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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중요성

문화 2009/08/12 06:29
얼마 전 해럴드 블룸의 The Western Canon을 읽고 나서, 그 책에 나온 서양문학의 고전들을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단테의 신곡, 밀턴의 실낙원 등, 몇번씩 읽으려고 했지만 결국 끝내지 못하고 포기했던 작품들을 다시 읽는 것이죠. 큰 마음을 먹고 시작했지만, 역시 고전을 읽기는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요즘 나온 책은 나와 같은 시대에 사는 사람이 오늘날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 현대인의 말로 설명하였기에 술술 읽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고전은 나와 다른 시대에, 나와 다른 환경에서 살던 사람들이 나와 다른 시대의 언어로 쓴 책이기에 쉽게 읽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고전을 읽으려면 보통 고전을 설명하는 책도 같이 읽어야 하죠. 그래서 고전은 읽는데도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공부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기에 대단히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고전은 시간을 초월하는 깨달음을 담고 있기에, 많은 시간을 들여서라도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전 속에 담긴 보화를 캐낼 수만 있다면, 고전을 연구하는 데 들이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것이죠.

감독이자 코미디언 로베르토 베니니는 단테의 신곡을 TuttoDante라는 제목의 공연으로 만들어 이탈리아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고, 심지어 미국으로 건너가 영어로 공연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성공은 그가 신곡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읽었기 때문에 가능하겠죠. 그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É Bella)도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밑바닥에 깔린 영화입니다. 만약 쇼펜하우어가 말했듯 세상이 나의 의지의 표상이라면, 내가 어떠한 상황에 부닥쳤든 내 의지에 따라 세상의 실체를 바꿀 수 있고, 따라서 수용소에 갇힌 사람도 의지로 현실을 극복할 수 있겠죠. 인생은 아름다워는 이러한 철학의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나름대로 철학적 기반 위에 만든 영화와 단지 웃기기 위해 만든 그의 다른 영화(예를 들어 Il mostro)를 비교해 보면, 영화의 깊이가 전혀 다르고, 따라서 완성도도 많이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로베르토 베니니를 단지 웃기기만 하는 코미디언이 아닌, 진정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는 예술가로 격상시킨 요인은 고전에서 발견한 지혜라고 할 수 있죠.

생각해 본다면 과거의 교육은 거의 모두 고전 읽기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젊은이들에겐 호머, 플라톤 등이 남긴 위대한 책을 읽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었습니다. 조선시대의 교육에서도 유교의 고전을 읽는 것을 가장 중요했고, 많은 젊은이는 기본 한자 교육을 마친 후에는 스승도 없이 혼자서 몇 권의 고전을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당시엔 책이 워낙 비쌌기에 여러 권을 구해 읽기가 어려웠을 뿐 아니라, "진리는 이미 성현들이 모두 발견했다."는 인식 때문에 새로운 책보다 고전을 중요시했죠.

하지만, 근대에 들어 보편교육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고전을 읽으려면 대단한 지적 능력이 필요한데, 보편교육을 받는 모든 어린이에게 이러한 능력을 기대할 수 없었고, 따라서 모든 학생이 쉽게 이해하도록 표준화한 교과서가 고전을 대치하게 됩니다. 하지만, 교과서는 저자의 개성이 담긴 책이 아니고 그저 표준 교육을 마치기 위해 소비하는 책일 뿐이죠. 그러니 교과서는 재미가 없고, 교육과정을 마치면 더 이상 읽지 않는 법이죠. 그에 비해 고전은 열심히 읽다 보면 책과 사랑에 빠지고, 이는 더 많은 고전을 읽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교과서만 읽으며 공부하는 요즘 학생들이 공부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공부를 나중에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으로만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해럴드 블룸은 예일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중 진정으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몇 명 안 된다고 말합니다. 예일대가 그 정도라면 다른 대학의 상황은 더 심하겠죠.

교과서의 또 다른 문제는 교과서가 철저하게 삶과 분리된 책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교과서를 누가 썼는지도 모르고, 누가 썼는지 안다고 해도 전혀 관심이 가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고전은 위대한 사상가의 삶이 녹아 있는 책입니다. 따라서 교과서만 읽으면 지식을 어떻게 삶에 연결해야 할지 깨닫기가 힘든데 비해, 고전을 읽으면 삶 자체가 영향을 받습니다. 교과서를 읽고 삶이 바뀐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고전을 읽다가 인생의 방향을 바꾼 사람은 많죠.

바쁜 현대 사회를 살면서 고전을 읽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인류의 지혜가 담긴 고전은 가치를 측량하기 어려울만큼 귀중한 보물입니다. 고전 읽기를 인생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열심히 좋은 책을 읽는다면, 언젠가는 고전 속에 담긴 보물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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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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