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멸렬하게 진행되던 노무현 전대통령의 국가기록 유출공방이 결국 노전대통령의 검찰출석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14일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기록물 사건 관련 검찰의 방문조사 입장에 대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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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에 나왔듯 노무현 전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나오는 이유는 검찰에서 먼저 방문조사를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즉, 검찰이 "찾아가서 조사하겠다"고 하니까 노전대통령은 "찾아올 것 까지 없고, 내가 가겠다"고 맞받아친 것이지요.

제가 7월에 쓴 노무현 전대통령이 청와대에 자료를 남기지 않은 이유는?에서 설명했듯, 노무현 대통령은 법률에 따라 자신의 재임기간 중 발생한 기록을 늘 열람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자료를 국가기록원에만 보관하면 자신이 열람할 수가 없기 때문에 봉하마을에서 복사본을 두고 보겠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청와대나 한나라당은 아무리 그래도 국가 기록을 사적으로 보관하는 것은 불법이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노무현 전대통령의 주장이 맞을찌,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주장이 맞을찌는 법정에 가서야 판결이 날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지금까지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했지만, 이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이유는 이 문제가 여권 지지자들에게 쉽게 먹혀들어갈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입니다. 여권 지지자들은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살리지 못하는 원인을 노무현 정부에서 찾기 원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노무현 대통령 임기중 발생한 기록을 이명박 정부에 넘겨주지 않아서 우리는 제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자 여권 지지자들은 "역시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고 한탄을 하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지지를 포기하지 않았죠. 물론 법률상 전직 대통령 재임 당시 발생한 기록은 현직 대통령이 볼 수 없기에 노무현 대통령이 자료를 파기하고 국가기록원에만 넘겨준 것은 당연하다는 사실은 무시되었습니다. 게다가 서버, 하드 드라이브 등 여권의 핵심 지지층인 노년 세대가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이 관련된 이야기기 때문에 적절히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만 한다면 (예를 들어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기록원에 넘겨준 기록은 복사본이고, 원본은 뒤로 빼돌렸다"고 한다면, 디지털의 세계에서는 복사본과 원본의 차이가 의미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원본을 빼돌리다니 이것은 대단한 범죄다"라고 생각하겠죠.)

결국 여권에서 지지층 결집용으로 몇달간 잘 울궈먹던 "노무현 국가기록 떡밥"은 노무현 전대통령이 검찰출석을 자청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사태가 전개될 듯 싶습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으로서는 이미 이명박 대통령에게 편지까지 써가면서 싸움을 피하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검찰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을 처벌하겠다"는 소리까지 흘러나오자 아예 전면전을 각오한 듯 보입니다 (참고로, 검찰은 누구를 처벌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닙니다. 처벌은 법원이 결정할 사항이기 때문이죠.)

노무현 전대통령이 검찰과 일전을 벌인다면 이는 정치판을 흔들 큰 사건이 될 것입니다. 지금 반이명박 정서를 지닌 국민은 많지만, 이들을 묶어줄 구심점은 없는 상태입니다. 지난 여름 촛불집회에서 드러난 사실은,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을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폭력을 용인하는 과격한 주장 또한 거부한다는 점입니다. 촛불집회가 과격해지면서 열기가 한풀 꺾인 것은 많은 시민이 폭력에 대해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노무현 대통령은 중도적인 성향이기에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대다수 시민에게 구심정이 될 수 있는 인물입니다 (물론 그의 중도적 성향 때문에 급진적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를 무척 싫어하죠).

그런데 노무현 전대통령이 전면에 등장하고, 검찰 조사를 받고, 법정에 서고, 검찰의 말대로 "처벌을 받는" 상황이 발생하면 온건한 시민 다수가 다시 거리로 나서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노무현 전대통령이 이들을 지휘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노무현 전대통령이 탄핵되었을 때 자발적인 촛불집회가 열렸듯, 그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시민을 움직이는 힘이 생기는 것이지요.

물론 노무현 전대통령은 민주당과도 거리를 유지하는 상황이고 해서 그가 현실정치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찌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노무현 전대통령 만큼 존재감이 큰 정치인을 찾기는 힘듭니다. 어쩌면 정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겠죠. 여권은 만만한 노무현 전대통령을 이용해 지지층 결집이나 하려고 생각했겠지만, 결국 이는 반여권 지지층의 결집이라는 반대의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더 커보입니다.

과연 노무현 전대통령의 전면 등장이 반이명박 정서를 공유하는 시민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찌 주목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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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청와대가 뿔났습니다. 지금까지 뿔난 국민, 뿔난 종교계, 심지어 뿔난 조중동 (강만수 장관 유임 문제 때문에) 에게 연일 혼이 나던 청와대는 노무현 전대통령측이 재직시 생산한 자료를 남겨두지 않고 봉하마을로 가져갔다며 크게 분노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늘은 노무현 대통령측을 고발할 수도 있다는 기사가 나는 모습을 봐서는 결국 법정싸움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청와대의 주장
을 요약하자면,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는 청와대 내부의 민감한 자료 상당부분을 파기하였고, 특히, 민정과 인사 등 민감한 부서의 자료들은 물론 청와대 전산시스템인 이지원 파일과 컴퓨터 하드디스크까지 파기하였기에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는 자료가 없어 국정 운영에 대해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명박 청와대에 따르면 노무현 청와대는 과거 정권기에 발생한 민감한 사항들이 노출될 경우 분란소지가 되거나 정치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인수인계해야 할 자료를 파기한 것으로 보이는데, 따라서 이명박 청와대가 인사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도 사실은 이명박 대통령이 강부자, 고소영 계통의 인사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이처럼 인사 자료가 파기 되었기 때문이라는군요. 특히, 자료를 파기한 것은 단지 기분 나쁜 일이지만, 자료를 봉하마을로 들고 간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검찰에 고발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만 들으면 역시 이명박 정부가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원인도, 인사에 실패한 원인도, 모두 노무현 대통령 탓으로 보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워낙 국민과 소통이 잘 안되는 정부이고, 게다가 비밀번호를 몰라 대통령이 컴퓨터를 못쓴 에피소드를 연출한 이명박 청와대의 말이기에 그냥 곧이 곧대로 믿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래서 몇가지 조사를 해본 결과, 혹시나가 역시나라는 결론이 나오는군요.

우선, 이명박 청와대가 제기하는 "노무현 전대통령측이 자료를 가져가서 청와대에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는 말은 전혀 말이 안됩니다. 대통령 제직시에 발생한 기록물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따라 처리하면 되는데, 이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을 소관기록관으로 이관하도록 되어 있지, 청와대에 남겨두도록 되어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노무현 전대통령측에서 청와대에 자료를 넘겨주지 않았다고 불평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지요. 또한, 법률적으로 볼 때 대통령기록물은 어차피 청와대와는 상관이 없는 일로, 문제가 있다면 담당기관인 국가기록원측이 노무현 전대통령측에 따지면 될 일이지 이명박 청와대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청와대에서 자꾸 문제를 삼으니 노무현 전대통령측으로서는 기분이 상할 일입니다.

중요한 사실은, 국가기록원이 참여정부로부터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자료의 진본을 이관받았다고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은 "전자기록물은 사본을 조작하거나 변형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기록관에 진본을 이관한 뒤에는 청와대 하드디스크나 개인 컴퓨터에 남아 있는 관련기록을 모두 폐기하는 게 정상적인 절차"라며 "현 청와대 서버에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는군요. 즉, 청와대가 자료가 없어서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그렇게 불평을 했지만, 찾고 찾던 자료는 이미 담당 기관이 가지고 있고, 청와대가 원한다면 법률상 공개된 부분에 한해서는 마음껏 열람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인 자료 불법유출 문제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이 부분이 요즘 청와대에서 대단히 집착하는 내용인데, 법률상 기록물을 국가기록원으로 넘긴 것은 그렇다고 쳐도, 그걸 봉하마을로 가져간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노무현 전대통령측을 공격하는 중요한 논리입니다. 이에 대해서 노무현 전대통령측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따르면 전임 대통령은 자신이 재임시에 생산한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할 권리가 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습니다. 즉, 법률상 자신이 볼 권리가 있는 내용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말입니다. 물론 노무현 전대통령이 서울에 산다면 매일 국가기록원으로 출근하면 되겠지만, 봉하마을에서 문서 하나 보자고 매일 서울을 오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아예 자료를 곁에 두고 보겠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전임대통령의 열람권에 우선을 두느냐, 아니면 자료를 외부로 가져가면 안된다는 원칙에 우선을 두느냐에 따라 판단이 갈릴 수 있는 문제이긴 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청와대가 나설 문제가 아니라 담당기관인 국가기록원이 처리해야 하는 문제이지요.

결국 이명박 청와대는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대단히 노력하는 듯 한데, 지금 상황에서 이명박 청와대는 국가를 위한 정책을 펼칠 생각을 해야지, 이미 청와대를 떠난 노무현 전대통령을 공격해봤자 소인배라는 인상만 더 강해질 뿐임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P.S. 한겨레에 난 기사를 보니 대충 제가 쓴 글과 비슷한 결론이군요.

진실 드러나는 ‘청와대 자료 유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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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악화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우직하게 이명박 정부의 대변자 역할을 성실히 수행중인 동아일보는 이명박 정부에게 가장 큰 골치거리인 촛불집회가 반대 여론에 부딪쳤다는 기사를 올려 화제입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촛불집회 반대의 시작점은 대학생 이세진씨로, 그는 며칠전 부터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혼자 촛불집회 반대 시위를 벌이는 중입니다. 물론 1인시위가 기사거리는 아니지만, 촛불집회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사실은 동아일보나 이명박 정부로서는 대단히 반가울 수 밖에 없는 일이겠죠. 이세진씨의 용감한 행동에 감명한 ‘밝은 인터넷 세상 만들기 운동본부’는 회원을 무려 3명이나 이세진씨의 시위현장으로 보냈고, 어디서 왔는지 기사에 나오진 않지만 여섯 명이 더 동참해 무려 열 명이 촛불시위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고 합니다. 이런 속도로 ‘촛불 반대’ 목소리가 점차 커진다면, 1년 안에 촛불 반대 시위자가 50명까지 늘어날찌도 모르겠네요.

한편, 이러한 움직임은 온라인 상으로도 번져 ‘촛불시위반대 시민연대’ 카페 회원도 5000여 명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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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반대 여론 때문인지 열 명의 참가자가 반대하는 촛불집회는 위의 사진에 나오듯 '겨우' 수 만 명이 참여해 도심을 가득 메우는데 그쳤고, 온라인 상에서는 이명박 탄핵 서명자가 136만 여명 맊에 안된다고 합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불교계 대표들을 만나 “쇠고기 재협상 않겠다”고 선언했고, 기독교계 지도자들을 만나선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를 주문처럼 읆조렸다고 합니다. 결국, 정부의 협상 잘못을 인정하거나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지요. 그런데도 노무현 전대통령은 "정권퇴진 운동은 헌정 질서에 맞지 않는다"고 이명박 정부를 보호하는 듯한 말을 했다니, 참 대인배와 소인배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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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모든 경제 문제를 노무현 정부 탓으로 돌리던 조선일보는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당선되자 논조를 바꿔, "경제문제는 결국 경제환경 탓"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박정훈 경제부장이 쓴 이 당선자가 해도 될 ‘선의(善意)의 위약’ 이라는 칼럼은 그러한 변화를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특히 다음 문장을 보면, 앞으로 5년간 조선일보가 경제에 대해 어떤 주장을 펼칠찌 쉽게 예상이 갑니다.

기업들이 투자를 꺼린 데는 노무현 정부의 ‘불확실성 리스크’ 탓이 컸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환경 탓도 있겠지만, 기업이 투자할 아이템을 못 찾았기 때문이다.

기업이란 돈을 벌 것 같으면 지옥에라도 투자를 한다. 한국 경제가 활력을 잃은 근본 원인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이 아무리 미더워도 대통령 얼굴만 보고 경제가 마술처럼 살아날 수는 없다.
즉, 기업 투자가 위축된 원인은 노무현 정부 때문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못했기 때문이고, 따라서 이명박 후보가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경제를 살리기는 힘들다는 뜻입니다. 박정훈 부장은, 그렇기 때문에 무리해서 7% 성장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 당선자를 격려합니다.

세상에, 아직 정권 인수도 안한 정부의 경제 부진을 미리부터 두둔하는 신문은 조중동 밖에 없을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때 경제 부진은 모두 노무현 정부 때문이라고 그렇게 욕을 해 놓고, 그 말을 믿은 국민들이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고 나니, "사실 대통령이 믿음직 스럽다고 경제가 살아나겠나? 경제 부진은 대통령탓이 아니라 기업이 성장 동력 발굴을 못한 탓이지"라고 말을 바꾸니, 조선일보 말 믿은 국민만 바보된 것이지요.

조선일보는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기정사실화하던 12월 초에 이미 일자리 안 느는 이유는 뭘까 라는 기사를 통해, 일자리가 안느는 이유는,
  1. 공장자동화 확산
  2. 중소기업 경영난
  3. 지속적 구조조정
  4. 구인·구직 불일치
라고 밝혔습니다. 즉, 일자리는 정부의 경제 운영 미숙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 그냥 하나의 경제현상이고, 따라서 구직자가 눈높이를 낮춰야지, 정부탓을 하면 안된다는 말이지요. 노무현 정부때도 이러한 말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노무현 정부 시절의 취업난은 노무현 정부 탓이고, 이명박 정부 시절의 취업난은 경제상황 탓이라니 너무 대놓고 편들기를 하는군요.

어쨌든 이제 조선일보에 따르면 경제가 잘 성장하지 않든, 일자리를 찾기 힘들건, 정부 탓 할 생각은 하지 말아야 겠군요. 그래야 5년 후 다시 한 번 한나라당 후보를 뽑을 마음이 들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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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월드컵 축구와 대선이 진행된 2002년, 저는 불행히도 외국에서 1년 내내 머물렀습니다. 한국의 소식은 인터넷을 통해 가끔 접하는 정도였죠. 하지만,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한국에 있던 사람 만큼이나 기뻤습니다. 젊고 깨끗한 대통령이 한국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민권 변호사, 민주 투사 출신 노무현 대통령은 조금씩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정부를 운영했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배려할 줄 알았는데, 빈부 격차는 더 커졌고, 재벌의 잘못을 바로잡을 줄 알았는데 재벌 출신의 각료가 중용되었습니다. 미국으로부터 독립적인 태도를 보일 줄 알았는데, 미국 요청대로 이라크에 군대를 보냈고, FTA도 채결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삼성 비자금 의혹이 터지면서,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는 삼성을 너무도 사랑했던 것입니다. 삼성을 사랑하니까 삼성의 경제논리를 받아들였고, 그래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했고, 가난한 자들을 돌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부터 이런 마음이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의 마음속엔 정의를 사랑하는 마음, 가난한 자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보다 삼성에 대한 존경 (노 대통령이 사석에서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을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이라고 했다 하지 않습니까?)과 애착이 더 컸기 때문에 국가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간 것이지요.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좌파의 이름을 썼지만, 그가 정부를 운영하는 동안 가장 이득을 본 것은 서민이 아니라 삼성을 비롯한 재벌이었습니다.

투표일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이명박 후보의 독주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었고, 그 중 몇 개만 사실로 증명되어도 후보를 사퇴해야 할 만큼 많은 비리에 연류된 이명박 후보는 어떻게 그리 인기가 많은 것일까요? 정말 국민이 노망이라도 든 것입니까?

사실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은 그리 낮지 않습니다. 지난 두 번의 대선을 통해 우리 국민은 양심적이고 진보적인 후보를 택하는 혜안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제 지쳤습니다. 양심이고 뭐고, 그냥 잘 먹고 잘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 것이지요. 이명박 후보는 그래서 인기가 높습니다. 수많은 잘못과 연관되면서도 처벌을 받는 것도 아니고, 이제 대통령까지 돼서 잘 먹고 잘살게 된 모습을 보며 국민도, "나도 저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비리의혹을 재기해도 국민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을 듯 싶습니다.

이제 임기를 마치는 노무현 대통령은 삼성을 향한 자신의 사랑이 잘못이었음을 깨달았을까요? 삼성을 향한 자신의 마음 때문에 자신을 뽑아준 국민에게 온 정성을 쏟지 못했음에 대해 후회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5년 후, 금수강산을 토막 내는 대운하 건설을 지켜보며, 더 가난하고 더 부패한 사회 속에 살게 된 우리 국민은 이명박 후보를 향한 자신의 사랑이 잘못이었음을 알고 후회할까요? 이명박 후보는 처음부터 국민의 행복 따위엔 관심도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때 가서 후회해도 변할 것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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