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복거일씨는 조선일보에 올린 글에서 "달러를 써야 환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달러는 "표준 화폐" (무슨 뜻인지는 저도 모릅니다)이기 때문에, 번거롭고 부정확한 환전의 문제를 해결하고, 환율의 급등락을 막는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그는 달러를 쓴다면 "심리적 손실"이 있다고 인정하지만, 유럽 국가들도 유로화를 채택하였다는 사실을 볼 때, 이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달러는 미국이라는 주권국가의 화폐이기에 한국이 달러를 공식으로 쓰게 된다는 말은 곧 미국 정부의 경제정책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뜻이고, 실질적으로 미국의 속국이 된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복거일씨는 과거에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자"고 주장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한국은 아이들이 영어로 대화하고, 어른은 달러를 주고 받는 사회인 듯 싶습니다.
달러를 한국의 화폐로 받아들이자는 주장이 현실성이 없다는 사실은 대부분이 동감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유로화는 여러 나라가 쓰는 화폐니 한국도 유로존에 참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 가끔 보입니다. 실제로 지금 유로화를 쓰는 나라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고, 최근엔 위기를 맞은 아이슬란드도 유로화 가입을 추진한다고 하니, 한국도 국제적인 통화인 유로화 사용국이 될 수 있을 듯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로화 사용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우선, 유로화는 유럽연합이라는 정치공동체를 위한 통화이고, 유럽연합은 말 그대로 유럽국가들의 연합입니다. 유럽은 작은 대륙 위에 다닥다닥 붙은 국가들이 수천년간 아옹다옹하고 살아온 지역입니다. 그러한 역사 속에 미운정 고운정 다 들며 살아온 유럽 국가들 가운데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자"는 공감대가 퍼졌고, 그 표현이 유럽연합입니다. 그런데 아시아의 동쪽 끝에 있는 한국이 뜬금 없이 "우리 외환 사정이 안 좋으니 우리도 유럽 연합에 껴달라" 한다면 가당치 않은 말이겠죠. 터키의 예를 들자면, 터키는 국토의 일부분이 유럽에 속하였지만, 유럽 연합에 가입하려고 해도 "터키는 유럽이 아니다"는 정서 때문에 아직까지도 가입하지 못하였습니다. 한국은 유럽 연합 가입 신청서도 작성을 할 수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유로화 사용은 불가능하겠죠.
정치적, 문화적 이유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경제적으로만 봐도, 한국이 유로화 사용국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여러 나라가 하나의 통화를 쓰기 위해선 이 나라들의 경제 수준과 상황이 비슷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나라의 경제 사정이 좋은데, 다른 한 나라는 안 좋다면, 두 나라가 공통으로 쓰는 화폐의 가치는 하락하고, 따라서 경제 사정이 좋은 나라가 손해를 봅니다. 따라서 유로화 사용국들은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 물가 인상률 등에서 미리 정해 놓은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이러한 기준을 따르지 못하는 국가는 징계를 받게 되죠.

최근엔 이탈리아의 경제사정이 안좋아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너무 높게 형성되었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4.32%로, 독일 대비 금리가 1.32%나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높은 국채 금리가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는 수준에 가깝다"고 봅니다. 이미 2년전 IMF로 부터 "경제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유로화 체제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경고를 들은 이탈리아는, 경제불안이 지속되며 허약한 경제 체력을 드러냈기에 앞으로 어떻게 될찌 불안한 상황입니다.
영국은 한때 유럽 단일 통화를 쓰려 하였으나 환율불안으로 꿈이 좌절된 예입니다. 1990년에 유로화체계의 전신인 유럽환율조정장치 (European Exchange Rate Mechanism, 이하 ERM)에 가입한 영국은 규정에 따라 환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했어야 하는데, 환율을 인위적으로 높게 올린 상태에서 가입했기 때문에 환율을 유지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국제 투기 세력은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파운드화를 공격하였고, 영국은 규정을 지키지 못해 ERM에서 퇴출당하는 사태를 막고자 외환보유고를 털어 넣어 환율 방어에 나섰죠. 하지만 금리를 대폭 인상하고 외환시장에 개입했는데도 환율이 내릴 기미를 안보이자 자진해서 ERM에서 빠져나왔고, 결국 유로화 출범국이 되지 못하죠 (물론 영국 사람들은 "우리는 원래 유로화 안 좋아 한다"고 말하지만, 한때 영국이 유럽 통화 체계에 들어가려고 노력한 것은 사실입니다).
영국과 이탈리아의 예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유로화에 가입하려면 경제가 튼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환율이 불안정하거나, 국체 금리가 너무 높은 (즉, 외국에서 보기에 불안한) 나라는 유로화에 가입할 수 없거나, 가입한 뒤에도 언제 쫒겨날찌 모른다는 뜻이지요 (체코는 최근에 유럽 연합에 가입하였지만 경제사정이 받쳐주질 않아 유로화 사용이 뒤로 밀어졌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대표적으로 환율이 불안정하고, 국채 금리가 높은 나라입니다 (한국 10년물 국고채 수익률 4.57%). 따라서 유로존 국가들이 한국을 받아줄 리가 없죠.
이처럼, 다른 나라의 통화권에 편입되어 외환 위기를 피하겠다는 생각은 자존심을 버린 태도일 뿐 아니라 현실성도 없습니다. 어느 나라가 자국의 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감수하고 한국을 자국 통화권에 편입시켜 주겠습니까?
외환 위기를 극복하려면 달러화, 유로화 사용국이 되겠다는 허황된 꿈을 버리고 건강한 경제를 만들어 원화의 가치를 올리는데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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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는 미국이라는 주권국가의 화폐이기에 한국이 달러를 공식으로 쓰게 된다는 말은 곧 미국 정부의 경제정책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뜻이고, 실질적으로 미국의 속국이 된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복거일씨는 과거에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자"고 주장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한국은 아이들이 영어로 대화하고, 어른은 달러를 주고 받는 사회인 듯 싶습니다.
달러를 한국의 화폐로 받아들이자는 주장이 현실성이 없다는 사실은 대부분이 동감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유로화는 여러 나라가 쓰는 화폐니 한국도 유로존에 참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 가끔 보입니다. 실제로 지금 유로화를 쓰는 나라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고, 최근엔 위기를 맞은 아이슬란드도 유로화 가입을 추진한다고 하니, 한국도 국제적인 통화인 유로화 사용국이 될 수 있을 듯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로화 사용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우선, 유로화는 유럽연합이라는 정치공동체를 위한 통화이고, 유럽연합은 말 그대로 유럽국가들의 연합입니다. 유럽은 작은 대륙 위에 다닥다닥 붙은 국가들이 수천년간 아옹다옹하고 살아온 지역입니다. 그러한 역사 속에 미운정 고운정 다 들며 살아온 유럽 국가들 가운데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자"는 공감대가 퍼졌고, 그 표현이 유럽연합입니다. 그런데 아시아의 동쪽 끝에 있는 한국이 뜬금 없이 "우리 외환 사정이 안 좋으니 우리도 유럽 연합에 껴달라" 한다면 가당치 않은 말이겠죠. 터키의 예를 들자면, 터키는 국토의 일부분이 유럽에 속하였지만, 유럽 연합에 가입하려고 해도 "터키는 유럽이 아니다"는 정서 때문에 아직까지도 가입하지 못하였습니다. 한국은 유럽 연합 가입 신청서도 작성을 할 수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유로화 사용은 불가능하겠죠.
정치적, 문화적 이유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경제적으로만 봐도, 한국이 유로화 사용국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여러 나라가 하나의 통화를 쓰기 위해선 이 나라들의 경제 수준과 상황이 비슷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나라의 경제 사정이 좋은데, 다른 한 나라는 안 좋다면, 두 나라가 공통으로 쓰는 화폐의 가치는 하락하고, 따라서 경제 사정이 좋은 나라가 손해를 봅니다. 따라서 유로화 사용국들은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 물가 인상률 등에서 미리 정해 놓은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이러한 기준을 따르지 못하는 국가는 징계를 받게 되죠.
최근엔 이탈리아의 경제사정이 안좋아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너무 높게 형성되었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4.32%로, 독일 대비 금리가 1.32%나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높은 국채 금리가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는 수준에 가깝다"고 봅니다. 이미 2년전 IMF로 부터 "경제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유로화 체제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경고를 들은 이탈리아는, 경제불안이 지속되며 허약한 경제 체력을 드러냈기에 앞으로 어떻게 될찌 불안한 상황입니다.
영국은 한때 유럽 단일 통화를 쓰려 하였으나 환율불안으로 꿈이 좌절된 예입니다. 1990년에 유로화체계의 전신인 유럽환율조정장치 (European Exchange Rate Mechanism, 이하 ERM)에 가입한 영국은 규정에 따라 환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했어야 하는데, 환율을 인위적으로 높게 올린 상태에서 가입했기 때문에 환율을 유지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국제 투기 세력은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파운드화를 공격하였고, 영국은 규정을 지키지 못해 ERM에서 퇴출당하는 사태를 막고자 외환보유고를 털어 넣어 환율 방어에 나섰죠. 하지만 금리를 대폭 인상하고 외환시장에 개입했는데도 환율이 내릴 기미를 안보이자 자진해서 ERM에서 빠져나왔고, 결국 유로화 출범국이 되지 못하죠 (물론 영국 사람들은 "우리는 원래 유로화 안 좋아 한다"고 말하지만, 한때 영국이 유럽 통화 체계에 들어가려고 노력한 것은 사실입니다).
영국과 이탈리아의 예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유로화에 가입하려면 경제가 튼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환율이 불안정하거나, 국체 금리가 너무 높은 (즉, 외국에서 보기에 불안한) 나라는 유로화에 가입할 수 없거나, 가입한 뒤에도 언제 쫒겨날찌 모른다는 뜻이지요 (체코는 최근에 유럽 연합에 가입하였지만 경제사정이 받쳐주질 않아 유로화 사용이 뒤로 밀어졌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대표적으로 환율이 불안정하고, 국채 금리가 높은 나라입니다 (한국 10년물 국고채 수익률 4.57%). 따라서 유로존 국가들이 한국을 받아줄 리가 없죠.
이처럼, 다른 나라의 통화권에 편입되어 외환 위기를 피하겠다는 생각은 자존심을 버린 태도일 뿐 아니라 현실성도 없습니다. 어느 나라가 자국의 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감수하고 한국을 자국 통화권에 편입시켜 주겠습니까?
외환 위기를 극복하려면 달러화, 유로화 사용국이 되겠다는 허황된 꿈을 버리고 건강한 경제를 만들어 원화의 가치를 올리는데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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