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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30 두뇌의 역할분담 (1)
  2. 2009/04/02 스스로를 바꾸는 두뇌 (15)
요즘 휴대폰이나 PDA 등으로 일정을 관리하면서 기억력이 감퇴하는 "디지털 건망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이런 사람은 일정을 관리하는 기기를 보지 않으면 일정이 생각나지 않고, 휴대폰이 없으면 가까운 사람의 전화번호조차 기억을 못하기도 하죠. 이러한 증상은 "Use it or lose it"(쓰지 않으면 퇴화함)의 원칙에 따라 쓰지 않는 기억저장 능력이 쇠퇴하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기억력은 점차 감퇴하는 추세입니다. 문자가 없던 시절엔 머리에 떠오른 생각을 저장할 방법이 기억 밖에 없었고, 따라서 당시 사람들의 두뇌는 기억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지금은 글로 전해지는 일리아드나 오딧세이 등은 고대 그리스에서 구전되던 내용인데, 당시 시인들은 이렇게 방대한 서사시를 몇시간씩 원고도 보지 않고 사람들에게 줄줄 암송해주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판소리도 완창에 5시간 이상 걸릴 정도로 긴 내용이지만, 명창들은 이렇게 긴 내용을 암송하길 힘들어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자가 발명되고, 사람들이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자 기억력은 점차 감퇴하였고, 지금은 전자장치로 인해 웬만한 정보는 기역할 필요가 없게 되어 디지털 건망증까지 나타난 것이죠.

사람들은 이러한 기억렴 감퇴 현상을 안 좋게만 생각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는 두뇌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자신의 임무를 외부에 아웃소싱하는 정상적인 변화이기도 합니다. 오늘 일정을 휴대폰에 담아 놨는데, 같은 정보를 두뇌에도 기록해 놓는다면 이는 공학에서 말하는 reduncancy이고,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죠. 그에 비해 외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를 두뇌에서 삭제한다면, 두뇌는 기억에 쓰던 공간을 다른 정보 처리에 쓸 수 있기에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죠.

제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도,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지 않으면 머리속에 생각이 계속 떠도는데, 이는 두뇌가 아이디어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붙잡아 두기 때문이죠. 하지만 생각을 글로 써 놓고 나면 아이디어가 안전하게 외부에 저장되는 셈이고, 따라서 머리는 과거의 아이디어를 잊어버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준비가 되는 것이죠. 따라서, 글을 계속 쓰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계속 떠오르지만, 글을 쓰지 않는다면 옛날에 떠오른 몇가지 아이디어가 두뇌를 꽉 차지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두뇌의 놀라운 점은 두개골 바깥의 세상을 자신의 일부처럼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휴대폰에 정보를 저장한다면 휴대폰은 두뇌의 일부처럼 작동합니다. 수첩에 생각을 기록한다면 수첩도 두뇌의 일부가 되는 것이죠. 이는 인간관계에서도 벌어지는 현상으로, 부부가 함께 살다 보면 두 사람의 두뇌가 한 사람의 두 부분처럼 작동하게 됩니다. 즉, 남편이 외부의 일을 하고 아내가 집안일을 돌보는 가정이라면 남편은 집안의 상황에 대해 거의 전혀 기억을 못하고, 아내는 외부의 일에 대해 거의 전혀 기억을 못해도 가정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도 두 사람의 두뇌가 협력해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협력하던 부부가 이혼하게 된다면, 두 사람은 감정적으로 상처를 받을 뿐 아니라, 두뇌에도 커다란 충격을 받게 됩니다. 즉, 부부로 살 때는 배우자 두뇌를 내 두뇌처럼 활용했는데, 이제 두 사람이 헤어졌으니 배우자의 두뇌에 더 이상 접근할 수 없게 되고, 따라서 엄청나게 많은 정보와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셈이죠. 실제로 제가 만난 어떤 사람은 이혼의 경험을 "몸의 한 부분이 떨어져나간 것 같은 아픔"이라고 표현하더군요. 이는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두뇌가 겪는 현실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많은 현대인에게 하드 드라이브 고장은 엄청난 고통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은 자신이 찍은 사진, 자신이 쓴 글 등을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하는데, 이렇게 모아 놓은 자료가 사라진다면 이는 뇌의 일부분이 죽어버리는 것 만큼이나 충격적일 수 있죠. 저도 얼마전에 하드 드라이브가 고장난 적이 있는데, 지난 10여년간 모은 자료가 모두 날아갔다고 생각하니 참 암담하더군요. 결국 소프트웨어로 고칠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그때 이후로 백업을 자주 하려고 노력합니다.

두뇌가 외부로 기능을 확장하는 메카니즘은 때로는 신비의 영역에 속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는 "이심전심"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두뇌가 다른 두뇌에 말 없이 영향을 끼치는 예를 묘사하는 설명이지요. 영어로는 이를 telepathy라고 하는데, 텔레파시에 대해선 과학적 설명은 어렵지만 그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기는 힘듭니다. 운동경기에서 완벽하게 호흡이 맞는 선수들의 플레이나, 연기력이 뛰어난 두 배우의 호연 뒤에는 텔레파시가 숨어 있다고 볼 수 있겠죠. 동물의 세계를 보자면, 바닷속에 떼를 지어 다니는 물고기들은, 앞 부분에 적이 나타나면 앞에 있는 물고기 부터 차례로 방향을 트는 것이 아니라 모든 물고기가 동시에 방향을 틉니다. 이것도 일종의 텔레파시인 셈이죠.

운동장에 가서 경기를 보거나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보는 경험은, TV로 경기 중계나 콘서트 중계를 보는 것과 매우 다른 경험입니다. 여기엔 많은 원인이 있긴 하지만, 많은 사람이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할 때는 개인을 뛰어 넘는 유대감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들이 함께 흥분하면 두뇌끼리 연결이 되고, 이렇게 연결된 상태에서는 개인이 겸험할 수 없는 에너지가 분출되기 마련이죠. 이러한 집단의식은 전쟁 등의 상황에서도 생겨나는데, 평소에 얌전하던 사람이라도 국가를 위해 총으로 적을 쏴 죽일 수 있는 것은 집단적 흥분상태로 말미암아 개인의 의식을 넘어서는 다른 힘이 개인에게 작용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두뇌에 관한 연구는 아직 초보 단계이고, 어떻게 두뇌가 집단으로 연결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하겠단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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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TAG 두뇌
많은 사람은 인간의 몸을 일종의 정교한 기계라고 상상합니다. 그러한 시각에서 보면 인간의 두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터에 비유할 수 있죠. 그런데 컴퓨터와 두뇌의 다른 점은, 컴퓨터는 입력된 정보를 처리할 수 있을 뿐이지만, 인간의 두뇌는 정보를 처리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바꿀 능력이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엔 두뇌 속에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이 있고, 한 번 자리잡은 기능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믿는 과학자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두뇌에 이상이 생겨 한 부분이 손상되면, 그 부분이 담당하던 기능은 재생이 불가능했죠. 하지만 요즘 두뇌 과학자들은 두뇌가 매우 유연 (plastic)하기 때문에, 한 부분이 고장나도 다른 부분이 그 기능을 이어 받을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각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과거엔 눈 먼 사람은 세상을 볼 방법이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눈이 먼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세상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생겼습니다. 아직 대중화하지는 않았지만, 간략한 원리를 설명하자면,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정보를 전자 신호로 바꾸어 혀 위에 올려놓은 압력 장치에 보냅니다. 그러면 두뇌는 혀가 눌림으로 입력된 신호를 시각 정보로 해석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장치를 쓰면 눈이 안 보이는 사람도 세상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군요. 만약 이러한 장치가 좀 더 발전하면, 앞이 안 보이는 사람에게 대단한 희망을 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장치가 가능한 것은 뇌에서 시각을 담당하는 부분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새로운 자극이 들어오면 시각을 처리하는 능력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즉, 두뇌는 상황에 맞춰 끊임 없이 자신을 바꾸기 때문에 자극만 들어온다면 없던 기능도 수행할 능력이 생긴다는 말이죠.

노만 도이지 (Norman Doidge)가 쓴 자신을 바꾸는 두뇌(Brain that changes itself)는 이러한 두뇌의 유연성(plasticity)에 초점을 맞춘 흥미로운 책입니다. 저자는 두뇌가 환경에 따라 변하는 흔한 예로 입맛의 변화를 듭니다. 미식가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대부분 아이들에게 먹으라고 줬다간 기겁을 하고 도망갈 음식이 많죠. 하지만 한 번, 두 번 먹다 보면 그러한 맛을 좋아하는 법을 배우고, 나중엔 그러한 음식이야 말로 최고의 맛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프랑스인들은 냄새가 지독한 치즈일수록 훌륭한 치즈라고 치기에, 외국인은 좋은 치즈가 나오면 매우 괴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인이 없으면 못사는 김치도, 처음 접한 외국인에게는 가까이 하기 힘든 괴상한 음식이겠죠. 이는 뇌가 특정한 음식을 좋아하도록 변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에서 생기는 문화적 차이입니다.

두뇌는 유연하기 때문에 새로운 자극이 들어오는 한 늘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문제는 사람이 나이가 들면 새로운 자극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예를 들어, 어린이는 하루에도 모르는 단어를 몇 개씩 접하고, 그러한 단어를 이해하고 외우기 위해 두뇌를 많이 씁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 새로운 단어를 접할 기회가 훨씬 줄어들고, 두뇌에 들어오는 자극도 줄어들죠. 직업의 영역에서도, 20대에 처음 회사에 들어가면 각종 일처리 방법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지만, 40-50대가 되면 새로운 일을 배울 기회는 적고, 지금까지 배워온 기술을 반복해서 적용하는 단계가 됩니다. 따라서 노인은 기억력, 이해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Norman Doidge는 노년에 발생하는 두뇌의 퇴화는 노화의 결과라기 보다는 새로운 자극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해석합니다. 이는 반대로 계속 뇌를 자극해 주면 노인이라도 뇌가 퇴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죠. 그는 뇌를 젊게 유지하는 방법으로 외국어를 배우라고 권합니다. 즉, 노년은 "외국어를 배우기에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니라, "외국어를 배우지 않으면 안될 나이"라는 말이죠.

생각해보면 저도 여러 나라를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니 뇌가 늘 자극을 받아서 젊음을 유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20대 초반에 두뇌활동이 가장 활발했다"느니 "군대 갔다 오면 머리가 굳는다"는 말을 하지만, 저는 지금 제 머리가 20대 때 보다 나빠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한 이유 중의 하나는 제가 한국인이 없는 곳으로 여행할 때가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지인들과 대화를 하느라 그 나라 말을 배워서 써야 하기 때문이죠. 즉, 제 머리엔 늘 강도 높은 자극 (낮선 외국어)이 들어오고, 따라서 늙을 여유가 없는 것이죠. 만약 앞으로도 이렇게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산다면 나이가 들어서도 두뇌 건강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해봅니다.

두뇌가 자극에 반응하는 성질은 정신질환을 치료할 때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강박증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OCD)은 서양에 매우 흔한 정신질환인데,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As good as it gets)에서 잭 니콜슨이 강박증 환자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죠. 강박증 환자는 꼭 무슨 문제가 발생했거나 발생하리라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이를 막기 위해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문이 잠겼는지 여러 번 확인하기도 하고, 손에 치명적인 세균이 묻었을까봐 하루에 수십 번 비누로 씻기도 합니다. 하지만, 강박증이 있다고 강박관념에 따라 생각한다면, 오히려 강박증은 더해질 뿐입니다. 즉, "지금 당장 손을 비누로 씻지 않으면 세균에 감염되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누로 손을 씻으면 두뇌는 강박관념->강박행동이라는 공식을 받아들이게 되고, 따라서 강박증은 더 심해집니다. 심리분석가이기도한 Norman Doidge는 강박증을 없애려면 강박관념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즉 "지금 당장 손을 비누로 씻지 않으면 세균에 감염되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손을 씻지 않아야 결국 이러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사고가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즉, 두뇌를 한쪽 방향으로 밀어대면 그 방향으로 가는 관성이 생기니까, 그러한 관성이 생기지 않도록 그쪽 방향으로 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어쩌면 두뇌는 인간의 모든 기관중 가장 신비한 부분이고, 아직도 신비의 영역에 속한 듯 보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주목할만한 과학적 성과가 많이 나오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인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더 많은 성과가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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