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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9 천수답 정부의 인터넷 대전
지난 6월 10일의 대형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촛불집회 참여자가 많이 줄어든 모습입니다. 하긴 지난 5월부터 한달을 연이어 모였으니 참가자들도 지켰을테고, 어쨌든 정부가 협상단을 미국에 보내놓았으니 며칠이나마 기다리는 것이 옳다고 느낀 분도 많겠죠. 하지만 촛불집회가 주춤해진 가장 큰 원인은 어쩌면 장마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비가 오면 촛불이 꺼지는 것은 물론, 촛불집회의 큰 특징인 가볍고 즐거운 분위기를 내기 힘듭니다. 따라서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촛불집회에 가기를 꺼리게 되고, 6월 초순처럼 많은 인파가 모이는 집회를 열기는 힘들어 집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명박 정부를 촛불에서 구해준 것은 어떠한 현명한 정책도 아닌, 때를 따라 내리는 장마비일 뿐입니다. 자신들이 일으킨 문제로 곤경에 처하고도 하늘만 바라봐야 하는 이러한 정부는 천수답 정부라고 불러야 마땅하겠단 생각이 드는군요.

촛불집회 참여자가 줄어들었다고 한숨 돌린 이명박 정부는 이참에 정부에 대한 반대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적인 작전에 들어간 듯 보입니다. 즉, 촛불집회가 매일 대규모로 열릴 때는 대통령이 말 한마디 잘못 해도 집회참가자가 늘었기에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러한 부담이 적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넓은 것이지요.

이명박 정부가 생각하는 문제의 뿌리는 KBS, MBC와 인터넷 여론입니다. 즉, KBS, MBC가 반정부 정서를 유도하는 방송을 보도하고, 일부 불순분자가 인터넷을 통해 거짓 정보를 흘려 대중을 선동하기 때문에 촛불집회 같은 사태가 벌어졌고, 따라서 KBS, MBC와 인터넷을 장악해야 앞으로 벌어질찌 모르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태도는 지난 며칠사이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서 쏟아져나온 기사를 분석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이명박 정부는 KBS 정연주 사장을 퇴진시키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사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입니다.

KBS는 조직이기 때문에 조직의 책임자를 바꾸면 장악할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인터넷은 실체를 찾기 힘든 익명의 다수가 모인 공간이고, 따라서 정부가 쉽게 마음대로 바꾸어 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보수측에서 내놓은 전략은

1. 반정부 정서를 주도하는 사이트를 길들이고,
2. 인터넷 여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줌으로 인터넷에서 어떠한 흐름이 있건 중도, 보수층이 흔들리지 않도록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전 촛불집회를 생중계해 인기를 끈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를 운영하는 나우컴의 문용식 대표의 구속도 인터넷 기업 길들이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혹이 많습니다. 물론 문대표의 구속은 아프리카 때문이 아니라 나우컴이 운영하는 웹하드의 불법공유 문제 때문이지만, 시기적으로 볼 때 정치적 의도가 숨었다는 해석이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토론 공간 아고라를 통해 반정부 정서의 중심으로 떠오른 다음에 대해서도 보수언론은 강력한 공격을 시도중입니다. 우선, 프리존뉴스, 코나스, 뉴데일리 등 보수 인터넷 언론의 모임인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인미협)는 18일 성명서를 내고 "미디어다음은 여론 조작의 선두에 서있으면서도, 책임을 물으면 이용자들의 신원을 검·경에 넘겨 네티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짓을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포털 '다음'의 이상한 기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4월 광우병 유사 증세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아레사 빈슨씨의 사망 원인이 '인간 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는 소식을 다음이 무려 7시간동안이나 보도하지 않았다고 비난했습니다. 물론 평소에 조선일보의 보도행태를 잘 아는 분이라면, 조선일보가 다른 언론에 대해 "편파적 보도"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이 들겠지만, 어쨌든 그렇습니다. 또한 비속어… 인신공격… '인터넷 폭력' 우려 커져 라는 기사에서는, 인터넷의 언어 폭력을 부각해 인터넷은 불법과 불의가 판치는 문제공간인 듯한 인식을 심어줬습니다. 동아일보는 이에 화답하듯 “인터넷에도 무제한 자유란 없어…거짓-불법 안돼”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 인터넷은 불법천지 공간으로, 빨리 공권력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듯한 인상을 다시 한 번 남겼습니다.

이러한 보수 언론의 움직임은 정확히 정부의 입장을 반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OECD회의에서 "우리는 지금 이러한 인터넷의 힘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 인류에게 얼마나 유익하며, 부정적으로 작용할 경우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가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함으로, 인터넷의 위험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18일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이에 대해 맞장구 치듯, "우리 네티즌들 가운데는 형편없는 수준의 네티즌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18일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곧 인터넷 실명제 확대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미디어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정병국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관련 법률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인터넷 포털의 책임성 강화 문제가 논의되고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최근에 논란이 된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 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한나라당의 해명이 해명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확해 집니다.

결국, 장마비에 촛불이 사그러드는 모습을 본 정부는, "인터넷 여론 별거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이 기회에 문제 기업에서 부터 문제 네티즌까지 단번에 손을 봐서 문제의 뿌리를 뽑으려고 작정한 듯 보입니다. 하지만 네티즌은 정부가 생각하듯, 그렇게 만만한 존재가 아닙니다. 이제 네티즌은 인터넷 상으로만 활동하지 않고 오프라인으로 활동을 넓힐 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더욱 잘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기 때문에, 인터넷의 자유를 방해하는 정부는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네티즌과 대치해야 합니다. 지금 정부가 장마만 믿고 신이 났지만,  얼마후 장마가 그치고 나면 여론의 장대비가 쏟아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네티즌의 마음을 사려면 인터넷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국민이 원하는 바에 대해 귀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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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