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그레고리 맨큐는 하버드대 경제학교수로 한국에서도 인기 높은 "맨큐의 경제학"저자로 유명합니다. 그가 며칠전에 뉴욕타임스에 올린 칼럼을 보면 이번 경제위기에 대한 주류경제학의 교과서적인 해법이 그대로 나와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경기침체를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요를 창출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이자율을 낮춰야 하지만, 지금 이자율이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더 이상 이자를 낮출 수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맨큐는 0%로 이자를 낮춰도 문제가 해결이 안된다면 이자를 0%미만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이자가 -3%라면 100달러를 빌려간 사람은 1년후 97달러만 갚으면 될테니 돈을 빌리는 사람이 늘어나겟죠. 이러면 빌리는 사람은 좋지만, 빌려주는 사람이 없을 테니 현실성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마이너스 이자율을 이루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맨큐가 소개한 어느 학생의 아이디어를 보자면, 연방준비은행이 1년에 한 번 0-9 사이의 숫자를 하나 뽑아, 그 번호로 끝나는 돈은 무효로 선언한다면, 돈을 가진 사람들은 연 10%의 손해를 볼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손해를 피하고자 마이너스 3% 금리로라도 돈을 빌려주겠죠. 물론 가장 쉬운 방법은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여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는 것이죠. 만약 이자율이 0%인데 물가 상승률이 3%라면, 실제 이자율은 -3%인 셈이 되죠. 이렇게 되면 돈을 빌려 소비하거나 투자하려는 사람이 대폭 늘어나고, 그러면 경기침체가 끝나리라고 맨큐는 설명합니다.
이처럼 이자율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켜 소비를 늘려야 경제위기를 끝낼 수 있다는 주장은 미국 연방준비은행 이사장 벤 버냉키부터 작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까지, 그리고 오바마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대부분의 정치지도자 경제학자들이 동의하는 바입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이러한 주장과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면 정신병자로 몰리기 쉽죠. 하지만 이렇게 인기가 높은 주장이 정말 근거가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소비촉진을 통한 경제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소비가 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생각에 근거합니다. 그런데, 소비 증가는 정말 경기침체를 끝낼 수 있을까요? 물론 올바른 소비, 적절한 소비는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돕지만, 무조건 소비가 는다고 경제가 살아나지는 않습니다. 만약 모든 소비가 경제를 살린다면 전쟁을 일으키면 경제가 금방 살아날 것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군대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소비도 증가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국이 이라크전을 일으키고 전쟁을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지만 미국 경제도 이라크 경제도 살아나지 않았죠. 같은 원리에서 허리케인, 지진 등도 소비를 늘린다는 점에서 재난이 아니라 경제를 살리는 계기가 된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지만, 큰 자연재해를 만난 나라가 이로 인해 잘살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물론 특정한 지역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복구사업을 벌이기에 GDP가 성장할 수 있기는 하지만, 이는 GDP라는 개념 자체의 한계지, 정말 재해를 경제의 구조자로 보면 안 되겠죠.
소비증가가 경제를 살린다는 주장에 대해 제가 문제를 제기하는 또 다른 근거는, 이러한 정책이 큰 경제위기를 끝낸 예가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처음으로 이러한 주장이 제기된 것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였는데, 존 메이나드 케인즈가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을 반박하며, "지금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시초였죠. 하지만, 정부지출을 늘려 경제위기를 끝내려는 각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공황은 계속되었습니다. 물론 케인지언들은 "대공황이 지속된 것은 정부의 지출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지만, 어쨌든 케인즈의 주장이 맞는다는 증거는 1930년대 대공황에서 발견되지 않습니다. 2차세계대전 때문에 군사수요가 증가해서 대공황이 끝났다는 통설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대공황은 1929년에 시작했고, 미국이 2차대전에 참전한 것은 1941년입니다. 즉, 12년의 시차가 있는데, 12년이면 어차피 공황 사이클이 끝나는 시점입니다. 즉, 전쟁이 없었어도 1940년대엔 미국 경제가 살아났을 가능성이 큰 것이죠.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또 다른 경제위기의 예인데, 이자율을 낮추고 정부의 지출을 늘려 경제위기를 끝내려고 10년 이상 노력했음에도 일본의 경제위기는 지속되었습니다. 여기서도 인위적인 소비촉진이 경제위기를 끝낸 예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1997년말에 한국이 맞은 외환위기는 또 다른 흥미로운 예인데, 당시 한국은 국가부도 상황에서 소비가 위축되어 큰 위기에 빠졌지만, "재정적자를 줄이라"는 IMF의 요구 때문에 정부도 돈을 쓸 수가 없는 어려운 처지였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국은 1년 반 만에 IMF의 지원금을 갚는 기적을 이루어냅니다. 물론 이러한 결과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기에 꼭 하나의 원인을 지적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공황(recession) 상황에서 소비가 줄었는데도 경제위기가 끝났다는 사실은 흥미롭다고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작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대해 세계 대부분의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리고 이자율을 낮춰서 정부와 민간의 소비를 모두 늘이는 정책을 펴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성공했다는 증거는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은 잠깐 경기가 좋아지는 듯 보이지만, 앞으로 다시 나빠질 가능성은 계속 남아있죠.
그렇다면 "소비촉진을 통한 경제위기 돌파"라는 공식은, 이론으로만 존재하지 현실에서 증명된 적이 없습니다. 물론 작은 경기침체 정도는 소비자가 지출을 늘이면 금방 끝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제의 구조가 바뀌는 큰 위기 상황이 소비촉진으로 끝난 예는 없다는 말이죠.
소비는 자원을 쓰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꼭 필요한 소비가 아닌,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소비는 곧 자원의 낭비죠. 이명박 정부는 계속 "대운하를 만들면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데, 대운하가 꼭 필요한 시설이 아니라면 이를 짓는 것은 거대한 경제적 낭비일 뿐, 경제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는 소비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가 어떠한 물건이 필요해서 산다면 이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이고, 국가 경제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만,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산다면 이는 낭비일 뿐이고, 결국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이죠. 정부가 이러한 낭비를 조장한다고 경제위기가 끝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거대한 오해일 뿐입니다.
결국, 세계 경제는 각국 정부가 이러한 잘못된 이론을 버리고 새로운 해답을 찾아 나서기 전까지는 개선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어쩌면 그때가 되면 이미 경제위기는 자연스럽게 끝나 있을지도 모르죠.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그에 따르면 경기침체를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요를 창출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이자율을 낮춰야 하지만, 지금 이자율이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더 이상 이자를 낮출 수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맨큐는 0%로 이자를 낮춰도 문제가 해결이 안된다면 이자를 0%미만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이자가 -3%라면 100달러를 빌려간 사람은 1년후 97달러만 갚으면 될테니 돈을 빌리는 사람이 늘어나겟죠. 이러면 빌리는 사람은 좋지만, 빌려주는 사람이 없을 테니 현실성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마이너스 이자율을 이루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맨큐가 소개한 어느 학생의 아이디어를 보자면, 연방준비은행이 1년에 한 번 0-9 사이의 숫자를 하나 뽑아, 그 번호로 끝나는 돈은 무효로 선언한다면, 돈을 가진 사람들은 연 10%의 손해를 볼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손해를 피하고자 마이너스 3% 금리로라도 돈을 빌려주겠죠. 물론 가장 쉬운 방법은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여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는 것이죠. 만약 이자율이 0%인데 물가 상승률이 3%라면, 실제 이자율은 -3%인 셈이 되죠. 이렇게 되면 돈을 빌려 소비하거나 투자하려는 사람이 대폭 늘어나고, 그러면 경기침체가 끝나리라고 맨큐는 설명합니다.
이처럼 이자율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켜 소비를 늘려야 경제위기를 끝낼 수 있다는 주장은 미국 연방준비은행 이사장 벤 버냉키부터 작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까지, 그리고 오바마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대부분의 정치지도자 경제학자들이 동의하는 바입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이러한 주장과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면 정신병자로 몰리기 쉽죠. 하지만 이렇게 인기가 높은 주장이 정말 근거가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소비촉진을 통한 경제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소비가 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생각에 근거합니다. 그런데, 소비 증가는 정말 경기침체를 끝낼 수 있을까요? 물론 올바른 소비, 적절한 소비는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돕지만, 무조건 소비가 는다고 경제가 살아나지는 않습니다. 만약 모든 소비가 경제를 살린다면 전쟁을 일으키면 경제가 금방 살아날 것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군대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소비도 증가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국이 이라크전을 일으키고 전쟁을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지만 미국 경제도 이라크 경제도 살아나지 않았죠. 같은 원리에서 허리케인, 지진 등도 소비를 늘린다는 점에서 재난이 아니라 경제를 살리는 계기가 된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지만, 큰 자연재해를 만난 나라가 이로 인해 잘살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물론 특정한 지역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복구사업을 벌이기에 GDP가 성장할 수 있기는 하지만, 이는 GDP라는 개념 자체의 한계지, 정말 재해를 경제의 구조자로 보면 안 되겠죠.
소비증가가 경제를 살린다는 주장에 대해 제가 문제를 제기하는 또 다른 근거는, 이러한 정책이 큰 경제위기를 끝낸 예가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처음으로 이러한 주장이 제기된 것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였는데, 존 메이나드 케인즈가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을 반박하며, "지금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시초였죠. 하지만, 정부지출을 늘려 경제위기를 끝내려는 각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공황은 계속되었습니다. 물론 케인지언들은 "대공황이 지속된 것은 정부의 지출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지만, 어쨌든 케인즈의 주장이 맞는다는 증거는 1930년대 대공황에서 발견되지 않습니다. 2차세계대전 때문에 군사수요가 증가해서 대공황이 끝났다는 통설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대공황은 1929년에 시작했고, 미국이 2차대전에 참전한 것은 1941년입니다. 즉, 12년의 시차가 있는데, 12년이면 어차피 공황 사이클이 끝나는 시점입니다. 즉, 전쟁이 없었어도 1940년대엔 미국 경제가 살아났을 가능성이 큰 것이죠.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또 다른 경제위기의 예인데, 이자율을 낮추고 정부의 지출을 늘려 경제위기를 끝내려고 10년 이상 노력했음에도 일본의 경제위기는 지속되었습니다. 여기서도 인위적인 소비촉진이 경제위기를 끝낸 예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1997년말에 한국이 맞은 외환위기는 또 다른 흥미로운 예인데, 당시 한국은 국가부도 상황에서 소비가 위축되어 큰 위기에 빠졌지만, "재정적자를 줄이라"는 IMF의 요구 때문에 정부도 돈을 쓸 수가 없는 어려운 처지였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국은 1년 반 만에 IMF의 지원금을 갚는 기적을 이루어냅니다. 물론 이러한 결과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기에 꼭 하나의 원인을 지적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공황(recession) 상황에서 소비가 줄었는데도 경제위기가 끝났다는 사실은 흥미롭다고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작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대해 세계 대부분의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리고 이자율을 낮춰서 정부와 민간의 소비를 모두 늘이는 정책을 펴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성공했다는 증거는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은 잠깐 경기가 좋아지는 듯 보이지만, 앞으로 다시 나빠질 가능성은 계속 남아있죠.
그렇다면 "소비촉진을 통한 경제위기 돌파"라는 공식은, 이론으로만 존재하지 현실에서 증명된 적이 없습니다. 물론 작은 경기침체 정도는 소비자가 지출을 늘이면 금방 끝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제의 구조가 바뀌는 큰 위기 상황이 소비촉진으로 끝난 예는 없다는 말이죠.
소비는 자원을 쓰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꼭 필요한 소비가 아닌,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소비는 곧 자원의 낭비죠. 이명박 정부는 계속 "대운하를 만들면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데, 대운하가 꼭 필요한 시설이 아니라면 이를 짓는 것은 거대한 경제적 낭비일 뿐, 경제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는 소비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가 어떠한 물건이 필요해서 산다면 이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이고, 국가 경제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만,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산다면 이는 낭비일 뿐이고, 결국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이죠. 정부가 이러한 낭비를 조장한다고 경제위기가 끝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거대한 오해일 뿐입니다.
결국, 세계 경제는 각국 정부가 이러한 잘못된 이론을 버리고 새로운 해답을 찾아 나서기 전까지는 개선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어쩌면 그때가 되면 이미 경제위기는 자연스럽게 끝나 있을지도 모르죠.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경제활동은 도덕성을 띠는가? (5) | 2009/05/14 |
|---|---|
| 80/20 법칙 (9) | 2009/04/24 |
| 생산과 소비 (6) | 2009/04/22 |
| 가치와 가격 (16) | 2009/04/20 |
| 노르웨이 경제 vs 한국 경제 (6) | 2009/04/08 |
|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 (6) | 2009/04/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