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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25 걷는 놈, 뛰는 놈, 나는 놈 (4)
  2. 2007/11/27 아이리버가 아이팟을 절대 이길 수 없는 이유 (47)
온 국민을 들뜨게 했던 올림픽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옆나라 중국에서 벌어진 이번 대회에서 한국대표 선수들은 금메달 13개, 종합 7위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돌아왔습니다. 특히 이번 되회에서는 세계 신기록을 들어올린 장미란 선수, 신세대 꽃미남으로 누나팬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박태환, 이용대 선수, 그리고 그동안의 부진을 떨치고 일본전과 쿠바전 승리를 이끈 이승엽 선수 등 많은 사람이 화제를 일으켰죠.

다른 나라로 눈을 돌려보자면, 8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와 육상 100미터에서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한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가 특히 눈에 띕니다. 펠프스는 "요일도 모르고 수영만 한다"는 말로 유명한데, 이는 그가 얼마나 수영을 좋아하는지를 잘 말해준다고 하겠습니다. 볼트도 달리기를 잘할 뿐 아니라, 즐거운 태도로 달리는 선수로 유명합니다. 그는 100미터 결승에서 다른 선수보다 앞서자 팔을 거의 안흔들며 들어왔는데도 세계신기록을 달성했죠. 그가 "나는 꼭 1등을 할 뿐 아니라 세계 신기록을 세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뛰었다면 다른 사람보다 아무리 앞섰다고 해도 앞만 보고 달렸을 것입니다.

이처럼 즐겁게 운동하는 모습은 한국 선수에게서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는 한국 선수단이 "즐거움" 보다는 "투지"를 강조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겠죠. 또한 이러한 한국 선수단의 분위기는 늘 "최선을 다하는" 것을 강조하는 한국 문화의 반영입니다. 한국인은 이처럼 언제나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그와 반대로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는 태도를 매우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한국인은 "열심히 일하는 민족"으로 인정되지만, "인생을 즐기는 민족"이라는 말은 듣지 못합니다.

제가 요즘 많이 생각하는 말은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즐기는 자는 고민하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이 네 가지 유형 중,한국인은 전반적으로 노력하는자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인은 신체조건이 뛰어난 외국 선수도 투지로 이기고, 머리가 좋은 외국 학생도 밤샘 공부로 이겨냅니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에 기반한 성공"은 그 한계가 금방 드러난다는 점이지요. 한국 사회가 지금 겪는 전반적인 침체는 크게 봐서 이러한 노력형 사회가 겪는 한계라고 하겠습니다. 즉, 70-80년대는 노력하면 경제가 빠르게 성장했는데, 최근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경제 성장을 이루기 힘들게 된 것이지요.

많은 사람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더 많은 노력이라고 믿는 듯 합니다. 한국인이 과거보더 더 부유한 것은 사실인데, 노동시간은 더 늘어나는 기현상은 이러한 믿음 때문이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 더 노력하는 것은 한국 사회가 나아갈 올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한국 보다 1인당 소득이 두배 이상인데, 그렇다고 한국이 미국을 따라 잡기 위해 노동 시간을 두배 늘여야 합니까?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이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일하는데, 여기서 어떻게 더 노동 시간을 늘이겠습니까?

한국인이 지금 걷는 중이라면, 앞으로는 뛰어가야 하고, 날아 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즉, 지금까지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열심히 했다면, 앞으로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즐기는 자의 삶입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90년대에는 오히려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90년대 말에 외환위기를 겪고 난 후, 사람들은 "역시 우리가 믿을 것은 열심히 일하는 태도 뿐이다"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요즘 젊은이들은 감히 기성세대의 뜻을 거스리며 자신의 갈 길을 개척하기 보다는, 모두가 옳다고 인정하는 길을 열심히 쫓아가려고 하는 듯 보입니다.

위에서 나온 "고민하는 자"는 시스템을 만드는 자라고 저는 해석합니다. 사실 고민은 누구나 합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뛰어난 사람은 하나의 행동이나 개인을 위해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고민하는 법이지요. 즉, 일과 조직의 밑바탕이 되는 철학을 만드는 사람이 진정으로 고민하는 자입니다. 누구나 알 듯 한국인은 빠르게 결과를 얻기 원합니다. 그래서 일의 밑바탕을 잘 마련하면서 차근차근 일하는 경우를 보기가 힘듭니다. 그 결과, 한국 기업의 노동자들은 고생도 많이 하고 노력도 많이 하지만, 결국은 체계를 잘 갖추고 일하는 외국 기업에게 밀리는 경우가 많죠. 물론 "외국 기업은 자본이 넉넉하기 때문에 체계를 갖출 수 있지만, 우리는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세계적으로 큰 한국 기업을 봐도 기업철학이 부족한 경우는 많습니다. 즉, 자본의 부재가 문제가 아니라, 체계없이 일하는 문화가 문제인 것이지요.

한국이 선진국 문턱에서 머뭇거릴 것이 아니라, 완전히 선진국가로 다시 탄생하기 위해선 즐겁게 일하는 문화, 체계를 갖춰가며 일하는 문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과로를 통해 많은 일을 이룩하려는 노력은 조금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먼 훗날에나 이뤄질 일로 보이지만, 점차 한국의 문화가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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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몇년 전, 파리의 가장 큰 전자매장이랄 수 있는 Les Halles 의 FNAC에 가보면 iRiver제품이 많았습니다. 당시엔 플래시 메모리 MP3 플레이어가 대세였고, 작은 제품을 잘 만드는 한국 회사들 (iRiver나 Cowon)이 세계의 MP3 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한 상태였죠.

하지만 지금 같은 FNAC 매장에 가보면 아이리버가 있던 자리에 iPod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파리 뿐 아니라 뉴욕이나 암스테르담 등 다른 도시도 비슷한 현상입니다. 즉, 3-4년 만에 아이리버는 시장 주도자의 자리를 아이팟에 완전히 내준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아이리버의 몰락을 애플이 돈으로 시장을 잠식해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이리버는 애플에 비하면 중소기업이고, 따라서 애플과 돈으로 경쟁하면 질 수 밖에 없죠. 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애플보다 훨씬 돈이 많은 마이크로소프트의 Zune은 왜 MP3 시장에서 자리를 못잡고 고전할까요? 또한 애플과 비슷한 규모의 삼성은 왜 Yepp을 많이 팔지 못할까요? 그리고 아이리버는 규모는 작지만 시장을 이끌던 회사인데, 왜 1등의 자리를 그렇게 쉽게 내주었을까요?

저는 그 이유가 제품철학의 부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90년대 말에 돌아온 이후에 계속 스티브 잡스의 철학을 담은 제품을 내놓아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의 철학은 단순한 디자인, 사용의 편리성으로 요약할 수 있죠.

MP3 플레이어를 놓고 생각합시다. 미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 보다 기계를 다루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복잡한 기능을 넣으면 매우 어려워 합니다. 애플이 주목한 점은, MP3 플레이어에 너무 많은 옵션이 있으면 사용자가 혼돈을 느낀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애플은 MP3 플레이어에서는 플레이리스트를 고치거나 곡을 삭제하지 못하고, iTunes라는 전용 프로그램에서만 곡을 다룰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작은 변화가 미국 사람들의 사용 방식에는 딱 들어 맞아서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었지요.

또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디자인입니다. 애플의 아이팟은 두 개의 네모와 하나의 원을 기초로 합니다 (셔플은 하나의 네모와 하나의 원이군요).  1세대 아이팟에서 최근의 아이팟 클래식까지 모두 동일한 디자인 원칙을 따릅니다 (iPhone은 iPod Touch와 함께 새로운 디자인 형식을 따랐지요).  따라서 한 방향으로 디자인이 발전하면서, 점차 디자인이 세련되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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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판매중인 아이팟과 아이폰. 디자인의 일관성이 돋보인다)

아이팟이 처음 나올 때 부터 지금 처럼 인기를 끈 것은 아닙니다. 1세대 아이팟은 너무 크고, 너무 비싸서 인기가 없었죠. 하지만 애플은 단순한 디자인과 사용의 편리성이라는 원칙을 따르면서 계속 제품을 개선했습니다. 지금은 세계의 어느 회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인기가 많은 제품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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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과 아이맥의 옆모습. 이러한 디자인의 통일성은 제작자의 일관된 철학에서만 나올 수 있다)


그에 비해 아이리버는 제품 철학을 찾기가 힘듭니다. 한국 회사는 철학을 구현하는 제품을 만들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한 제품을 만들지요. 따라서 소비자가 이런 제품을 원한다고 생각하면 이런 제품을 만들지만, 소비자의 기호가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완전히 다른 제품을 내놓습니다. 그러니 아이리버는 인터넷 기능이 들어간 제품을 개발하다 중단하기도 하고, 최근엔 eBook이나 네비게이션 쪽으로도 영역을 넓히기도 하지요. 다 좋은데, 이렇게 수많은 제품이 모두 표현하는 공통점은 무엇입니까? 공통된 디자인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아마 아이리버는 쉽게 답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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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버의 다양한 제품들. 하나씩 놓고 보면 모두 좋은 제품인데, 통일성은 없다)

이는 아이리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삼성도 규모는 크지만 철학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지는 못합니다. 현대도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지만, "왜 이런 차를 만들었느냐?"고 물을 때, 차의 철학을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니 현대 자동차를 사는 사람은 많아도 현대 자동차의 팬은 없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크고 오래 된 기업은 대부분 철학이 있습니다. 한국의 대부분의 기업은 "싸고 품질 좋은 제품" 이상의 철학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 기업이 규모에 비해 세계적으로 인정을 못받는 것입니다.

한국이 개도국일때는 싸고 품질 좋은 제품만 만들어도 괜찮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선진국이 되려면 철학이 담긴 제품을 내놓아야 합니다. 철학이 담긴 제품은 남을 따라 만들어서는 생겨날 수가 없습니다. 고집스럽게 자신의 확신을 믿으며 한 길을 가야 탄생하지요.

지금 한국 사회는 "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너무 익숙합니다. 쉽게 말해 "무조건 열심히 일해 생산단가를 낮추면 된다"는 생각이지요. 하지만 한국이 개도국 경제에서 선진국 경제로 바뀌려면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사회가 아닌, 생각하면서 일하는 사회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삼성이 노키아를, 아이리버가 애플을 뛰어 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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