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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의 대형화

경제 2010/02/11 22:50
지난주 유럽발 악재에 흔들리던 세계 경제는 이번 주에 들어서면서 점차 안정을 되찾는 모습입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그리스가 유럽연합의 도움을 받으리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각국의 증시는 오름세로 돌아섰고, 환율도 안정적인 모습입니다. 제가 전에 "악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악재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중요하다"고 썼는데, 이러한 악재에도 시장이 빠른 시간안에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낙관적인 분석으로 끝나기엔 무언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납니다. 작년말의 두바이 사태나 이번 그리스 사태는 시장이 악재를 잘 소화해 내는 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은 부실이 대형 부실로 커지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바이 사태는 두바이의 부실을 아랍에미레이트 연합이 떠안고 무마가 되었습니다(두바이는 아랍에미레이트의 한 부분입니다). 그리스 사태는 그리스의 부실을 유럽연합이 떠안고 무마가 되고 있습니다. 더 멀리 보자면 2008년 터진 월스트리트의 위기는 월스트리트의 부실을 미국 정부가 떠 안고 무마가 되었습니다. 이는 좋게 말해 해결사가 등장해 문제가 해결이 된 것이지만, 나쁘게 말해 부실이 대형화한 것입니다. 팔다리에 난 상처가 잘못되어 썩어들어간다면 썩은 부분을 도려내야 치료가 됩니다. 계속 썩어들어가게 놔둔다면 문제는 계속 커질 뿐이죠.

미국의 예를 봅시다. 미국 정부는 부시 행정부 이후 공공부채가 지나치게 늘어나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관심 있는 분은 I.O.U.S.A.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처럼 빚에 헐떡이던 미국 정부는 월스트리트에서 문제가 터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월스트리트에 쏟아 부었습니다. 그리고 월스트리트의 문제로 경제 전체가 흔들리가 경기진작을 위해 실물 경제 부분에도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습니다. 빚으로 고생하던 미국 정부가 이번 사태로 빚이 엄청나게 늘었으니 대단한 문제이지요.

유럽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정부 빚이 많은 상태에서 경제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러니 경제를 살리겠다고 돈을 쓸 수록 유럽 각국 정부의 빚 문제는 심각해져만 갑니다. 만약 유럽 연합이 정말 그리스를 돕겠다고 나선다면, 이는 빚 문제가 유럽 연합 전체의 문제로 퍼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유로존을 책임지다시피 하는 두 나라인 독일과 프랑스 중, 프랑스는 채무가 엄청나게 많은데 그리스를 돕기위해 빚을 더 낸다면 프랑스의 상황이 엄청나게 악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재정 상태가 안 좋은 다른 유럽국가(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페인)까지 도와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유로화의 미래 뿐 아니라 유럽 연합의 미래까지도 불투명하게 될 수 있죠.

물론 상황이 이러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경제위기가 벌어지면 정치가들이 사태를 주도하게 되는데, 정치가들은 단기적 해결책을 원하지 장기적인 해결책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죠. 당장 선거에 이기려면 몇달 내에 경제위기를 끝내야 하는 법이고, 이를 위해 30년 짜리 국채를 발행하는 쪽이 경제의 썩은 살을 도려내는 쪽 보다 훨씬 편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인생에 공짜는 없고, 지금 해결하지 않은 문제는 언젠가 다시 우리를 괴롭힐 것입니다. 그 때가 되면 전세계가 심각한 홍역을 앓아야 되겠죠. 결국 이번 경제 위기는 이러한 홍역이 나타날 때 까지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중간에 벌어지는 자잘한 위기들은 사태가 흘러가는 방향을 보여주는 징조일 뿐, 위기의 핵심은 아닌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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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