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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2 생산과 소비 (6)
  2. 2009/03/14 루즈벨트 대 이명박 (5)

생산과 소비

경제 2009/04/22 03:13
N. 그레고리 맨큐는 하버드대 경제학교수로 한국에서도 인기 높은 "맨큐의 경제학"저자로 유명합니다. 그가 며칠전에 뉴욕타임스에 올린 칼럼을 보면 이번 경제위기에 대한 주류경제학의 교과서적인 해법이 그대로 나와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경기침체를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요를 창출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이자율을 낮춰야 하지만, 지금 이자율이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더 이상 이자를 낮출 수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맨큐는 0%로 이자를 낮춰도 문제가 해결이 안된다면 이자를 0%미만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이자가 -3%라면 100달러를 빌려간 사람은 1년후 97달러만 갚으면 될테니 돈을 빌리는 사람이 늘어나겟죠. 이러면 빌리는 사람은 좋지만, 빌려주는 사람이 없을 테니 현실성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마이너스 이자율을 이루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맨큐가 소개한 어느 학생의 아이디어를 보자면, 연방준비은행이 1년에 한 번 0-9 사이의 숫자를 하나 뽑아, 그 번호로 끝나는 돈은 무효로 선언한다면, 돈을 가진 사람들은 연 10%의 손해를 볼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손해를 피하고자 마이너스 3% 금리로라도 돈을 빌려주겠죠. 물론 가장 쉬운 방법은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여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는 것이죠. 만약 이자율이 0%인데 물가 상승률이 3%라면, 실제 이자율은 -3%인 셈이 되죠. 이렇게 되면 돈을 빌려 소비하거나 투자하려는 사람이 대폭 늘어나고, 그러면 경기침체가 끝나리라고 맨큐는 설명합니다.

이처럼 이자율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켜 소비를 늘려야 경제위기를 끝낼 수 있다는 주장은 미국 연방준비은행 이사장 벤 버냉키부터 작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까지, 그리고 오바마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대부분의 정치지도자 경제학자들이 동의하는 바입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이러한 주장과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면 정신병자로 몰리기 쉽죠. 하지만 이렇게 인기가 높은 주장이 정말 근거가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소비촉진을 통한 경제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소비가 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생각에 근거합니다. 그런데, 소비 증가는 정말 경기침체를 끝낼 수 있을까요? 물론 올바른 소비, 적절한 소비는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돕지만, 무조건 소비가 는다고 경제가 살아나지는 않습니다. 만약 모든 소비가 경제를 살린다면 전쟁을 일으키면 경제가 금방 살아날 것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군대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소비도 증가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국이 이라크전을 일으키고 전쟁을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지만 미국 경제도 이라크 경제도 살아나지 않았죠. 같은 원리에서 허리케인, 지진 등도 소비를 늘린다는 점에서 재난이 아니라 경제를 살리는 계기가 된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지만, 큰 자연재해를 만난 나라가 이로 인해 잘살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물론 특정한 지역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복구사업을 벌이기에 GDP가 성장할 수 있기는 하지만, 이는 GDP라는 개념 자체의 한계지, 정말 재해를 경제의 구조자로 보면 안 되겠죠.

소비증가가 경제를 살린다는 주장에 대해 제가 문제를 제기하는 또 다른 근거는, 이러한 정책이 큰 경제위기를 끝낸 예가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처음으로 이러한 주장이 제기된 것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였는데, 존 메이나드 케인즈가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을 반박하며, "지금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시초였죠. 하지만, 정부지출을 늘려 경제위기를 끝내려는 각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공황은 계속되었습니다. 물론 케인지언들은 "대공황이 지속된 것은 정부의 지출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지만, 어쨌든 케인즈의 주장이 맞는다는 증거는 1930년대 대공황에서 발견되지 않습니다. 2차세계대전 때문에 군사수요가 증가해서 대공황이 끝났다는 통설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대공황은 1929년에 시작했고, 미국이 2차대전에 참전한 것은 1941년입니다. 즉, 12년의 시차가 있는데, 12년이면 어차피 공황 사이클이 끝나는 시점입니다. 즉, 전쟁이 없었어도 1940년대엔 미국 경제가 살아났을 가능성이 큰 것이죠.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또 다른 경제위기의 예인데, 이자율을 낮추고 정부의 지출을 늘려 경제위기를 끝내려고 10년 이상 노력했음에도 일본의 경제위기는 지속되었습니다.  여기서도 인위적인 소비촉진이 경제위기를 끝낸 예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1997년말에 한국이 맞은 외환위기는 또 다른 흥미로운 예인데, 당시 한국은 국가부도 상황에서 소비가 위축되어 큰 위기에 빠졌지만, "재정적자를 줄이라"는 IMF의 요구 때문에 정부도 돈을 쓸 수가 없는 어려운 처지였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국은 1년 반 만에 IMF의 지원금을 갚는 기적을 이루어냅니다. 물론 이러한 결과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기에 꼭 하나의 원인을 지적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공황(recession) 상황에서 소비가 줄었는데도 경제위기가 끝났다는 사실은 흥미롭다고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작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대해 세계 대부분의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리고 이자율을 낮춰서 정부와 민간의 소비를 모두 늘이는 정책을 펴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성공했다는 증거는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은 잠깐 경기가 좋아지는 듯 보이지만, 앞으로 다시 나빠질 가능성은 계속 남아있죠.

그렇다면 "소비촉진을 통한 경제위기 돌파"라는 공식은, 이론으로만 존재하지 현실에서 증명된 적이 없습니다. 물론 작은 경기침체 정도는 소비자가 지출을 늘이면 금방 끝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제의 구조가 바뀌는 큰 위기 상황이 소비촉진으로 끝난 예는 없다는 말이죠.

소비는 자원을 쓰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꼭 필요한 소비가 아닌,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소비는 곧 자원의 낭비죠. 이명박 정부는 계속 "대운하를 만들면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데, 대운하가 꼭 필요한 시설이 아니라면 이를 짓는 것은 거대한 경제적 낭비일 뿐, 경제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는 소비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가 어떠한 물건이 필요해서 산다면 이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이고, 국가 경제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만,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산다면 이는 낭비일 뿐이고, 결국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이죠. 정부가 이러한 낭비를 조장한다고 경제위기가 끝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거대한 오해일 뿐입니다.

결국, 세계 경제는 각국 정부가 이러한 잘못된 이론을 버리고 새로운 해답을 찾아 나서기 전까지는 개선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어쩌면 그때가 되면 이미 경제위기는 자연스럽게 끝나 있을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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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이명박 대통령이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작한 라디오 연설이 미국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노변정담 (또는 노변담화)를 모델로 하였다는 사실은 유명합니다. 마찬가지로, 그가 경제위기 극복 방법으로 내세우는 녹색 뉴딜 정책도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을 모델로 하였지요. 그러고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을 연상 시키는 언행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구석엔 루즈벨트 대통령을 닮고 싶다는 욕구를 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리더십의 비결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전혀 파악을 못한 듯 싶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진정한 업적은 뉴딜 정책을 통해 대공황을 끝낸 것이 아닙니다. 사실 오늘날 경제학자 중 뉴딜 정책이 대공황을 끝낸 원인이었다고 보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케인스 학파는 루즈벨트 대통령이 돈을 충분히 풀지 않았기에 대공황을 끝내는데 실패했다고 보고, 다른 학파는 그의 정책으로 시장이 왜곡되어 대공황이 지나치게 오래갔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루즈벨트 대통령에 대한 미국인의 존경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는 그가 미국을 사회적 분열에서 구했기 때문입니다.

18세기 남북전쟁 이후 미국은 갑자기 경제가 성장하는 대호황기를 맞습니다. 사람들은 돈이 넘처나던 이 시기를 금박시대 (The Gilded Age)라고 부르죠. 하지만 금박시대는 부자에게만 황금기였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악몽과 같은 시기였습니다. 당시 유럽은 정부가 경제에 간섭하지 않는 Laissez-faire 시대였고, 미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정부가 간섭하지 않자 부자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였고, 앤드류 카네기, 존 록펠러 (로커펠러), J.P. 모건 등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습니다. 이처럼 부자들이 돈과 권력을 더 끌어 모을수록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졌고, 따라서 대부분의 국민이 소수의 부자에게 시달리는 현실에 대한 국민의 반발은 갈수록 심해졌죠.

20세기가 되자 디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친적)은 부자들의 권력을 제한하고자 신탁회사에 대한 공격을 시작합니다. 당시 부자들은 신탁회사 (Trust)를 통해 경제를 지배하였는데, 디어도어 루즈벨트는 이들의 독점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고자 독점기업 해체에 나서 Trust buster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미국에서 부자의 권력을 해체한 것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자신이 동부 명문가의 자손이었지만, 가난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펼치기 원했고, 대공황을 정부의 영향력을 키우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그는 부자를 견제하기 위해 노조를 지원했고, 부자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고 이 돈으로 서민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였습니다. 결국 그가 재임하던 기간 동안 부자와 서민의 격차는 매우 줄어 들었고,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이를 "대압축" (Great compression)이라고 부르죠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사회통합 업적에 관해선 폴 크루그먼이 쓴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프랭클린 대통령이 부자편을 들지 않고 서민편을 들자, 국민은 열악한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고, 그는 현직 대통령으로 치른 세 번의 대통령선거를 모두 이길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이처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쳤기에 루즈벨트 대통령은 그의 경제 정책의 성공 여부와 상관 없이 지금도 크게 존경받는 것입니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도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 당선된 후, 짧은 시간 안에 IMF 지원금을 값기 위해 여러가지 무리한 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 은행의 대부분이 외국자본에 넘어가는 등 부작용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민주투사로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싸운 경력이나, 국민을 위하는 마음 등은 의심하기가 어려웠고, 그 결과 한국은 외환위기의 충격을 빠른 시일 내에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즉,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는 문제가 많았지만, 그의 진심은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이지요.

지금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경제적으로 보자면 별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만약 그가 진정으로 미국을 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미국인은 여기서 희망을 얻을 수 있고, 그렇다면 위기를 극복할 전기를 마련할지도 모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실업율이 10%가 넘는 상황에서 재선에 성공하였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오바마도 경제에서 실패한다고 해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죠.

그런 점에서 볼 떄,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물론 그의 경제 정책이 성공적이지 못한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사실 지금 경제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한 정부가 없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죠. 하지만 그는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부터 부자와 권력층을 위한 정책을 펼쳤고, 서민은 그가 시장에서 사진을 찍을 때만 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올해 용산 참사까지 발생하고 나니, 많은 국민은 "이 대통령은 우리편이 아니구나"하는 사실을 확인하고야 말았습니다. 이렇게 국민이 마음을 돌린다면, 심리적으로 불황은 더욱 오래가기 마련이고, 같은 불황을 겪어도 더욱 힘들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민심을 수습하기 원한다면 자신의 마음을 점검하는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내 진심은 국민을 위하는데 국민은 몰라준다"고 변명하지 말고, 정말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반성해야 하죠.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 되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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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