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4/01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 (6)
  2. 2009/03/18 한국의 이야기 (4)
  3. 2008/02/14 이야기 (6)
과거엔 Mac 사용자가 적어서 맥용 프로그램이 그렇게 풍성하지 않았지만, 최근 몇년 간 맥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지금은 실제로 유용한 프로그램의 숫자로 따졌을 때 맥용 프로그램이 PC용 프로그램에 그리 뒤지지 않는다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맥용 프로그램은 번들 어플 할인 행사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기회를 잘만 활용하면 꼭 필요한 어플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맥용 번들 어플 프로그램 판매처로는 MUPromo.comMacheist.com이 유명합니다. MacUpdate.com에서 운영하는 MUPromo.com은 매일 할인 어플을 팔다가 1년에 한 두번씩 12개 정도를 묶어서 40-50달러에 판매하고, Macheist는 평소에 가끔씩 공짜로 프로그램을 나누어주고, 추리문제를 내서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 추가로 어플을 주는 행사를 하다가 1년에 한 두 번씩 13개 정도를 묶어서 40-50달러에 판매합니다. 이렇게 묶어서 판매하는 어플의 가격이 500달러를 훨씬 넘고, 그중에 포함된 한 두 개의 대단히 유용한 프로그램 가격만 해도 100-200달러인데, 열 두 개를 50달러 미만에 판매하니 웬만해선 안 사고 넘어가기가 쉽지 않죠.

지금은 Macheist의 연례 할인행사가 진행중인데, 총 950달러 어치의 어플을 39달러에 판매중입니다 (언락된 어플이 몇 있지만, 곧 풀리리라고 예상합니다). 며칠전에 시작했는데 벌써 3만개 이상이 팔렸고, 판매액의 25%를 자선단체에 보내는데 그 액수가 29만 달러에 달합니다. 즉, Macheist의 총수입은 120만 달러라는 말이죠. 앞으로 6일이 더 남았는데, 아마 총수입이 200만달러에 달하지 않을까 합니다.

Macheist는 작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의 좋은 예입니다. 이 회사는 싸게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기 원하는 맥 사용자의 필요를 파악해 "번들로 어플을 싸게 판다"는 컨셉으로 사업을 벌였습니다. 작은 회사가 이러한 사업을 하려면 좋은 어플 개발자와 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겠죠. 물론 지금은 Macheist가 워낙 커졌기 때문에 어플 개발자들이 알아서 찾아오지만, 처음에만 해도 이러한 방식의 판매가 낯설었기에, "우리에게 제품을 싸게 판매할 권리를 달라. 그 대신 우리는 엄청나게 많이 팔 수 있기 때문에 당신들도 홍보효과, 업그레이드 고객 증가 등으로 이익을 얻을 것이다"고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Macheist는 처음부터 DEVONThink, Delicious Library 등 맥 사용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제품들을 번들로 묶는데 성공하면서 시장의 주도권을 잡습니다. 지금도 맥용 번들 어플을 판매하는 사이트는 많지만 Macheist는 늘 매우 인기 높은 제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차별화에 성공했죠.

Macheist의 또 다른 성공요인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특이한 전략입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Macheist에 가입하면 Agent (요원)가 되고, 비디오로 주어지는 지령을 따라 마치 스파이가 된 듯 미션을 수행합니다. 이렇게 Mission을 풀면 공짜 소프트웨어가 생깁니다. 그런데 주어진 문제를 보다 보면 너무도 정교하게 만들어졌기에, 이 회사가 1년에 한 두 번만 유료 판매를 하지만 평소에도 놀지 않고 열심히 일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처럼 가입자는 회사의 미션 준비 상태만 봐도 회사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이런 회사가 판매하는 제품은 무언가 훌륭하겠구나"하는 인상을 받습니다. 여기서 부터 고객의 충성도가 확 올라가기 마련이죠. 따라서 Mission을 제시하고 답을 구하게 하는 방식은 어떻게 보면 시간 낭비 같고, 헛수고 같지만, 사실은 잘 짜여진 판매전략의 중요한 일부분입니다.

또한 Macheist에 가입하면 공짜로 소프트웨어를 나누어줄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공짜 소프트웨어를 받고 싶은 사람은 자신이 실제로 쓰는 이메일을 제공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번들 어플 판매가 시작될 때 가입자 대부분이 번들 어플 판매 소식을 듣고 구입을 하게 됩니다. 이는 "미끼 상품 전략"의 성공적인 응용이라고 할 수 있죠.

판매금액의 25%를 자선단체에 내놓는다는 발상도 놀랍습니다. 보통 판매금액의 일부분을 기부한다고 해도 1%를 기부하면 많이 하는 것이죠. 그에 비하면 Macheist의 25%기부는 거의 충격적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Macheist의 판촉전략의 일부분입니다. 21세기를 사는 사람들, 특히 미국인은 기부에 익숙하고, 자신이 기부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대단히 뿌듯하게 느낍니다. 그런데 자신이 소프트웨어를 사면 자신이 선택한 단체 (10개 단체 중 선택 가능)에 자동으로 10달러가 기부된다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렇게 소비자는 좋은 프로그램을 싸게 살 뿐만 아니라 좋은 일도 할 수 있으니 번들 소프트웨어의 유혹은 거부하기가 힘들게 느껴집니다. 그러니 며칠만에 3만명이 번들을 구입한 것이죠.

Macheist는 소프트웨어가 중심인 시대에 장사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줍니다. 과거엔 하드웨어 중심이었기에 대량생산을 통해 원가를 낮추는 회사가 경쟁에서 이겼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경쟁에서 이긴 회사는 산업을 좌우하는 실질적 독점 기업으로 시장을 지배했죠. 하지만 이제는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시대이기 때문에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절감은 더 이상 매력적인 요소가 아닙니다. 이제는 관계를 통해 유능한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친화력, 소비자의 필요를 파악해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창의력, 아기자기한 미션을 만들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 그리고 공짜 어플 배포에서 기부를 포함한 상품판매까지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능력 등이 시장을 이끄는 회사의 조건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한국의 기업들이 얼마나 후진적인가 하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한국 회사들은, 심지어 세계적으로 거대한 기업이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절감이라는 경영방식에서 한발자국도 발전하지 못한 듯한 모습니다. 한국이 반도체 산업 치킨 게임의 승자가 된 것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절감"이라는 패러다임에 가장 잘 맞는 분야이기 때문이죠. 그에 비해 한국에서 진정으로 관계를 중시하고, 고객의 감성에 다가서서 성공한 기업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러한 기업은 덩치가 크지 않아도 자신의 분야를 개척해 안정된 사업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그러한 예가 거의 없는 것이죠.

결국 한국 경제는 아직도 산업혁명 시절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한 셈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낙후한 사고체계는 한국 사회 전체를 발전하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습니다.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고, 다음 세대를 이러한 패러다임에 맞게 키워내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을 것입니다. 부디 한국이 이렇게 어리석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치와 가격  (16) 2009/04/20
노르웨이 경제 vs 한국 경제  (6) 2009/04/08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  (6) 2009/04/01
환율은 어디로 움직일까?  (4) 2009/03/30
연역법과 귀납법  (4) 2009/03/25
경제위기, 끝날 조짐이 보이는가?  (3) 2009/03/24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TAG 마케팅

한국의 이야기

사회 2009/03/18 18:54
서울은 불빛 때문에 별을 많이 보기가 힘들지만, 인적이 없는 지역에 가보면 밤에 많은 별을 볼 수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전등이 개발되기 전까지, 인류가 보았던 밤하늘은 이처럼 별들이 반짝이는 모습이었겠죠. 그런데 아무리 별이 많아도, 그 자체로는 의미를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인류는 별들을 연결해 별자리를 만들었고, 별자리를 연결해 이야기를 만들었죠. 이러한 이야기의 세계에서 엄마곰은 아기곰 주변을 돌고, 견우와 직녀는 까마귀가 만든 다리위에서 만납니다. 이처럼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의미가 없는 세상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만약 이야기가 없다면 인간은 무의미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죠.

최근 경제계에는 이야기를 마케팅에 이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예를 들어, 마케터이자 블로거인 세스 고딘은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all marketers are liars)라는 책에서 마케터는 곧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또한 스타벅스나 나이키 처럼 유행을 선도하는 기업일수록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판매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블로그 운영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블로그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기 원해서일 것입니다.

아마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회사 중 이야기를 마케팅에 가장 잘 활용하는 회사는 애플이 아닐까 합니다. 애플의 이야기는 여러가지이지만, 그중에서도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젊은 시절 친구 워즈니악과 함께 차고에서 컴퓨터를 만들어서 팔았고, 여기서 애플 컴퓨터가 시작하였습니다 (나중에 성공을 거둘 기미가 보임). 그 후 잡스는 애플 II 컴퓨터로 큰 성공을 거두지만, 매킨토시를 만들면서 지나치게 고집을 부리가다 애플에서 쫓겨났죠 (교만에 빠진 영웅의 몰락). 넥스트 컴퓨터로 재기를 노리던 그는, 결국 애플이 넥스트 컴퓨터를 인수하면서 애플에 돌아오고, 리더십 부재로 어려움을 겪던 애플의 CEO가 되어 애플을 정상화합니다 (시련 끝에 지혜를 얻고, 그 지혜로 성공을 거둠). 이러한 스티브 잡스의 영화 같은 삶은 곧 그를 신비에 싸인 인물로 만들고, 많은 사람이 애플 제품에 열광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죠.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만드는 제품을 자신의 철학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애플은 늘 게임의 규칙을 바꾸어 놓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대표적인 예가 iPhone) 애플의 시장 점유율이 그리 높지 않다 하더라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지요.

그에 비해 한국 회사들 중에는 이야기를 잘 활용하는 회사가 극히 적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자회사인 삼성전자는 연간 매출액이 1000억 달러로, 분기별 매출액이 100억 달러가 훨씬 안되는 애플에 비해 몇배나 큰 회사지만, 삼성전자에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삼성제품은 가격대 성능비가 좋아서 많은 사람이 구입할 뿐이지, 삼성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는 고객은 매우 적죠. 오히려 삼성엔 부정적인 이야기 (비자금 조성, 상속문제 등)이 따라 다니기 때문에, 삼성에 대한 이야기는 오히려 삼성제품의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입니다.

이러한 이야기의 부재는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과거에 "전쟁의 아픔을 이기고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엔 (올해엔 국민 소득이 이보다 훨씬 낮지만, 2007년엔 2만 달러였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습니다. 즉, 한국은 중진국의 이야기는 있지만, 선진국의 이야기는 없고, 이는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대단한 장벽인 것이지요.

이야기가 없는 한국의 현실은 국민의 삶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길을 막고 사람들에게 "당신은 왜 삽니까"라고 물을 때, 대단한 인생의 목표를 제시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나마 "가족 먹여사는 재미로 삽니다"라는 정도의 답이라도 나오면 다행이겠죠. 만약에 한국도 다른 선진국 처럼 가족해체 현상이 발생한다면, "가족을 위해 산다"는 이야기 조차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긿을 잃은 한국인들은 "과거엔 길이 분명했는데... 그렇다면 과거로 돌아가자"라는 생각 때문에,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가난을 이기고 부와 권력을 움켜쥔 성공의 화신"이었고, 많은 국민이 "그래, 저런 모습이야 말로 우리가 따라야 할 방향이다"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대통령으로 그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이는 이미 한국이 더 이상 가난한 나라가 아니고, 따라서 "무조건 열심히 일해 가난을 극복하고, 이를 방해하는 사람은 모두 잡아 가둬서 효율을 높이자"는 식의 생각은 성공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유행하는 것은 다 따라서 해보는 이명박 대통령은 다른 나라가 브랜드 개발에 힘을 쏟는다는 소식을 듣더니 "국가 브랜드를 덴마크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목표로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는 곧 이야기에서 나오는데, 이명박 정부의 이야기는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브랜드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부실한데 브랜드만 그럴듯 하게 만든다면, 이는 과대광고이자 사기겠죠.

국민이 빨리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이야기를 찾지 않는다면, 한국은 그저 그런 나라로 머물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찾으려면 "과거 한국을 움직이던 가난 탈피의 이야기가 이제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데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양한 분야의 지식  (4) 2009/03/31
헌신의 위험  (4) 2009/03/23
한국의 이야기  (4) 2009/03/18
정부의 민생대책, 서민에게 진정한 도움이 될까?  (3) 2009/03/12
보이는 손과 보이지 않는 손  (4) 2009/02/11
자아를 잃어버린 사람들  (12) 2009/02/09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이야기

인터넷, 블로깅 2008/02/14 12:05
제가 대학생때 읽은 심리학 교과서에서, "다이어트로는 살을 뺄 수 없다"라는 말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 교과서에 따르면 어떠한 다이어트를 하든, 몇년이 지나면 과거의 몸무게로 돌아온다는 사실은 여러 실험으로 입증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몇년 전 신문에서도 "식사량만 줄인 사람과, 식사량 조절과 운동을 병행한 사람의 체중 변화를 조사한 결과, 몇년 후에는 모두 원래 몸무게로 돌아온다"는 조사 결과를 읽었습니다. 결국 살빼기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지요. 며칠 전엔 "다이어트 음료가 비만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은 여전히 각종 다이어트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음료를 고를 때도 콜라나 사이다 보다는 "다이어트 음료"를 찾을 것입니다.

이처럼 객관적인 자료와 상반되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객관적인 자료 보다는 "고정관념"의 힘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즉, "음식을 적게 먹고 운동을 하면 살이 빠진다"는 생각은 "음식을 적게 먹고 운동을 해도 몇년 후면 원래 몸무게로 돌아간다"는 객관적인 사실 보다 훨씬 믿음직스럽기 때문이죠. 하긴 저만 해도 몸무게 줄이겠다고 매일 열심히 운동하고 있으니, 저 또한 객관적 사실 보다는 머리속 고정관념을 더 믿는 셈이죠.

또다른 고정관념의 예로 분리수거를 들 수 있습니다. 각 가정이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리배출하면 낭비되는 물자도 절약할 수 있고, 예산도 절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뉴욕시는 분리배출을 시행하다가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플라스틱과 유리에 대한 분리수거를 중단했습니다. 즉, 플라스틱과 유리를 분리수거하는 비용이 재활용으로 생기는 수익보다 더 많이 든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뉴욕 사람들은 "그렇다고 분리 수거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다시 분리수거를 실행하기로 했답니다. 물론 분리수거가 단지 예산절약을 위한 조치는 아니지만, 최소한 돈만 놓고 본다면 분리수거가 오히려 예산을 낭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분리수거는 좋은 것이다"는 생각을 절대 포기하지 못하죠. 한 번 머리속에 자리잡은 고정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 법입니다.

세스 고딘은 "모든 마케터는 거짓말쟁이다" (All Marketers are Liars)라는 책에서 이러한 고정관념을 이야기, 또는 세계관이라고 불렀습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이야기에 따라 살아가고, 마케터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야기의 중요성은 정치에서도 드러납니다. 작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구호로 당선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가 경제를 살릴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죠. 최소한 그가 운영했던 현대건설이 부도가 났고, 나중에 그가 세운 인터넷 금융회사도 성공을 하지 못하고 폐업했다는 사실만 놓고 본다면 그가 훌륭한 기업가인지를 평가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일단 그가 "경제를 잘 운영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심어준 이상, 사람들은 그의 단점은 전혀 보지 않고 자신들이 믿는 "이야기"에 의존해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죠. 그에 비해 정동영 후보는 어떠한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찌 결정하지 못하고, "가정 행복"이라는 어정쩡한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가 참패를 했습니다. 한 번 이야기가 머리속에 자리잡으면 대단한 힘을 발휘하지만, 그 이야기가 자리잡기 위해선 무언가 그럴듯한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정동영 후보는 그러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이지요.

이야기의 특징 중 한 가지는 많은 사람이 믿는 이야기는 사실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세스 고딘은 포도주잔 만드는 어떤 사람에 대해 말하는데, 그 사람은 "내가 만든 포도주잔으로 포도주를 마시면 다른 잔에 마실 때 보다 훨씬 맛이 좋다"라고 믿습니다. 그의 고객들도 그의 말을 믿고 그의 제품을 구입하죠. 이렇게 그의 포도주잔이 포도주의 맛을 향상한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실제로 그의 잔을 쓸 때 더 기분이 좋겠죠. 즉, "이 제품이 더 좋다"는 생각은 그 제품을 더 좋은 제품으로 만드는 법입니다. 사실 이는 포도주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데, 수백만원 하는 포도주나 슈퍼에서 파는 몇만원 (원산지 가격으로는 몇천원)짜리 포도주나 전문가를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큰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몇 백만원 짜리 포도주는 "내가 평생 몇 번 맛보지 못할 고급 포도주를 맛보는구나"하는 감격으로 마시니 맛이 좋고, 그에 비해 싸구려 포도주는, "이런 포도주야 아무때나 마실 수 있지" 하는 생각으로 마시니 별 맛이 없겠죠.

하지만 어떠한 이야기는 아무리 많은 사람이 믿는다 하더라도 진리가 아닙니다. 세스 고딘은 분유 회사에서 제3세계에 분유를 팔기 위해 "모유보다 분유가 좋다"는 광고를 했던 예를 듭니다. 분유 회사의 광고를 믿은 산모들은 유아에게 분유를 먹였는데, 문제는 깨끗하지 않은 물을 썼기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병들었습니다. 즉,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말에 아이들이 희생된 것이지요. 이렇게 볼 때, 진실성이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그렇다면 마케팅이란 제품에 맞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되, 진정성이 없는 이야기를 하면 안될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각 제품은 그 제품에 맞는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겠죠. 미켈란젤로가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훌륭한 작품을 조각합니까?" 라는 질문에 "나는 대리석에서 작품이 아닌 부분을 제거할 뿐입니다"라고 답했듯, 제품에 내포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이 마케터의 역할이고, 또한 제품에 담기지 않는 이야기를 전한다면 비도덕적일 뿐 아니라 결국은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겠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비교해 본다면, 애플은 이야기가 될 만한 제품을 만들어내는데 큰 재능을 보입니다. 최근에 애플에서 나온 맥북에어는, 별로 평이 좋지 않았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블로그에 호평과 악평을 열심히 쏟아 놓았습니다. 생각해 본다면 맥북에어는 초경량 고급 노트북이라는 틈새 시장을 노리고 나온 틈새 제품일 뿐인데도 사람들은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이 제품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에 비해 윈도우 비스타는 세계인의 상당수가 쓰는 윈도우 운영체제의 새로운 지평을 연 제품인데도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할뿐이었습니다. 사실 생각해본다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발표해서 시장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즉, 애플은 이야기에 적합한 제품을 만드는데 비해, MS는 이야기에 부적합한 제품, 즉 유용하지만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감성을 사로잡지 못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지요.

그러고 본다면 80년대의 소니는 이야기가 가능한 제품을 많이 만드는 회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당시 나온 소니의 워크맨이나 CD플레이어는 누구나 이동하면서 음악을 즐기게 해주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었고, 비슷한 성능에도 "소니"라는 상표 하나 때문에 다른 제품보다 더 비싸게 팔렸습니다. 물론 지금은 소니도 많이 몰락했지만, 여전히 소니에 대해 감정적인 애착을 느끼는 분은 많이 있는 듯합니다. 그에 비해 삼섬은 현재 소니보다 더 많은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지만, 80년대 소니 같은 확실한 팬층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네요. 삼성의 제품은 유용하지만,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삼성이 정말 일류 전자제품을 만들려면, 단지 유용한 제품을 만들 뿐 아니라 사람들이 열광할만한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요즘 블로그가 상당히 많이 늘었는데, 블로그도 이야기를 전하는 도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지 소식거리를 많이 전할 뿐 아니라, 일관된 이야기를 전하는 블로그라면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을 것이고, 별 특색이 없는 블로그라면 수많은 블로그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존재가 되고 말겠지요. 저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이 블로그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만약 사람들이 "아, 세상을 바꾸는 블로그... 글쎄 별 특징이 없지 않나?"라고 한다면 방문자가 아무리 많아도 블로그를 잘 운영했다고 보기는 힘들겠죠. 물론 이야기는 하루 아침에 완성되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한 방향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사람들은 이 블로그가 전하는 이야기에 귀기울일 것이고, 그럴 때 블로그 운영이 진정으로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리라고 믿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인터넷, 블로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식과 창조성  (18) 2009/04/10
싸이월드가 남긴 거대한 공백  (4) 2008/09/03
이야기  (6) 2008/02/14
다음 블로거 뉴스 송고를 중지합니다  (42) 2008/02/12
꿀벌에게 배우는 블로깅의 비결  (5) 2008/02/11
입소문 마케팅 성공의 비결은?  (5) 2008/02/05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