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8/15 무의식의 활용 (4)
  2. 2008/02/13 무의식 (4)
이 블로그에 자주 오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일주일에 다섯 번 글을 올리려고 노력합니다. 어찌 보면 많은 분량이 아니지만, 매일 새로운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은 때로 엄청난 무게로 다가오죠. 그래서 요즘은 일종의 로테이션 시스템을 개발해, 머릿속에 글을 쓰는 순서를 정해놓으려고 노력합니다. 우선, 주말에는 글을 쓰지 않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세 가지 정도 소재를 개발합니다. 월요일이 되면 주말에 생각했던 글을 하나 쓰고, 화요일도 그렇게 합니다. 그러면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이 남는데, 주말에 생각했던 소재가 아직 남아있으면 하나를 더 씁니다. 만약 이 소재를 글로 옮길만한 때가 아직 안되었다고 생각하면 그냥 머릿속에 남겨두고(이를 영어로 "putting it on the back burner"라고 하죠), 주중에 인터넷에서 접한 소식을 바탕으로 하나를 작성합니다. 남은 이틀은 주간에 생각난 소재를 활용하거나, 아니면 아주 옛날에 생각해 두었던 소재를 활용합니다(즉, back burner에 눠 두었던 소재를 꺼내 쓰는 것이죠). 물론 이는 매우 엉성한 시스템이지만, 어차피 글 쓰는데 완벽한 시스템이란 존재하지 않고, 대충 패턴만 정해 놓으면 어떻게든 굴러는 가더군요. 그래도 가끔 저녁이 되었는데 글 쓸 소재가 떠오르지 않을 때(오늘 같은 날)는 패닉에 빠지기도 합니다.

글을 쓸 때 가장 신기한 일은, 반쯤 준비된 소재를 머릿속에 담아두면 언젠가 거의 완성된 형태로 다시 생각난다는 점입니다. 제 글에는 많은 예화가 들어가는데, 주제에 맞는 예화를 찾아내기는 매우 어렵죠. 하지만, 일단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이를 머릿속에 담아두면 언젠가 이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여러 가지 예화가 연결되어서 거의 완성된 글의 구조를 띠고 다시 생각이 납니다. 이렇게 되면 글쓰기가 쉬워지죠. 이 글도 오래전 부터 생각하던 주제지만, 아까 무슨 글을 쓸까 고민할 때 갑자기 거의 완성된 형태로 머릿속에 떠올라 쉽게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생각이 정리되는 것은 무의식의 작용 때문입니다. 인간의 사고는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에서 동시에 일어나는데, 보통 의식의 영역만 중요시되고, 무의식의 영역은 무시되죠. 하지만, 무의식도 의식만큼이나 중요하고, 의식이 할 수 없는 기능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창작의 영역은 의식의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무의식이 거들어야 좋은 작품이 나오죠. 그래서 많은 위대한 음악가는 자신이 쓴 곡을 "이미 존재하는 음악을 받아 적었을 뿐이다."라고 설명하고, 많은 소설가는 자신의 소설에 대해 "등장인물들이 마음대로 활동하도록 풀어놓았을 뿐이다."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전형적으로 의식이 무의식의 영역에서 영감을 받는 모습을 설명하는 표현이죠. 예술가들이 밤에 작업을 많이 하는 것도, 밤이 되면 의식의 지배가 약해지면서 무의식으로부터 영감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의식의 도움은 예술가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일반인도 무의식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할 때가 잦죠. 영어로는 어떤 문제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또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 "Let me sleep on it."이라고 말합니다. 즉, "이 문제를 두고 잠을 자겠다."는 뜻이죠. 잠을 자면 의식이 정지하고 무의식이 활동하게 됩니다. 그런데 무의식은 의식과 다른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하기에, 의식으로는 풀리지 않던 문제를 풀 수도 있습니다.

무의식과 만나는 매우 중요한 통로는 바로 꿈입니다. 꿈은 의식이 정지한 수면 상태에서 이루어지지만, 기억에 남는다는 점에서 의식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의식은 꿈을 통해 무의식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고, 무의식은 꿈을 통해 의식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가 있죠. 과학자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투스 케쿨레는 벤젠의 분자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해답을 찾지 못하다가  꿈속에서 뱀이 꼬리를 문 모습을 보고 벤젠이 탄소 원자의 고리로 되어 있다는 영감을 얻었습니다. 아마도 그는 과학의 역사상 가장 성공적으로 무의식의 도움을 받은 예라고 할 수 있겠죠.

컴퓨터에는 보통 CPU(중앙처리 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장착되기 마련입니다. CPU는 일반적인 연산을 하고, GPU는 그래픽 관련 연산을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OS는 대부분 CPU와 GPU를 따로 관리하기에 비효율적이었죠. 하지만, 다음 달에 나오는 애플의 새로운 OS X인 스노우 레오파드는 GPU로 하여금 CPU의 연산 기능을 분담하도록 해준다고 합니다. 즉, 지금까지 CPU 혼자서 정보를 처리해야 했다면, 이제는 GPU도 같이 일한다는 말이죠. 의식만 의지하고 사는 사람은 CPU만 의지하고 GPU는 거의 활용을 못 하는 컴퓨터와 같고, 무의식을 활용하는 사람은 CPU와 GPU를 함께 활용하는 컴퓨터와 같습니다. 특히, 창조성이 많이 필요한 시대이기에 무의식을 활용하는 법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무의식을 활용하기 위해선 무의식을 적대시하지 말고, 무의식의 영역에서 어떠한 메시지가 오는지 귀 기울이는 태도가 중요할 것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과학, 심리학, 두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노  (5) 2010/01/18
21그램  (1) 2010/01/07
무의식의 활용  (4) 2009/08/15
하품이 전염되는 원인은?  (4) 2009/07/04
육체와 정신  (5) 2009/06/30
마인드맵(Mind Map)  (8) 2009/05/08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무의식

분류없음 2008/02/13 20:38
스티븐 킹은 On Writing에서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황 (situation)이라고 설명합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등장 인물 (character)이라고 하는군요. 그에 비해 줄거리 (plot)는 가장 중요하지 않은 요소라고 합니다. 그는 줄거리를 중심으로 소설을 쓰면 억지로 만들어낸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상황을 먼저 생각하고 그 상황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행동할찌를 상상하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고 합니다.

스티븐 킹은 이처럼 상황과 인물 중심의 소설 쓰기의 예로 미저리 (Misery)를 듭니다. 그는 비행기에서 잠을 자다가, 유명한 작가가 정신병자의 농장에서 괴롭힘 당하는 꿈을 꾸게 됩니다. 그는 깨자 마자 냅킨에 자신의 꿈을 기록하였고, 비행기에서 내린 후 이 꿈을 바탕으로 소설을 씁니다. 이 소설이 바로 미저리이지요.

 흥미로운 사실은 스티븐 킹은 그 당시 술과 마약에 찌들어 살았고, 그러한 삶에서 도망치길 간절히 원하였다는 점입니다. 그러고 보면 미저리 속에 나오는 작가는 바로 스티븐 킹 자신이고, 작가를 붙잡고 괴롭히는 존재는 술과 마약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요 (이는 스티븐 킹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상황을 의식하고 소설을 쓴 것이 아니었고, 단지 꿈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고 나니 소설이 자신의 상황과 일치하였다는 것이지요. 즉, 꿈이 자신의 상황을 자신에게 보여준 것입니다.

이처럼 꿈에 영감을 받아 작품을 쓴 예는 흔히 찾을 수 있습니다. 폴 매카트니의 Let It Be도 그러한 예죠. 그가 이 곡을 만들 당시, 비틀즈는 다양한 이유에서 서로 감정이 상해 싸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폴 매카트니는 비틀즈를 정상화하려고 노력했지만, 다른 맴버들은 그의 이러한 태도를 간섭으로 보고 그를 몰아세웠죠. 이러한 상황 속에서 폴 매카트니는 꿈 속에서 자신이 10대 때 돌아가신 어머니 (이름이 Mary)를 만납니다.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그냥 두어라" (Let it be)라고 말했다죠. 그는 그 말을 들으며, 아, 이건 내가 나선다고 좋아질 상황이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고, 그 꿈을 바탕으로 Let It Be를 작곡합니다.

이러한 꿈은 무의식이 의식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인간은 평소에 열심히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실제로 인간의 머리속에 들어 있는 정보는 인간의 의식보다 훨씬 많죠. 예를 들어, 내가 걸어가며 본 거리의 모습은 대단히 다양하지만, 우리의 의식은 그 중 매우 일부분만을 기억할 뿐이죠.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이 근처에 우리 은행 어디 있어요?"하고 물으면, 우리는 저쪽 어디선가 우리 은행을 봤던 기억이 나서 그 사람에게 답해줄 수 있죠. 평소엔 그 위치에 우리은행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고 살지만, 자극을 받으면 무의식의 정보가 의식으로 넘어오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얻은 정보의 많은 부분은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무의식은 의식이 담지 못하는 정보 뿐 아니라, 의식이 거부한 감정이나 생각도 담은 영역입니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생각하면 안되, 이런 감정을 품으면 안돼" 하고 우리의 생각을 스스로 검열하죠. 따라서 실제로는 머리 속에 많은 생각이 들지만, 그 중 의식의 영역에 남는 생각은 일부분이고, 나머지는 모두 무의식의 세계로 보내집니다. 따라서 무의식은 도덕에 얽매이지 않은 다양한 감정의 세계이기도 하지요.

이처럼 무의식은 의식의 영역과 다른 생각과 감정을 담는 거대한 그릇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우리는 무의식을 무시하고 살아가지요. 이는 합리적인 사고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가장 믿음직한 길잡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그러한 생각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기는 한데, 이러한 삶은 세상을 논리의 관점에서만 보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보려고 하는 면만 보는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면, "공부를 많이 해야 인생에서 성공한다"고 배우며 자란 사람은, 많이 배울 수록 취직이 힘든 상황을 무시하고 무조건 공부를 더 할 방법만 찾을지도 모르죠. 무의식은 이러한 논리적 사고가 못보는 면 까지 보기에 의식의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습니다.

무의식이 의식을 돕는 가장 흔한 방법은 꿈입니다. 물론 모든 꿈이 의미 있지는 않겠지만, 어떤 꿈은 분명히 무의식이 의식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예를 들어, 심리학자 칼 융은 어떤 성공지향의 교수가 꿈 속에서 구불구불한 철로위를 달리는 기차가 너무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탈선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말을 듣고, "당신은 성공을 하기 위해 인생의 속도를 지나치게 내고 있습니다.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당신의 인생도 탈선하고 말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 교수는 융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성공만을 추구하다가 인생을 망쳤다고 하는데, 만약 그가 꿈의 메시지에 귀기울였다면 인생을 망치지 않았겠죠.

제가 작년에 블로그를 공개한 것도 무의식에 의존한 결정이었습니다. 꼭 그 시점에서 블로그를 공개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것도 아니었지만, 무의식이 원하는 것 같아 별 생각 없이 블로그를 공개했습니다. 그러고 몇 달을 지나고 나니 그때 공개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반대로 지난 주에는 거의 한 주간 글을 쓰기 힘든 경험을 하며,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어느 순간에 "다음 블로거뉴스에 더 이상 송고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결정하고 나니까 다시 글을 쓸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즉, 글을 못썼던 것은 무의식이 의식에 메시지를 보내고자 파업 (?)을 했던 것이고, 그 메시지를 접수하고 나니 무의식이 다시 협력을 한 것입니다.

물론 인간이 의식을 중심으로 사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무의식을 완전히 무시하고 사는 것도 좋은 태도는 아닐 것입니다. 무의식을 무시한다면 내면의 상당 부분을 무시하는 것이고, 이는 건전한 태도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리고 무의식을 평생 무시하고 억누르기만 한다면 무의식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나 우울한 감정 등으로 의식을 괴롭히기 마련입니다.

무의식은 나의 친구일 수도 있고, 나의 적일 수도 있습니다. 때때로 무의식이 보내는 신호에 귀기울인다면, 무의식은 의식을 괴롭히지 않고 도와줄 것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