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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20 [연재] 사회와 공동체 1
지금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토가 광대하고 지하자원이 많은 이 나라는 모슬렘과 기독교인이 각각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기에 두 종교 간의 권력 분할이 쉽지 않은데, 최근에 모슬렘 대통령이 신병 치료를 이유로 장기간 외국에 체류하면서 장기간 국가원수가 업무수행을 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결국, 국회의 결정에 따라 기독교도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취임하게 되었는데, 과연 권력 이동이 순조롭게 이루어질지 주목됩니다. 이러한 제도권 내부의 혼동과 함께, 모슬렘권과 기독교권이 함께 사는 조스(Jos)시에는 두 세력 간에 무장충돌이 벌어져 400명 이상이 사망하였습니다. 2월에 들어서면서 긴장이 완화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이미 비슷한 사태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일어났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나이지리아의 종교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아프리카에서 들려오는 무력 충돌의 소식을 자주 듣기에 이제는 이에 대해 둔감할 지경이지만,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끊임 없는 비극의 뿌리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종교갈등이나 민족갈등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아프리카에선 왜 이러한 갈등이 즉각 폭력으로 이어질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우선 사람들의 집단을 보는 두 가지 방식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서로 사랑하거나 인간적인 정을 느끼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모여 사는 것이 서로에게 유익하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집단의 예로는 가족을 들 수 있고, 두 번째 집단의 예로는 회사를 들 수가 있죠. 독일어로는 전자를 Gemeinschaft, 후자를 Gesellschaft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구분은 독일의 사회학자 Ferdinand Tönnies가 Gemeinschaft und Gesellschaft 라는 책을 발표하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죠.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전자는 공동체, 후자는 사회입니다(정확한 번역은 아니지만, Gemeinschaft und Gesellschaft를 영어로 번역한 책이 Community and Society라는 점을 볼 때 큰 의미를 전달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로도 정확한 구분을 할 때는 독일어 단어를 빌려서씁니다).

내가 속한 집단이 공동체(Gemeinschaft)라면, 나는 마치 가족을 대하듯 내 집단을 대합니다. 내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다 나의 형제, 자매요, 나의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고, 나도 그들의 사랑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극한 상황에서 가족을 위해 목숨을 희생할 수 있듯, 나도 공동체를 위해 내 목숨을 희생할 수 있는 법이죠. 하지만, 내가 속한 집단이 사회(Gesellschaft)라면, 나는 이익을 얻기 위해서 집단 속에서 활동합니다. 만약 내가 이익을 얻지 못한다면 더는 이 집단에 속할 이유가 없고, 따라서 새로운 집단으로 옮겨가야죠. 하지만, 나는 내가 이 집단에 속한 이상, 이 집단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힘씁니다. 이 집단이 잘 되어야 내게도 이익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집단을 유지하는 힘은 법과 규칙에서 나옵니다. 서로 사랑하지는 않더라도 모두 같은 규칙을 따라 움직여야지 불만이 없고, 집단의 질서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인류는 공동체, 즉 관계 중심의 집단에서 시작하였습니다. 가족, 부족, 민족 등의 집단이 그러한 예죠. 이러한 집단에서는 관계를 잘 맺는 사람들이 인정을 받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류는 점차 이익 중심의 집단을 형성하게 됩니다. 특히 이러한 변화의 중심엔 res publica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세워진 로마가 있죠. 로마는 작은 도시에서 출발했지만, 곧 지중해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제국으로 성장합니다. 수많은 종교, 민족을 포함한 로마가 하나의 정체성을 지닌 집단으로 수백 년간 유지된 비결은 로마가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집단이 아닌, 이익을 중심으로 한 집단이었기 때문입니다. 로마는 res publica(공공의 일, 공공의 사업이라는 뜻)였고, 이는 로마가 잘 되는 것이 로마에 속한 사람들에게 이익이라는 뜻입니다. 오늘날 공화국을 뜻하는 영어 republic은 여기서 온 말이죠.

로마보다 앞서 지중해 지역을 지배했던 그리스인에게 삶의 중심은 도시 국가, 즉 폴리스(polis)였습니다. 폴리스는 한 지역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집단입니다. 그리스는 산이 많아 이동이 쉽지 않고, 따라서 이동이 원활한 작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 끼리는 유대감이 강했습니다. 이러한 공동체가 바로 폴리스죠. 물론 폴리스가 잘 되는 것은 폴리스에 속한 사람들에게 유익이고, 따라서 폴리스는 사회(Gesellschaft)의 성격도 띠지만, 폴리스의 규모가 작고, 특히 노예를 제외한 자유시민의 숫자가 매우 작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폴리스는 관계 공동체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로마는 지역 공동체를 넘어섰기에 관계가 아닌 이익으로 뭉친 집단으로 거듭나야 했습니다(물론 Dulce et decorum est pro patria mori나 Pater Patriae 등의 표현에서 알 수 있듯, 로마에도 관계 중심 집단의 전통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로마가 법률체계를 개선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 것은 이러한 원인 때문입니다. 관계가 중심인 집단에서는 법률이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익이 중심인 집단에서는 규칙이 엄격해야 집단이 유지가 됩니다. 로마는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 법률을 엄격하게 적용했고, 이는 유럽의 법치주의 전통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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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