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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06 [특집]신자유주의를 넘어서- 8부. 정부와 시장 (끝) (3)
"국가는 어떻게 부유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아담 스미스가 "국부의 본질과 원인에 관한 연구" (일명 국부론, 원서명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를 쓴 이래로 경제학자들이 끊임 없이 물어온 질문입니다. 아담 스미스는 분업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정부의 간섭 없는 시장의 효율성이 국부의 원천이라고 주장했죠. 하지만 아담 스미스의 이론 만으로는 왜 세계의 많은 나라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수십년간 노력했는데도 여전히 가난한지라는 질문에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은 분업을 모르기 때문에 생산성이 낮을까요? 정부가 시장에 간섭하지 않는다면 가난한 나라의 시장이 갑자기 효율적으로 작동할까요? 이렇게 볼 때 아담 스미스의 이론은 영국이 부유해진 원인을 설명할찌는 몰라도, 제3세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지는 못하는 듯 보입니다.

페루 출신의 경제학자 에르난도 데 소토는 자본의 신비 (The Mystery of Capital)에서 제3세계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을 "부동산 소유권의 문제"로 설명합니다. 그에 따르면, 경제 발전을 하기 위해선 자본 (capital)이 필요하고, 이 자본은 이미 가난한 나라 국민들이 부동산의 형태로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난한 나라는 대부분 부동산을 등록하거나 개발하거나 소유권을 이전하는데 대단히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듭니다. 예를 들어, 페루에서 정부 소유지에 건물을 짓기 위해선 52개 정부 부서를 찾아가 207단계를 거쳐야 하며, 이러한 수속을 밟는데 6년 11개월이 걸립니다. 이러한 상황은 제3세계 어디나 비슷하고, 따라서 제3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법망을 피해 불법으로 짓거나 개조한 집과 건물에 살고, 전세계적으로 제3세계 사람들이 소유한 불법 부동산의 가치는 9조 34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정도 자본이면 전세계의 가난한 나라가 경제개발을 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금액이죠. 하지만 문제는 건물이 불법이다보니 이 건물을 저당잡아 대출을 받을 수가 없기에 이러한 자산은 "죽은 자본"일 뿐, 경제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합니다.

가난한 나라의 행정절차가 복잡한 이유는 행정이 공무원 편의위주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공무원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고, 따라서 공무원 중심으로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민원인은 불편할 수 밖에 없죠. 하지만 국가가 점차 부를 축적하다 보면, 국민들은 더 효율적인 서비스를 추구하고, 정부는 "행정절차의 간소화"를 추구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정부 조직의 변화는 신자유주의가 추구하는 목표이기도 합니다. 신자유주의에 따르면 정부는 문제의 근원이고 (레이건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죠 "정부는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이다"), 따라서 정부는 작아야 하고, 정부가 작아지려면 기능을 축소해야죠.

사실 현대 경제는 오랜 기간 공부를 해야 이해할 수 있는 "지식경제"이고,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따라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강만수 장관만 해도 12년전 김영삼 정부 당시 상황만 생각하고 일하는 듯 보이는데, 문제는 그가 정부를 떠난 사이 한국 경제계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고, 특히 외환시장에 그가 모르던 금융파생상품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에,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이해하지 못해 여러 번 허둥대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제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처럼 정부가 5개년 계획 세워놓고 기업들을 이끌어갈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을 자율에 맡기고, 기업이 자유롭게 사업을 벌이도록 지원해야 경제가 효율적으로 돌아가겠죠.

하지만,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과는 다르게, 정부가 시장을 완전히 자율에 맡겼다가는 큰 혼란이 옵니다. 법을 모두 없앤다면 완전히 자유로운 세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무법천지가 되듯, 정부가 떠난 시장은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정글이 될 뿐이죠 (사실 신자유주의자들이 정부의 시장 간섭을 배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시장의 강자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의 심판으로서 역할을 포기하면 안됩니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거래를 일삼는다면, 이는 정부가 나서 제재를 가해야 하죠. 빌 클린턴 정부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PC 제조업체에 압력을 가하는 등 불공정하게 경쟁하다가 해체 명령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내세우는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 된 후 이러한 판결은 뒤집혔고, 회사를 유지했죠. 문제는 이처럼 독점 기업을 가만히 놔두면 시장이 왜곡되기 마련이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지닌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해 결국 경제발전이 더디다는 점입니다.

또한, 정부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다가 안전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감독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Fast Food Nation이라는 책을 보면, 미국의 소고기 유통업자들은 오염된 쇠고기가 유통된다는 사실이 드러나도 수거명령을 내릴 수 없도록 규정을 바꾸도록 정부에 압력을 넣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식품안전이 크게 위협받을테니, 정부는 이러한 요구를 들어줘서는 안됩니다. 마찬가지로, 정부는 은행들이 지나치게 이윤을 추구해서 위험한 상품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지 않도록 감독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미국 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폈다면 지금과 같은 세계적 경제위기는 피할 수 있었겠죠.

신자유주의에 따르면 대부분의 공기업은 민영화를 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도 요즘 신문을 보면 공기업의 비효율과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 이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민영화의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공기업 중 다수가 독점기업이고, 앞으로도 경쟁자가 없을텐데, 이러한 기업이 민영화가 된다면 국민은 경쟁이 없는 시장에서 기업의 횡포에 맞설 방법이 없습니다. 미국에서도 전기 등을 민영화했다가 요금이 대폭 오르고 시민이 반발한 예가 많죠. 정치인은 투표를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상 비난을 살 결정은 하기 힘들지만, 독점 기업은 민심의 흐름에 거스리는 결정을 쉽게 내리기에, 생활에 꼭 필요한 수도나 전기를 완전히 민영화 하면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가 따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자꾸 이러한 문제에 대해 "그러한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만 하지 말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는 경제만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사회 전체를 고려한 정책을 집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난한 사람은 정부의 도움이 없다면 생존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이들은 경쟁의 패배자이기 때문에 고통 받게 방치해야 옳다고 말할찌 모르지만, 사회에 이러한 사람이 많다면 사회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이는 브라질 등 빈곤층이 두터운 나라의 예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지역, 계층별로 큰 빈부의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사회 전체의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여기에는 의료보험 문제, 교육 문제 등 전 국민이 관련된 사안에 대해 경제의 논리가 아니라 사회의 논리로 보는 것도 포함되죠.

결국, 21세기 선진국의 정부는 시장에 함부로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시장에 휘둘리지도 않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무엇이고, 시장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하고, 이를 실천할 능력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이처럼 신자유주의의 교리를 버리고 자신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할 때 시장도 살아나고, 국민도 지금과 같은 불안에 떨지 않고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특집]신자유주의를 넘어서에 관심을 가져 주심에 대해 감사합니다. 저는 주말에 쉬고 월요일 부터 다시 글을 올리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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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