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8/06 클린턴의 방북 이후 남북 관계는? (4)
  2. 2009/03/23 헌신의 위험 (4)
  3. 2009/03/03 미국, 한국을 제쳐두고 북한에 다가서려나 (4)
여기자 억류 문제로 꼬여 있던 북미 관계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과 이에 따른 여기자들의 석방으로 새로운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원래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 북한을 방문하려고 노력했는데, 성사되지 못했다가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이루어졌는데, 여기자의 석방이라는 커다란 성과를 얻어냈다는 점에서 매우 뜻이 깊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에 끌려간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이번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문을 개인차원으로 해석하려고 하지만, 이번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개선되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사실 미국으로선 북한과 대치해보았자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 대치의 끝은 결국 전쟁인데, 이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였다 뒷감당이 안돼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경험이 있는 미국 정부가 섣불리 무력 사용을 검토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세계 경제가 아직 어려운 상황에서 동아시아라는 중요한 경제권이 불안에 빠지길 원하지도 않겠죠. 게다가, "못된 놈들은 무조건 무력을 동원해 응징해야 한다."라는 조지 부시 식의 강박관념이 없는 오바마로선 미국의 체면을 구기지 않는 한 북한을 잘 길들여 동아시아에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세계적인 지도자"라는 명성을 얻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따라서 북한이 조금만 태도를 바꾸면 미국은 북한과 관계 개선에 나설 마음이 많은데, 이번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 정부가 조금이나마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니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무언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싶겠죠.

북한 정부도 미국과 친해지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일이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냉전 구도가 무너지면서 혼자서 "미제 원수"와 전쟁을 벌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고, 북한 지도층은 미국을 적대시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 보입니다. 북한 정부에게 남은 일은 김정일 위원장이 죽기 전까지 나라가 망하지 않게 잘 버티는 일인데, 이를 위해선 미국의 물자 제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따라서 핵무기를 활용해서 협상을 통해 최대한 도움을 얻어낼 수만 있다면 미국과 친구가 되지 말란 법도 없죠.

문제는 남한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전 정부와 차별화하려고 일부러 햇볕정책의 반대인 먹구름 정책을 펼쳤는데, 대북 관계에 먹구름이 끼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보는 눈초리가 달라졌고, 이로 말미암아 경제에도 먹구름이 끼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외교는 주도권이 중요한데, 하도 북한과 대치에만 치중하다 보니 북한과 관련해 무슨 문제가 발생해도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는 소극적인 위치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개성공단 문제, 북한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문제 등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전혀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나서려면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북한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텐데, 보수적인 여권 정서상 이러한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죠.

문제는 아무리 한국 정부가 인상 팍 쓰고 북한과 미국을 째려봐도, 북한과 미국은 앞서 쓴 이유 때문에 언젠가 친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싸우면 손해고, 친해지면 이득인데, 어떻게 대치 상태가 오래갈 수 있겠습니까? 문제는 남한의 보수층을 주도하는 세력은 6.25때 북진통일을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인 분들이라는 점입니다. 이분들은 북한이 엄청난 재앙을 겪고, 북한 정부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봐야 속이 시원하다고 느끼거든요. 하지만, 북한이 정말 이러한 상황에 부닥치게 되면 남한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다 떠나면서 97년 외환위기 이상의 위기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이를 알기에 북한과 거리를 두면서도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보수층 핵심세력은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 자꾸 보수 언론을 동원해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대해 좀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라는 식으로 훈수를 둔다는 점이죠. 이분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에 대해서도 "오바마 정부는 북한에 대해 좀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라고 참견합니다. 거 참, 오바마 정부가 조중동 구독하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그렇게 잉크는 낭비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되는군요.

어쨌든 북한과 미국은 이념의 장벽을 넘어서 서로의 이익을 좇아 가까워지는 중입니다. 북한과 한 민족인 남한이 이념의 장벽에 가로막혀서 아직도 북한을 적대시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은 매우 아쉽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통미봉남은 불가능하다." "미국은 한국을 배신하고 북한과 가까워지지 않을 것이다." 라는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보수층 지도자들을 보면,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관계를 개선한다면 이를 경계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열심히 북한과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북한은 자원이 풍부하고, 언어가 통하는 저렴한 노동력을 갖추었기에 경제적인 면만 보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국가입니다. 인도적인 면을 보더라도, 이렇게 우리와 가까운 곳에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를 지켜만 본다면 부끄러운 일이겠죠. 부디 이명박 정부가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북한과 관계 개선에 나서기를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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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의 위험

사회 2009/03/23 18:23
어느 심리학자가 하바드대학에서 MBA 과정 학생들에게 경매를 제안했습니다. 경매 물품은 현금 20달러인데, 경매 방식은 1달러 단위로 입찰을 하고, 1등은 자신이 부른 가격에 20달러를 얻지만, 2등은 자신이 부른 가격을 지불하고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조건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서 1달러 부터 경매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런데 12달러를 넘어가면서 대부분의 학생은 '이러다가 2등을 해서 돈을 내기만 하고 받지는 못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경매를 포기하고 맙니다. 하지만 경매를 포기하지 못하는 두 명이 꼭 남기 마련인데, 이 두 명은 지금 경매에서 1위를 하는 사람과, 바로 직전에 1등을 하던 사람입니다. 지금 1등을 하는 사람은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위치이기에 포기할 이유가 없고, 직전에 1등을 하던 사람은 지금 경매가 끝나면 자신은 손해를 보기 때문에 포기를 할 수가 없는 것이죠. 그래서 A가 11달러를 부르고 B가 12달러를 불렀다면, A는 13달러를 부를 수 밖에 없고, 그러면 B는 손해를 피하기 위해 14달러를 부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A는 다시 손해를 피하기 위해 15달러를 부르고, 이런 식으로 경매가는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갑니다. 이러한 경매를 여러 번 실시했는데, 최고가는 204달러까지 올라갔다고 하는군요. 20달러를 얻기 위해 204달러를 냈다니, 참으로 어리석은 짓을 한 셈이죠. 만약에 20달러 경에서 깨끗하게 "내가 졌다"고 손을 털었다면 손해를 줄일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하바드대 MBA 학생이라면 경제감각이 뛰어나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이처럼 매우 비합리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Ori Brafman과 Ram Brafman은 Sway라는 책에서 이러한 실수를 저지르는 이유가 헌신 (commitment)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헌신은 늘 희생이 적은 상황에서 시작하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경매에 참가한 학생들은 '만약 2등을 한다고 해도 몇 달러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을 하고 경매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2등이 감당해야 하는 손해는 갈수록 커지고, 나중엔 손해를 피하려고 내린 결정 때문에 더 많은 손해를 보기 마련이죠.

이처럼 손해를 보기 싫어하다가 손해를 보는 경우는 경제 활동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은 손절매의 중요성을 잘 알지만, 실제로 주가가 떨어진다면 손절매를 하기 보다는 "곧 오를거야"라는 생각으로 주식을 계속 보유합니다. 주가가 더 떨어진다면, "조금만 다시 오르면 팔아야지"하는 생각으로 팔지 못하죠. 이렇게 하다 보면 결국 기약 없는 비자발적 장기 투자자가 되는 것이죠. 아마 몇년 전 펀드 넣다가 큰 손해를 보고 지금까지 보유하신 분이라면 이런 심리에 쉽게 공감하실 것입니다.

손해를 피하고 싶은 마음은 지금 부동산 가격에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최근 몇년간 부동산 호황 때문에 많은 사람이 부동산에 투자를 했는데, 지난 1-2년간은 부동산 가격이 주춤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은 "최소한 내가 구입한 가격만큼 오르지 않으면 팔지 않겠다"는 심리로 물건을 내놓지 않는 중이고, 따라서 매수세도 없지만 매도세도 없기에 거래가 잘 안되는 중입니다. 만약 부동산을 팔려는 사람이 많았다면, 경기 불황을 반영해 가격이 많이 떨어졌겠죠.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한 방향으로 헌신했다가 손해를 보는 예는 정치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린든 존슨 대통령은 위대한 사회 (The Great Society)를 만들겠다며 흑인의 인권을 신장하고 가난한 사람에 대한 사회보장을 실시하여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베트남이라는 수렁에 빠지면서 정치적으로 몰락하고 맙니다. 당시 북베트남은 워낙 군사력이 변변치 못하기에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하였죠. 따라서 미국은 북베트남에 대포만 쏘고도 "미국은 베트남에서 공산주의자를 섬멸하는 중이다"라고 자랑하기가 쉬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조금씩 베트남에 개입하게 되자, 전쟁은 점차 확대되었고, 미국은 특별한 명분이 없이 전쟁을 끝낼 수가 없었습니다. 분명히 미국인들에게는 베트남에서 승리하는 중이라고 선전했는데, 갑자기 군대를 철수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정글에서 벌이는 전쟁에서 미군이 확실한 승리를 거두기도 어려웠죠. 결국 베트남전은 미국에서 대단한 논쟁을 일으키고, 린든 존슨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재선 포기를 선언합니다. 쉽게 시작한 베트남전이 확대하면서, 헌신에서 빠져나올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자신의 대통령직을 망친 것이지요. 결국 미국은 닉슨 대통령때가 되서야 매우 부끄럽게 베트남에서 손을 떼게 됩니다.

이처럼 국가관계에서 강경책을 쓰기 시작하면 결국은 전면전을 벌이거나 큰 수치를 당하고 나서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강경책을 쓰기 전에는 여러 번 고민해야 하는 것이지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적대시하는 정책을 썼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자 북한의 비위에 맞추려고 아양을 떠는 추태를 보였죠. 결국 처음부터 잘못된 정책 때문에 강대국 미국이 "깡패 국가" 북한한테 수모를 당한 것입니다. 최근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 직접 접근하면서, 보수 언론은 "북한에 끌려가면 안된다" "6자회담에서 박차고 나와야 한다"는 식으로 강경책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중입니다. 하지만 북한과 전면전을 벌일 것이 아닌 이상, 북한과 대치국면으로 몰고 가는 정책은 매우 위험합니다. 6자회담을 박차고 나오는 일은 매우 쉽지만, 그러고 나면 북한과 대화할 최소한의 자리조차 없어지는 셈이고, 결국 미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해 주길 기다려야만 하는 신세가 된다는 뜻이지요.

헌신은 늘 작은 희생에서 시작하지만, 결국은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거래입니다. 끝까지 그 방향으로 갈 용기가 없다면, 헌신을 함부로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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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열강의 외교노력이 치열합니다. 무엇보다 북한이 알라스카쪽으로 미사일을 쏜다면 대단히 곤경에 처하게 될 미국 (가만히 놔 둘 수도 없고, 전쟁을 할 수도 없기에)이 적극적으로 북한을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중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스티븐 보즈워스를 대북특사로 임명하였는데, 이는 미국이 6자회담의 틀을 벗어나, 북한과 직접 협상을 벌이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해석은 그동안 "미국이 한국을 놔두고 북한과 대화할리 없다"고 주장하던 조선일보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신빙성이 높죠). 만약 미국이 북한을 협상의 상대로 택하게 된다면, 북한이 그렇게 원하던 통미봉남이 이루어지고, 한국 정부는 대북관계의 주도권을 잃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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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남한, 북한, 미국의 관계를 살펴보자면, 남한과 북한은 적대 관계이고, 남한과 미국은 우방, 북한은 미국의 골치 덩어리입니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으로선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대단히 부담스럽습니다. 또한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쓰거나 무력도발을 일으킨다면 동북아 전체가 혼란에 빠져들고, 이는 미국의 중요한 교역 파트너인 한중일 세 나라의 경제가 무너진다는 뜻이기에, 미국으로선 북핵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큽니다. 북한으로서도 남한과 관계가 껄끄러워진 마당에, 미국이야 말로 자신들을 도와줄 훌륭한 대화 상대라고 생각하기에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죠. 그런데, 남한과 북한은 현재 관계가 대단히 나쁘기 때문에, 미국이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를 할 때 남한을 옆에 둔다면, 남한과 북한이 치고 받고 싸우기 때문에 대화 진행이 어렵겠죠. 따라서 미국은 남한을 배제한 채 북한과 직접 협상을 벌일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우방인 한국을 저버리고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함으로 실질적으로 북한의 편을 들어주는 상황은 이미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때 부터 우려했던 상황입니다. 오바마는 북한과 이란을 포함한 적국의 원수들을 만나겠다고 공언할 만큼, 적극적으로 외교적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다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지 못한 부시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이죠. 즉, 미국은 큰 실수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유화 정책이야 말로 북한을 다루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태도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후 북한에 대해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대했는데, 부드럽게 대함으로 북한이 남한을 우습게 보게 되었고, 강하게 대함으로 북한이 남한을 적대시하도록 자극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큰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통미봉남은 실패했다" "미국은 한국을 따돌리지 않을 것이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습니다. 상황 파악이 전혀 안 된 것이죠.

이러한 미국에 대한 오판은 지난달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한때 극에 달했습니다. 정치의 달인 클린턴 장관은 "한미 동맹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견고하다"며, “북한은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한국을 비난함으로써 미국과 다른 형태의 관계를 얻을 수 없다” 고 말하는 등, 한국의 보수층이 너무나 듣고 싶은 달콤한 말을 속삭였습니다. 한국의 보수층은 클린턴 장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는, "역시, 미국은 우리의 혈맹! 미국이 우리를 버리고 북한과 대화를 할 리가 없다! 통미봉남은 실패했다!"며 흥분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후, 미국은 북한과 직접 대화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방문국에 대한 립서비스 이상의 의미가 전혀 없었던 것이죠.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한국의 보수층은 "우리가 미국에 잘해주면, 미국도 우리에게 잘해줄 것이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미국에게 북한은 골치덩어리이고, 남한은 우방이니, 당연히 우방편을 들어줄 것이라는 논리지요. 하지만, 미국은 이명박 정부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미국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이는 다른 말로 하자면, 미국이 한국을 좀 무시해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으리라는 뜻이지요. 만약 한국이 노무현 정부 시절 처럼 미국에 대해 살짝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인다면, 미국은 "혹시 한국이 우리를 떠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국에게 엄청나게 잘해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쇠고기 협상도 미국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는 등, 미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넘치는 이명박 정부가 있는데, 미국이 무슨 걱정을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미국은 한국 정부의 반응은 걱정하지 않고, 북한이라는 골치덩어리를 해결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죠.

외교 관계란 늘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우리나라의 예를 봐도, 과거에 자유중국 (지금의 대만)과 친하고, 중공 (지금의 중국)을 적으로 여기던 한국 정부는,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중국과 친해질 필요가 생기자, 하루 아침에 대만과 관계를 끊고, 중국과 국교를 맺습니다. 대만 사람들은 "동맹"을 버린 한국에 대해 분노하였고, 지금도 그때 일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죠. 하지만 그때 중국과 국교를 맺었기에 그 후로 한국 경제가 큰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한국인 중 몇 명이나 당시 노태우 정부의 정책을 비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마바 행정부도, 남한을 따돌리기 싫을찌 몰라도, "북핵문제를 해결했다"는 업적을 남기는 것이, 남한 정부의 반발보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겠죠.

이명박 대통령은 두 명의 선임자가 10년간 공들인 대북관계를 1년만에 무너뜨려놨는데, 이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앞서 무슨 대책을 내놓을찌 궁금합니다. 만약 이런 사태에 대한 대책이 없이 무조건 강경노선을 추구했다면 정말 생각이 짧았다고 밖에 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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