 검색하면, 네이버 블로그나 지식인은 나오지가 않죠. 즉, 외부에 있는 사람은 네이버에 어떠한 정보가 있든 볼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네이버 바깥의 세상을 보고 싶은 사람은 네이버를 떠나 새로 구글이나 다음 등에서 검색해야 하고, 네이버 안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궁금한 사람은 네이버로 직접 가서 검색을 해야 합니다. 이는 마치 이동통신사 간 전화가 안 돼서, 회사별 전화기를 한 대씩 사서 쓰는 상황만큼이나 불합리합니다.

인터넷이라는 말은 서로 연결한 (inter) 네트워크 (net)라는 뜻입니다. 예전에는 각 대학, 대기업별로 독립 네트워크가 있었죠. 따라서 한 대학 안에서는 컴퓨터로 서로 연락할 수 있었는데, 이 대학에서 저 대학으로 컴퓨터 연결은 불가능했습니다. 인터넷이 나오면서 세계 어느 네트워크나 다른 네트워크로 쉽게 연결되게 변했죠. 하지만 이는 기술적인 이야기고, 실제로 사람들이 이 사이트에서 저 사이트로 마음대로 돌아다니게 된 것은 검색 때문입니다. 즉, 검색은 인터넷을 인터넷 하게 만드는 핵심이지요. 그런데 네이버는 자체 검색에서 외부 사이트의 노출을 극소화하고, 외부 검색엔진의 접근은 최대한 차단해서 인터넷을 동강내어 버렸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네이버 지식인에 질문 올리고 답하는 사람들이 "나는 인터넷을 쓰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 쓴다"고 생각할까요? 아니죠. 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쓴 글은 네이버 검색을 통해서만 뜨고, 네이버 바깥의 세계에서는 볼 수가 없습니다. 만약 그들이 다른 사이트에서 같은 활동을 했다면 많은 검색엔진이 그들의 활동을 읽어들여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검색결과로 출력할 것입니다. 즉, 네이버는 인터넷 세상과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터넷의 탈을 쓴 유사 인터넷입니다.

그렇다면, 두 쪽으로 나누어진 한국 인터넷 세상을 합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네이버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외부에서 검색하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구글을 쓰던 야후를 쓰던 네이버 안에 담긴 자료를 외부에서도 마음대로 볼 수 있으니까요. 또한 네이버는 검색결과에서 외부의 사이트를 더 많이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네이버 사용자가 외부의 좋은 자료를 보고 마음대로 외출하게 될테니까요.

네이버의 고립정책은 어차피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다음이 열린 태도로 점차 네티즌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열심히 쫓아가기에 네이버가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게다가 구글은 인터넷 백과사전을 만들고, 여기 광고를 달아 수익을 글 쓴 사람에게 돌려주겠다는 야심 찬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정말 이러한 서비스가 시작되면, 네이버 지식인에서 활동하는 사람의 상당수가 옮겨갈지도 모르죠. 이러한 위기가 시작되면 네이버는 부랴부랴 "외부에서 네이버 서비스를 검색하도록 허용하겠다" "검색 결과에서 외부 사이트를 더 많이 보이겠다"는 식의 발표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진정으로 네티즌의 사랑받는 기업이 되려면 남들보다 훨씬 앞서는 지금부터 개방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을 울타리 안에 가둬두는 회사가 아니라, 넓은 들판에 풀어주는 회사로 거듭나야 오랫동안 성공을 유지하는 회사가 될 것입니다.

부디 다음에서도 네이버 지식인이 검색되는 모습을 빨리 보기 원합니다. 그리고 네이버를 주로 쓰는 사람도 인터넷이란 넓은 세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자료를 마음껏 찾게 되길 바랍니다. 그러할 때 한국의 인터넷은 진정으로 통일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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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저는 얼마 전 아이리버가 아이팟을 절대 이길 수 없는 이유에서 아이리버가 한때 MP3 플레이어 시장을 주도했지만 아이팟에 쉽게 1위 자리를 내주고 지금까지 시장을 되찾아오지 못한 이유는 제품을 만드는 데 일관된 철학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썼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제품 철학의 부재는 한국 기업이 일반적으로 보이는 약점이기도 하지요. 즉, 현대나 삼성을 비롯한 많은 한국 회사들이 좋은 제품을 싸게 만드는 것은 잘하지만, 일관된 철학이 없고, 따라서 제품을 많이 팔리기는 하지만 고가의 명품을 만들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90년대 말부터 생겨난 인터넷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지식에 근거한 회사이고, 따라서 기업철학이 뚜렷한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의 검색시장을 지배한다고 할 수 있는 네이버가 좋은 예이지요.

검색에 관한 네이버의 철학은 소비자가 찾기 원하는 정보를 한눈에 찾기 좋도록 제공하자는 것입니다. 즉, 소비자가 검색어를 넣었을 때, 그의 의도에 맞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제공하겠다는 의도이지요.

예를 들어, 허경영이라는 검색어를 넣을 때, 검색자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허경영씨의 홈페이지를 알고 싶을 수도 있고, 그의 약력을 알고 싶을 수도 있고, 그의 사진을 보고 싶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고 싶을 수도 있지요. 따라서 네이버는 이러한 다양한 가능성을 섹션별 분류를 통해 제공합니다. 우선 그에 대한 사진과 간단한 정보가 나오고, 그와 관련한 뉴스, 그가 쓴 책, 그에 대한 질문과 답을 모은 지식인, 그의 사진과 동영상, 그에 관한 블로그 글 등이 한 면에 연이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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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섹션별로 나눠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클릭 한 번으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이 사용자에게는 편하지만, 문제점도 있습니다. 우선, 이런 식의 깔끔한 정보를 주려면 인간의 노력이 많이 들어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맨 위에 허경영 옆에 다른 대선 후보의 리스트가 쭉 나오는데, 이는 허경영이라는 사람이 대선후보라는 데이터를 입력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서비스하려면 롯데 자이언츠엔 프로야구팀이라는 정보를 입력해야 하고, 태왕사신기에는 드라마라는 정보를 입력해야 합니다. 즉,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회사는 인력을 동원해 데이터를 정리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네이버는 이렇게 다양한 검색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도 같이 제공합니다. 그런데 네이버가 운영하는 지식인, 블로그, 뉴스, 지식 쇼핑 등은 모두 네이버의 검색 결과에 나타나고, 따라서 네이버로 검색하면 네이버의 다른 서비스로 갈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이러한 서비스에 워낙 좋은 데이터가 많아서 네이버로 검색하면 원하는 결과를 쉽게 찾습니다. 즉, 네이버 검색은 네이버 서비스를 키우고, 네이버 서비스는 네이버의 검색결과를 풍요하게 합니다. 이러니 네이버가 한국 검색 시장을 장악한 것도 놀랄 일은 아니지요.

그에 비해 구글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서비스에 접근합니다. 구글이 원하는 목표는 최고의 알고리즘을 개발해서, 가장 사람 손이 작게 가는 검색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즉,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함으로, 수작업을 배제하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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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허경영으로 검색해 보면 다양한 사이트가 뜨지만, 위에서 아래로 순서가 있을 뿐, 한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물론 위에는 이미지나 뉴스 검색을 위한 링크가 있긴 하지만, 첫 화면에는 웹 문서가 나열되었을 뿐입니다. 대통령 후보라는 데이터를 따로 넣지 않았으니 다른 대선후보의 명단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런 검색은 한국의 사용자들에겐 무뚝뚝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글의 철학은 대단위 데이터 검색에서 빛을 발합니다. 사람의 손을 빌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의 모든 문서를 검색한다 하더라도 분류하는데 따로 인력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지요. 그리고 미국에서 개발한 기술을 한국이나 프랑스에 적용해도 됩니다. 즉, 한 번 개발한 기술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쓸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요.

그에 비해 네이버가 외국으로 진출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 우선 그 나라 알바생을 수백 명 고용해서 교육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나라 문화를 익히고, 그 나라 사람들이 원하는 검색결과 분류법을 개발하는데 여러 해가 걸릴 것입니다. 그렇게 한 나라에 진출하고 나서도, 또 다른 나라로 진출하려면 다시 처음부터 서비스를 건설해 가야 합니다. 즉, 네이버의 서비스는 한 나라에만 적합하지, 세계적인 서비스가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네이버가 검색 결과를 자사 서비스로 연결하는 데 비해, 구글은 외부 서비스로도 쉽게 연결합니다. 예를 들면, 구글은 네이버의 지식인과 비슷한 Google Answers를 운영했는데, Google에 검색어가 들어오면 Google Answers로 연결했다면 Google Answers는 네이버 지식인 이상으로 성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구글은 중립을 지켰고, 결국 Google Answers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망했습니다. 이러한 구글의 중립성이 구글의 검색 결과를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결국, 검색에 관한 네이버의 철학은 "소비자의 만족을 위한 수작업 및, 검색 결과를 풍요하게 하는 지식 서비스 제공"인 것 같고, 구글의 철학은 "수작업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오직 알고리즘을 통한 신뢰할만한 검색결과 제공"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한국 같은 좁은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입맛에 딱 맞는 네이버가 인기고, 전 세계적으로 봐서는 지역화가 필요없는 구글의 서비스가 더 강세인 것은 각 기업의 철학이 낳은 결과라고 보입니다. 야후의 퇴조에서 보이듯, 사람의 수작업으로 웹을 분류하는 일은 전세계적으로 진행하기엔 너무도 분량이 많기 때문이죠. 그렇게 본다면 구글의 세계 검색시장 지배는 당분간 유지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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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어제 저녁에는 서울 지방에 올겨울 첫눈이 내렸습니다. 첫눈하니까 검색엔진 첫눈 (1noon.com)이 생각나네요.

첫눈은 2005년 네오위즈로 부터 독립한 검색 서비스입니다. 야후,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가 주도하는 한국 시장에서, 구글 같은 깔끔한 첫화면으로 검색 중심의 서비스를 공급하였기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사실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라고 하지만, 검색 기술은 크게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한 검색을 통해 다른 사이트로 보내는 것 보다, 자신들의 서비스 (지식인, 블로그)로 이어지는 검색을 원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구글 처럼 정직하게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 방문자가 원하는 페이지를 찾아 떠나가도 아쉬워하지 않는 첫눈의 등장은 신선했습니다. 특히 구글이 페이지랭크라는 개념으로  웹페이지의 가치를 측정하듯, 스노우랭크라는 개념으로 웹페이지의 가치를 측정한 것을 보면, 이들이 나름대로 원대한 꿈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포털이 지배하는 한국시장에서 신생 검색엔진이 살아남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350억에 첫눈을 인수하였지요. 처음에는 해외 진출을 추진하겠다고 하더니 흐지부지 되어 버리고, 결국 첫눈은 올 6월 서비스를 중단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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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첫눈이 품었던 검색 기술을 통한 제2의 구글 창조라는 꿈은 물거품이 되어버렸고, 네이버는 위험스러운 라이벌로 성장할 수 있는 적을 싹이 크기도 전에 잘라버린 동시에, 우수한 검색 기술을 지닌 인원을 흡수하였으니 여러모로 남는 장사를 한 셈이죠.

첫눈이 내세운 약속 중에 "첫눈 내리는 날 첫눈 번개"가 있었다는데, 첫눈이 살아 있었다면 아마 어제 저녁이나 오늘 쯤 번개를 했겠죠. 첫눈에서 일하던 분은 첫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눈의 포근함을 잊게 만드는 현실의 차가움이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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