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1/14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7)
  2. 2007/12/02 경쟁심에 병든 한국 사회 (8)
이명박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일이 다가오면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이 서서히 드러나는 듯한 모습입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이명박 당선자 자신의 말을 근거로 생각할 때, 이명박 정부는

1. 기업환경개선을 통한 경제 성장
2.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 해소
3. 대운하 계획의 변함 없는 추진
4. 부처 통폐합을 통한 작은 정부
 
등의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들은 일관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실현될 수 있을찌 의문이 듭니다. 우선, 기업환경개선이라는 정책과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 해소라는 정책을 살펴봅시다. 기업환경개선이라는 말은,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데 방해가 되는 여러가지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선 기업이 시장의 원리에 따라 활동할 수 있도록 자유를 보장해 주고, 정부는 기업 활동에 간섭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투표자의 대부분은 기업가가 아닌 일반 국민입니다. 따라서 이명박 당선자는 기업만 위할 뿐 아니라 일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도 펼치기 원합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휴대전화 요금을 내리겠다"는 말입니다. 문제는 휴대전화 요금을 내리기 위해서는 기업에 "휴대전화 요금을 내려라"라고 지시해야 하는데, 이는 기업환경개선이라는 원칙에 위배됩니다. 그래서 인수위원회는 대통령 취임전에 휴대전화 요금을 인하하려고 추진했다가 기업들이 반발하자 대통령 취임 후 요금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이와 함께 추진하던 유류세 10% 인하 방안은 정부의 결정만으로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곧 시행하겠지만, 문제는 정유회사에서 "원가 인상 요인이 생겼다"며 세금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얼마전 정부는 서민용 난방 연로인 프로판 가스와 등유의 세금을 인하했지만, 실제 프로판 가스의 가격은 더 올라갔습니다. 가스 수입 업체들이 국제 가격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정부 말만 믿고 구입을 미운 소비자는 뒤통수를 맞았다"고 썼지만, 소비자가 정부만 믿다가 요금인상이라는 뒤통수를 맞는 일은 이명박 정부의 유류세 인하 이후에도 나타날찌 모릅니다. 그리고 기업이 "세금 인하분 보다 원가가 더 올라서 가격을 올렸다"고 말한다면, 기업환경개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정부는 뒷짐지고 바라봐야만 하겠지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모순을 드러내는 또 다른 영역은 교육입니다. 많은 학부모는 지금의 교육 정책이 마음껏 경쟁하지 못하도록 억누름으로 하향 평준화를 일으킨다고 믿기에 불만이 많습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원하는 대로 경쟁할 수 있도록 본고사를 부활하고, 자신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갈 수 있도록 자립형 사립고 100개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학 본고사가 부활하면 일반 고등학교의 느슨한 교육만으로는 감당이 안되기 때문에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자사고 교육이 필수가 되겠죠. 따라서 자립형 사립고가 생기면 우수한 학생들은 좋은 자사고에 진학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게 될 것입니다. 즉, 지금 고등학교 부터 시작하는 입시지옥이 앞으로는 중학고, 초등학교에서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하긴 요즘도 초등학교부터 입시경쟁이 치열하다니, 앞으로는 유치원부터 경쟁이 치열해 진다고 보는 것이 낫겠군요).

그런데 이명박 당선자는 사교육비에 등이 휘는 학부모를 의식한듯, 실무자들에게 "학부모가 봤을 때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해도 학교에 갈 수 있겠다. 바로 이거다’라고 무릎을 칠 수 있도록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안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는군요. 그런데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해서 본고사에 붙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자사고는 교육을 잘 시키겠지만, 교육비도 일반 고등학교보다 훨씬 높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명박 후보의 정책은 교육의 질을 향상하는 대신 교육비용 상승과 경쟁 심화를 일으킬 텐데, 한쪽으로는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해도 학교에 갈 수 있"는 정책을 추구합니다. 경쟁을 강화하자는 말인지, 아니자는 말인지, 교육비가 더 많이 들어가게 바꾸겠다는 말인지, 교육비를 줄이겠다는 말인지 도통 모르겠네요.

결국 이명박 정부는 특별한 이데올로기의 기반이 없이, 대중의 인기를 척도로 정책을 세우는 듯 합니다. 이는 단지 출범 초기이기에 나타나는 모습이 아니라, 정권의 본질적인 특색으로 보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좌파와 우파 모두에서 정체성을 의심하고, 따라서 뚜렷한 지지세력이 없습니다. 그의 인기는 "그가 나에게 이득을 주리라"는 국민의 생각에 근거하죠. 따라서 국민이 그에게 등을 돌리면 순간 인기가 폭락할찌도 모릅니다. 이명박 정부는 그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이쪽저쪽 모두를 만족케 할 정책을 찾습니다.즉, 기업이 "기업 활동에 규제가 너무 많다"고 하면 규제 다 풀어주고, 국민이 "물가가 너무 오른다"고 하면 기업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식이지요. 일부 국민이 "왜 교육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억누르느냐"고 항의하면 경쟁을 허용하고, "경쟁이 너무 심해 못살겠다"고 하면 경쟁이 필요없는 제도를 도입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인기 정책은 오래 지속하기가 어렵습니다. 때로는 국가의 장래를 위해 국민이 싫어하는 결정도 내려야 하는 것이 정부 지도자의 역할인데, 이명박 당선자는 그러한 역할을 감당하기는 어려운 듯 합니다. 지금은 정부 출범 이전인데도 이 정도로 정책의 모순이 많은데, 실제로 정부가 취임하고 나면 얼마나 많은 모순이 드러날찌 우려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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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LA 타임스에서 한국사회의 문제를 지적한 기사가 났다고 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봤습니다. 그 기사(In South Korea, it feels like a scandal a day)는 최근에 한국에서 벌어진 부정, 비리 사건을 총 망라해 놓았던데, 몇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을 한 곳에 모아놓으니 정말 많더군요. 그 기사에 나온 사건들을 보자면
  • 삼성 비자금 의혹
  • 이명박 후보 BBK관련 의혹
  • 김포외고 입시문제 누출
  • 유명인의 학력 위조 사건
  • 전군표 전 국세청장 비리
  • 신정아 학력위조, 변양균 비리
  • 이용철 전 청와대 비서관의 삼성 뇌물 폭로
  • 올 초에 드러난 현대자동차 분식회계
등입니다. 외부에서 보기엔 정말 한국 사회가 부패한 곳으로 보이겠죠.

그런데 신문은 한국인들이 재벌이 뇌물을 돌렸다는 사실에 대해 놀라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삼성이 뇌물을 주다니, 상상도 할 수 없다"라는 사람은 드물겠지요. 즉, 우리는 이미 이러한 비리에 대해 무감각해졌고, 따라서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도 약해진 것입니다.

비리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를 잘 보여주는 것은 이명박 후보의 인기입니다. 이명박 후보는 비리가 없는 영역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하게 비리와 관련한 의혹을 받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일 뿐 아니라, 그가 BBK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도 지지를 바꾸지 않겠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즉, 많은 한국인은 비리의혹이 끊이지 않는 사람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별로 꺼리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 기사는 한국에 비리가 많은 이유를 한국인의 경쟁심에서 찾습니다. 많은 한국인은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이 강하고, 남들보다 앞서려고 경쟁하다 보면 어떤 수단이라도 쓰고, 결국은 비리로 연결된다는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한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남을 밟고 올라가려는 극단적인 투쟁의 연속인 듯  합니다.

김포외고의 입시문제 유출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 어린 중학생들이 외고에 가려고 입시학원에 다녔는데, 입시학원은 학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시험문제를 빼와서 학생들에게 알려줬고, 그 사실이 드러나자 학교는 그 학원 아이들의 합격을 취소했고, 합격이 취소된 아이들의 부모는 땅바닥에 드러누워 항의하고... 이게 겨우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가려고 생겨나는 일 맞습니까? 만약 고등학교 입시가 그 정도라면, 대학 입시가 어느 정도일지는 상상에 맞기겠습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경쟁을 하고, 그러한 경쟁을 당연시합니다. 하지만, 외국과 비교해 본다면 한국 사회의 경쟁은 도가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심합니다. 옛날에는 먹고살기가 힘들어 열심히 일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이 두려워서 열심히 일하는 듯합니다. 이러한 과열경쟁은 모두의 삶을 힘들게 합니다. 모두 하루에 한 시간만 공부하는 분위기라면 하루 1시간만 열심히 공부하면 되었죠. 그런데 모두 하루에 열 시간 공부하는 분위기에서는 나도 남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하루에 10시간 공부해야 합니다. 이런 과열 경쟁 사회에서는 누구도 긴장을 풀고 인생을 즐기기 어렵겠죠.

결국 한국인의 경쟁심은 한국인의 양심을 마비 해서 비리의 일상화를 낳고, 모두가 죽도록 일하지만 특별히 이루는 일은 없는 불합리한 사회를 낳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경쟁이 심하면 경쟁하는 삶이 싫어서 이민을 떠나겠습니끼? (물론 지금은 이민 자체가 하나의 경쟁의 수단이 되었지만)

한국 사회가 제정신을 갖춘 사회, 비리가 없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려면 나부터가 경쟁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조금 남보다 못나고, 조금 남보다 뒤져도 크게 불안해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인은 아무리 성공을 거둔다 할지라도 더 큰 성공을 위해 자신과 자녀가 병들때 까지 채찍질 할 것입니다. 부디 우리의 자녀는 지나친 경쟁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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