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부터 "중도 실용노선"을 추구한다고 누차 밝혔습니다. 따라서 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최소한 이념에 얽매이지 않게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리라는 기대가 많았죠. 이러한 근거에서 많은 사람은 그가 남북관계를 극단으로 몰고 가지 않으리라고 예상했습니다. 북한의 위협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한국 기업이 실적에 비해 주가가 낮은 현상)의 주요 원인이고, 전쟁의 가능성이 커진다면 경제 전체에 커다란 짐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막상 취임한 직후부터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여러 차례 표시했고, 결국 북한을 자극해 남북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 중입니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10년에 걸쳐 곱게 차려놓은 남북관계의 밥상을 보수 이념에 얽매어 발로 차버린 셈이고, 이로 인해 경제도 대단히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런 사실을 본다면 이명박 정부는 정치적으로 "중도"가 아니라 "극우"에 가까운 성향을 보입니다. 진정한 중도였던 노무현 정부와 비교해도 이명박 정부가 훨씬 오른쪽에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노무현 정부의 색깔에 대해선 논쟁이 많지만, 좌파가 "노무현 정부는 좌파가 아니다"라고 부정하고, 우파도 "노무현 정부는 우파가 아니다"라고 부정한다는 점에서 중도파로 분류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경제 성향은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보수 정부는 신자유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도 신자유주의를 따를 가능성이 크겠죠. 이명박 대통령 자신도 규제철폐, 무역장벽 제거, 사회 내부의 경쟁 강화 등 신자유주의자 같은 말을 많이 했습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경제적으로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노선을 추구한다고 보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명박 정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신자유주의와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 많은 사람을 당혹케 합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서민에게 꼭 필요한 물품의 가격이 함부로 오르지 않도록 단속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는 정부의 52개 생활필수품목 지정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정부의 발표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이 52개 품목의 가격 (이른바 MB 물가 지수)은 평균 물가 상승률 보다 더 많이 올랐고, 정부는 시장에 굴복한 듯 MB 물가 지수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물가를 정부가 관리하겠다"는 발언만큼 신자유주의에서 먼 발언은 상상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신자유주의는 말 그대로 시장의 자유를 중시하는데, 정부가 물가를 관리한다는 말은 시장의 가장 중요한 자유를 뺏겠다는 말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본다면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부분적으로 신자유주의에 가깝지만, 부분적으로는 신자유주의와 전혀 다릅니다. 그러면 이러한 현상은 과연 무엇 때문에 생기는 것일까요?

그 해답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살아온 환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시절 현대에 입사했고, 전두환 정권에서 현대건설의 최고경영자가 됩니다. 이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사회생활을 시작해 큰 성공을 거둔 시기는 바로 한국의 개발독재시기였죠. 이 시절 한국의 대통령은 정부를 통해 경제의 모든 분야를 마음대로 움직이며 경제발전을 이끌었습니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너무도 익숙하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자 생필품 물가로 부터 콘테이너 지나는 길목의 전봇대 문제 까지 모든 일에 대해 사사건건 참견하며 해결사를 자처하였습니다. 즉, 머리로는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는데, 마음은 경제에 개입하고 싶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이지요.

게다가 작년 가을에 경제위기가 닥치자 이명박 대통령은 더욱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여건이 마련되었습니다. 사실 지금 상황에선 아무리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던 정부라 할찌라도 "경제를 살려내라"는 국민의 압박 때문에 시장에 개입할 수 밖에 없긴 하죠. 신자유주의의 첨병 역할을 하던 부시 행정부가 은행에 돈을 쏟아부으며 많은 금융기관을 국유화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이번 위기 전 까지만 해도 신자유주의자가 국유화를, 그것도 금융기관의 국유화를 추진한다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죠.

이처럼 정신적 지주로 받드는 부시가 신자유주의에서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자 이명박 대통령도 얼씨구나 하면서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은행에 대한 대출 압력이 좋은 예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번에 걸쳐 은행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서라"고 압박했죠. 지금 경제의 큰 문제가 기업과 가계의 자금 부족이고, 따라서 대통령의 입장에서 은행이 대출을 꺼리는 모습은 매우 답답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은행이 대출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이자가 낮기 때문이고, 이자가 낮은 이유는 정부가 낮은 이자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즉, 정부는 은행에 이자를 낮추면서 대출을 늘리라고 동시에 요구하는데, 이는 가게 주인에게 "물건을 원가 이하로 많이 팔아라"고 요구하는 격입니다. 물건이 원가 이하인데 편의점 주인이 팔 수록 손해나는 물건을 뭣하러 열심히 팔겠습니까? 그저 파는 시늉이나 하겠죠. 지금 상황은 정부가 한국은행을 동원해 시장금리를 교란해 놓고는 "시장이 왜 이리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가"라고 꾸짖는 셈입니다. 만약 인위적으로 이자를 낮추지만 않는다고 해도 시중의 자금 사정은 훨씬 나아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망치는 원인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이명박 대통령은 보수주의자이기 때문에 쉽게 "비즈니스 프랜들리" "경쟁력 강화" 등 신자유주의자의 이념을 따라 읆지만, 그는 경제정책을 레이건이 아니라 박정희에게서 배웠습니다. 따라서 그가 추구한다고 주장하는 이념 (신자유주의)과, 그의 실제 행동 (시장 통제) 사이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하죠. 문제는 그가 이러한 자기모순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한다고 하는데 결과는 뜻대로 나오지가 않고... 결국 "모든 것은 세계적 경제 위기와 촛불 때문이다"는 남의 탓 밖에 나올 수가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가난한 자의 권리를 빼앗고 부자편만 든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의 단점을 빼다 박았고, 시장의 자율적인 질서를 무너뜨림으로 경제를 망친다는 점에서 개발독재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합니다. 쉽게 말해 두 극단의 문제점만 모아놓은 셈이지요. 이러니 한국이 세계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경제성적이 꼴찌 수준인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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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미국 연방준비은행 (FRB)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자신의 회고록 격동의 시대 (The Age of Turbulence)에서 2000년에 에딘버러에 있는 아담 스미스의 무덤을 찾아간 미국 경제학자가 맥주 캔과 쓰레기를 제거한 후에야 아담 스미스의 낡고 수수한 묘비를 찾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즉, 자본주의의 기초를 놓은 아담 스미스는 자신의 고국 스코틀랜드에서 조차 한동안 잊혀진 인물이었다는 말이지요.

아담 스미스의 경제론은 당시 경제를 지배하던 중상주의 (Mercantilism)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합니다. 중상주의는 금과 은 같은 귀금속을 국부의 핵심으로 보았고, 따라서 가능한한 귀금속을 본국으로 모아들여야 부유한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중상주의자는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부가 관세를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당시 유럽 각국 정부는 국부를 늘이기 위해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담 스미스는 이를 비판하며, "금과 은이 많은 나라가 부유한 나라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은 신대륙 발견으로 대단히 많은 은을 얻었지만, 그 결과 은으로 대부분의 상품을 수입할 수 있었기에 산업이 발달할 여지가 없었고, 결국 가난한 나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아담 스미스에 따르면 진정으로 부유한 나라는 국민이 효율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나라이고, 이러한 나라에서 정부는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방해하지 말고 시장에서 손을 떼야 경제가 더 잘 돌아가는 법입니다.

아담 스미스의 이론이 받아들여지면서 19세기 유럽은 점차 정부가 규제를 풀고 시장에 간섭하지 않는 자유방임 (Laissez-faire) 정책이 대세로 자리잡습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이러한 흐름은 뒤바뀌게 되고, 한동안 아담 스미스의 주장은 교과서에나 찾을 수 있는 과거의 이론으로 잊혀지죠.

자유방임 정책이 끝나고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된 중요한 계기는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이었습니다. 1929년 시작된 세계대공황으로 시장은 마비되고, 많은 국민은 굶주림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되자 "정부는 시장에 개입하지 말라"는 주장은 쑥 들어가고, "정부는 빨리 시장에 개입해 시장을 살려내라"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은 당연했죠. 이때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즈는 "수요가 부족하다면 정부가 재정적자를 통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경제이론을 내놓았고, 실제로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을 통해 공공사업을 벌여 대공황과 맞섭니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폭격으로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정부의 시장 관리 기능은 더욱 강화되죠. 정부는 "노사 갈등으로 파업을 하면 생산성이 떨어져서 전쟁에 이기는데 불리하니, 파업을 금지하는 대신 적정한 임금을 정부가 보장하고, 물가도 안정시키겠다"며 임금과 물가를 통제합니다. 또한 기업이 마음대로 사업을 벌이다 시장이 교란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 기업의 활동을 규제합니다. 이러한 정부의 시장개입 전통은 2차대전이 끝난 뒤에도 지속되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0년대에도 물가와 임금을 통제하는 정책을 펼칩니다.

하지만 비상시에 도입된 조치들로 평시의 경제를 이끌기엔 무리가 따랐습니다. 특히 점차 발전하는 컴퓨터, 통신 기술을 이용한 혁신적인 경제활동을 펼치려면 정부의 개입을 줄여야 했죠. 앨빈 토플러는 1970년에 발표한 저서 Future Shock에서 기술혁신을 통한 새시대가 오리라고 예견하였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는 새로운 경제의 패러다임이 나오게 되었는에 이러한 패러다임의 핵심은 "기득권과 규제를 없애고, 세상을 평평하게 만들어 무한경쟁을 펼침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한다"는 생각입니다. 바로 아담 스미스가 주장했던 자유 시장 경제의 현대적 부활이지요.

1980년 로날드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보수주의자들은 아담 스미스의 얼굴이 그려진 넥타이를 매고 파티를 했다죠 (Todd Buchholz가 쓴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로날드 레이건이 아담 스미스의 경제이론에 기초한 정책을 펼 것을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레이건 대통령은 정부의 시장 규제를 줄이고 사회 각 분야의 경제를 강화하는 레이거니즘을 추구하고, 이는 마가렛 대처 영국 수상의 대처리즘과 함께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꾸어 놓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나라에서는 공통적으로 노조의 힘이 줄어들고 (다른 말로 하자면, 노동자가 누리는 권리가 줄어들고), 정부가 기업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정부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중산층이 줄어들면서 부자는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사회 양극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패러다임을 우리는 신자유주의라고 부르죠.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신자유주의는 단기간 내에 사회 전체를 바꾸어 놓습니다. 예를 들자면, 기득권이라는 말은 본래 "이미 얻은 권리"라는 뜻으로, 꼭 나쁜 뜻은 아닙니다. 국민이 정부를 비판할 권리도 국민의 기득권이고, 노동자가 노조를 형성할 권리도 노동자의 기득권이죠. 과거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기득권이 잘 보호되었습니다. 하지만 기득권 폐지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기득권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바뀌었고, 어떤 집단이든 기득권을 주장하면 "기득권 세력"이라는 오명을 쓰고 국민 전체의 비난을 듣게 되었습니다.

신자유주의가 노동자에게 미친 영향은 공무원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공무원은 월급은 작고 빠르게 승진하기도 힘들어 별로 인기가 없는 직업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공무원이 가장 인기가 높은 직업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그런데, 공무원이 이처럼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공무원의 근무여건이 대폭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공무원이 아닌 일반 노동자의 근무여건이 대폭 악화하였기 때문입니다. 즉, 대부분의 직장인이 10년전 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 (특히 정년 보장의 영역에서)에서 일을 하는데, 이에 대해 크게 불평하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힘들 만큼 신자유주의가 원하는 방향으로 노동자들의 인식이 바뀐 것이죠.

노동자의 권리가 대부분 무시되면서 일반 노동자의 근무여건이 악화되자, 사람들은 아직도 전통적인 기득권이 정부에 의해 보장되는 몇몇 직업으로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공무원, 교사, 의사, 변호사 등이 그러한 직업이죠. 하지만 모든 기득권을 없애려는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영역까지 침투해서, 요즘은 공무원 개혁 (즉, 공무원이 누리는 권리의 축소), 사법개혁 (변호사의 숫자를 늘임으로 경쟁을 강화) 등의 논의가 진행중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지금 인기가 높은 직업이라 할찌라도, 몇년 안에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심한 경쟁 속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겠죠.

내일은 주식과 신자유주의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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